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싱키 근교 아기자기한 옛 도시
포르보Porvoo의 자기소개는 "자석같은(magnetic)" 도시다. 헬싱키 서쪽으로 50km 거리에 있는 이 작고 예쁜 도시는 인근 투르쿠(Turku)에 이어 핀란드에서 두 번째로 역사가 깊다. 인구는 5만 명인데 방문객은 한 해에 160만 명인 것만 봐도 포르보의 성격을 알 수 있다.
핀란드의 공식 언어는 핀란드어와 스웨덴어 2가지이다. 스웨덴어 사용자는 전체 인구의 10% 정도로 꽤나 마이너다. 공식 언어가 2가지라고 해서 모든 국민들이 스웨덴어를 잘하는 것은 아니며, 대부분은 핀란드어만 제대로 할 줄 안다. 포르보는 국토 남부에 위치한 도시 중에서는 드물게 스웨덴어 사용자가 주민의 3분의 1(2014년 기준. 64.6%가 핀란드어, 30.1% 스웨덴어 사용자)에 이른다. 13, 14세기에 스웨덴에 지배당했던 역사 때문이라고 들었다. 때문에 대부분의 공공서비스가 두 가지 언어로 제공된다. 시의회에서 다수석을 차지하는 것도 Swedish people's party(스웨덴인당)다.
시청 방문 후 우리를 올드타운으로 이끌어준 가이드 Birgitta Palmqvist씨는 짧은 시간 동안 포르보의 이곳저곳을 구경시켜줬다. 포르보는 핀란드의 국민 캐릭터 무민이 탄생한 곳이기도 하다. 무민의 작가인 토비 얀손은 가족들과 함께 포르보 근처의 Pellinge islands에서 여름을 보내면서 초기 무민을 구상하고 작업했다. 그 때문인지 무민 인형들이 고개를 내밀고 방문객들을 맞이하는 상점들이 곳곳에 널려있었다.
이 도시에서 가장 오래된 곳 중 하나는 15세기에 만들어진 포르보 성당. 규모가 아주 크지는 않지만 내부가 꽤나 앤틱한 느낌을 준다. 그동안 불에 타고 수차례 훼손되어, 사실 건물 일부만이 옛날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다.
포르보는 사실 아주 작다. 워낙 관광객들이 많은 곳이라 오랫동안 영업한 실제(?) 가게들보다는 관광객들을 상대로 한 기념품샵들만이 가득하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곳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카페 헬미였다.
19세기 느낌을 물씬 풍기는 카페 헬미의 벽면에는 나이 든 주인장의 젊었을 적 모습, 수많은 아들들과 찍은 사진 등이 가득하다. 이보다 화려하면서도 아늑할 수는 없을 정도로 1층과 2층, 정원의 모든 부분이 사랑스럽다.
두 명 정도 숙박을 할 수 있는 공간도 있는데, 가격이 비싸다는 생각은 들지만 아주 특별한 경험이 될 것 같았다. 강아지를 데리고 들어갈 수 있다는 점도 독특하다. '유럽 느낌'에 큰 감흥 없는 사람이라도 사진기를 들고 모든 방을 탐험하게 될 만큼 너무 예쁜 공간이다. 커피맛은 나쁘지 않은 수준이었지만 케이크와 쿠키 등은 아주 훌륭했다.
헬미에서 시간을 잘 보낸 뒤에는 포르보 관광의 핵심인 보트 크루즈를 탔다. 영어로 안내방송도 나오니 잘 들어보면 재미있다. 강을 따라 늘어선 붉은 나무 건물들은 대부분 카페나 가게 등으로 쓰이고 있다. 해 질 녘쯤 사진을 찍으면 기가 막힐 것 같은 곳이다.
헬싱키에서 멀지 않은 곳에 한껏 관광객 느낌을 누리면서 아기자기한 쇼핑을 즐기고 싶다면 날씨 좋은 날 큰 기대 없이 가볍게 다녀오기 좋은 곳. 근대 느낌으로만 가득한 헬싱키에 있다가 이곳에 오면 뭔가 오래된 기분이 나서 즐겁다. 헬싱키 어디에서 먹었던 것보다 맛있는 연어 수프도 맛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