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Flow Festival

올드스쿨부터 컨템포러리 클럽, 포크부터 재즈까지

by 홍정수

헬싱키에 도착한 뒤 첫 주 만난 사람들이 물어본 질문은 모두 똑같았다. "이번 주말엔 뭐해요? 플로우 가요?"

둘째 주에 만난 사람들이 물어본 질문도 모두 똑같았다. "지난 주말엔 뭐했어요? 플로우 갔어요?"

3일권 패스를 얻었노라고, 적어도 이틀은 갈 것 같다고 하면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이 나라에 오기 전에는 들어본 적도 없는 축제, 네이버에 검색해봐도 나오지도 않는 축제였지만, 헬싱키 사람들에게 플로우 페스티벌은 8월의 모든 것이나 다름없는 축제였다. 헬싱키의 수많은 여름축제를 대표하는 뮤직 페스티벌을, 10-12일 사흘 다는 못 가고 금, 토요일 이틀 동안 가봤다. 플로우 페스티벌 공식 홈페이지를 참고!





메인 스테이지. 오른쪽에 공장 굴뚝이 보인다.
해 질 녘, 그러니까 9시 정도 메인 스테이지를 등지고 바라본 파노라마 샷


2004년 시작해 올해로 15년 차를 맞은 플로우는 스스로를 "음악, 예술, 그리고 맛의 축제"이며, "올드스쿨 음악을 바로 지금 이 순간으로 데려오는(bringing music from old school legends to fresh topical newcomers)" 것과 동의어가 되었다고 소개한다. 축제가 열리는 Suvilahti(수빌라티)라는 지역은 과거 발전소가 있었던 곳이다. 페스티벌 열리는 모든 곳에서 높게 솟은 굴뚝이 보여 마치 화려하게 빛나는 예술공장에 온 것 같았다.


곳곳이 화려한 색감으로 가득

음악 외에도 예술적인 분위기가 곳곳에서 물씬 느껴진다. 벽면의 스트릿 아트, 아름다운 색감의 조명 장식, 알토대 학생들의 작품을 구경하고 팝업 시네마에서 상영하는 단편영화를 보는 게 쏠쏠한 재미.

15분 내외의 단편영화를 상영하는 곳엔 푹신한 소파도 잔뜩 있었다. 피로회복! 실내 실외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예쁜 전구들은 덤




한낮부터 새벽2시까지 축제가 이어지지만 시에서 버스와 지하철 막차를 연장했기 때문에 집 돌아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기본적으로 안에서 술을 판매하기 때문에 만 18세 미만은 티켓을 살 수 없다. 하지만 아이 키우기 좋은 나라답게, 일요일 낮에는 0~10세 어린이들도 보호자 동반 하에 입장을 할 수 있도록 특별히 허용됐다.


바글바글한 푸드존. 좌석 같은 것은 당연히 없다.

식음료를 파는 업체는 55곳이나 들어왔다. 어중이떠중이가 아닌, 나름의 퀄리티를 갖춘 가게들만이 참여할 수 있다. 버거와 핫도그부터 초밥, 채식메뉴까지, 국적도 다양하다. 한식 빼고 웬만한 건 다 찾을 수 있는 듯... 지속 가능한(sustainable) 축제를 지향하는 콘셉트답게, 지역에서 난 제철 식재료로 음식을 만들고 모든 쓰레기는 재활용한다.





첫째 날의 히로인, 데뷔 20주년을 맞은 로렌 힐!


플로우는 사실 북유럽 음악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한껏 즐기기는 조금 까다로울 수 있다. 라인업에서 보이듯, 메인 스테이지에 올라가는 중량감 있는 뮤지션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낯선 가수들. 하지만 그만큼 더 이국적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기도 하다. 이 곳에 농축된 짙은 분위기는 아는 가수들이 전혀 없는 사람들조차도 축제에 젖어들게 만들 것이다.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을 만큼 적절하게 꽉 짜인 프로그램들을 헤매다 보면 시간이 순식간에 흐른다. 레드 가든에서는 난해한 메탈이 흐르는 가운데, 바로 옆 백야드는 허공에 달린 크리스마스 전구 아래 EDM에 맞춰 춤추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초대형이 아닌, 중형급 음악축제라는 점은 오히려 더 매력적이다. 행사장 규모가 너무 크지 않기 때문에 이곳에 있다가도 얼마든지 저쪽으로 쉽게 움직일 수 있다.


대부분 핀란드인이 가진 금발은 선명하게 염색하기도 쉬워, 새빨간 머리를 한 남자 옆으로 샛노란 염색에 보라색 립스틱을 칠한 여자가 지나간다. 어딘가 오묘하게 다른 춤추는 모습도 보기에 즐겁다. 사람들은 각자의 공간에서 각자의 춤을 춘다. 밤이 깊어지면 술에 거나하게 취해 자기 공간을 너무 넓히는 사람들이 종종 눈에 띄지만 다행히도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둘째 날 마지막 스테이지를 장식한 건 악틱멍키!

음향도 조명도 시설도 모두 완벽했다. 과하지도 않고 실수도 없었다. 메인스테이지 중간쯤 가장 좋은 자리에 휠체어석을 마련해놓은 것도 인상적이었다. 첫날 로렌힐은 무슨 이유에선지 30분은 늦게 등장했지만 그만큼 압도적이고 관록과 에너지로 꽉 찬 무대를 선보였다. 둘째 날 악틱몽키즈(arctic monkeys 한국어 표기가 상당히 과하다...)는 말할 것이 없다! 셋째 날에는 켄드릭 라마가 오기로 되어있었다.


사진으로 깜깜해서 잘 안 보이지만, 플로우 페스티벌 입구 모습.


올해 플로우 방문자는 8만 4000명. 나라 전체 인구가 550만 명인 걸 생각하면 어마어마한 인파다ㅎㅎ 2019년 플로우는 8월 9일부터 11일까지 역시나 사흘간 열린다. 이미 얼리버드 티켓이 3일에 185유로라는 특별가로 판매 중이니 이 시즌에 헬싱키를 방문할 생각이 있으신 분들은 생각해보시는 것도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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