누구도 뒤처지거나 차별받지 말아야 한다는 '공평(equity)'은 노인복지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헬싱키 근교의 도시인 포르보Porvoo의 노인요양시설 Toukovuori sercice house를 방문했다. 이용자들의 90% 이상이 치매환자임에도 불구하고, '수용소'의 갑갑함보다는 편안하고 여유로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수용소가 아닌 '집'으로 느끼도록
한 달 이용요금은 경제 형편에 따라 200~1000유로다. 한 달에 3000~4000유로 수준인 민간 업체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 담당자 카타리나 구스타프손 씨는 "환자들이 내 집처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누구나 자신이 오랜 시간 살아온 집이 가장 편안하다, 하지만 만일 집이 충분히 안전하지 않다면 이 곳이 최고의 장소가 될 것"이라는 카타리나 씨의 말은 이 시설의 목표를 명확히 보여주는 듯했다.
환자들이 집에서 평소 쓰던 물건을 가져와 집처럼 꾸미도록 했다.
몇 가족의 허락을 받아 환자들의 방을 직접 구경할 수 있었다. 한 명당 1인실 하나가 배정된다. 환자들의 방은 각자의 집의 축소판이다. 낯선 곳처럼 느끼지 않도록, 가구부터 조명, 사진, 이불 등 모든 것을 가족들이 직접 집에서 가져와 내부를 꾸밀 수 있도록 해놓았다. 한 할머니는 남편과 함께 찍은 가족사진을 가장 많이 가져다 놓았다. 할머니는 아직 남편이 먼저 죽은 것을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다행히도,라고 덧붙여도 될지 혼란스러웠지만, 어쨌든 할머니는 아직 남편이 이 세상에 없다는 걸 잊지 않았다.
노인들을 위한 사우나는 침대를 들일 수 있도록 넓게 설게됐다.(왼쪽사진) 오른쪽은 거실에 있는 공용 주방.
웬만한 핀란드의 공동시설들처럼, 이 곳에도 당연히 사우나가 있다. 건강이 좋지 않은 환자들은 의료용 침대에 옮겨서 씻은 뒤 사우나로 들어갈 수 있도록 내부를 굉장히 넓게 설계했다. 그 외에도 곳곳에 깔끔하고 쾌적하게 공동주방, 공동거실, 책장, 테라스 등 공용공간을 마련했다.
가파르게 늘어나는 노인은 모두의 숙제
모든 노인들이 이렇게 충분한 케어를 받으며 말년을 보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보도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의 비율은 현재 20%에서 2050년이면 30%까지 오를 것이라고 한다. 꽤 최근에 신설한 이곳도 인원이 꽉 차있어서 사망하거나 나가는 환자가 있어야만 다음 대기자가 들어올 수 있다. 60명 정원을 36명의 간호사가 돌본다. 언뜻 보면 넉넉해 보이지만 교대 근무 때문에 여유로운 근무환경은 결코 아니다.
날씨가 좋을 때에는 테라스에서 광합성을 할 수도 있다.
2013년부터 시행된 노인을 위한 의료서비스법(Act on Supporting the Functional Capacity of the Ageing Population and on Social and Health Care Services for Older People)은 모든 노인들이 지역에 관계없이 동등하게 수준 높은 돌봄 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언제나 법을 앞서 나가기 마련이다. 핀란드 역시 이 '수준 높은 돌봄'이라는 기준을 근근이 맞춰나가고 있다. 공급을 가파르게 앞지르는 수요를 어떻게 맞춰나갈 수 있을지는 한국과 핀란드를 포함한 모든 국가들의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