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한 숲, 그렇지 않은 원전

국토의 70%가 숲인 나라의 에너지

by 홍정수

우리나라는 국토의 70%가 산인 것처럼, 핀란드는 국토의 70%가 숲이다. 날씨가 춥기 때문에 나무 조직이 치밀하고 단단하다. 임업(林業 forest industry)이 발달하기 최적의 조건이다. 석유도 없고 인구도 적은 핀란드가 가장 집중하고 있는 미래 산업 중 하나가 바로 임업이다. 에너지이며 나무는 단 한 톨도 남기지 않고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다.


저렴함과 지속가능성을 상징하는 숲의 반대편에는 비싸고 위험하고 논쟁적인 원자력 발전이 있다. 놀랍게도 핀란드는 세계적으로 이 두 분야 모두에서 기술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양립할 수 없어 보이는 이 모순된 현상은 무엇일까.




"우리는 지속가능성을 개발하고 판다"


UPM(United Paper Mill)은 핀란드의 가장 큰 biofore 기업 중 하나다. 바이오산업과 임산업을 통합시켰다고 보면 적절할 것이다. UPM은 자신들의 사업분야를 "world most versatile forest industry"라고 소개한다. 직역하자면, 나무의 모든 부분을 다 사용해 이것저것 모든 걸 다 한다는 뜻이다. 초기단계의 임업은 통나무를 사용했지만, 점차 가공과정이 복잡다단해지면서 이제 섬유질을 넘어 분자 단계까지 진화해왔다는 것.


이들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지속가능성과 (환경에 대한) 책임성이었다. 이곳에서 사용하는 모든 나무는 열대우림이 아닌, 핀란드에서 반경 200km 안에서 자라는 나무들이라고 한다. 특히 대부분(85%)의 나무들은 원산지가 증명된 나무들이다. 여름에는 호수와 강에 나무를 띄워 운반한다. 나무를 베어 물건을 만들지만, "수확하는 양(70㎦)보다 자라는 양(110㎦)이 더 많기 때문에 오히려 결과적으로는 숲이 더 우거져진다"라고 주장한다.

공장 내부는 사진 촬영이 대부분 금지돼있었지만 일부는 찍을 수 있었다. 사방팔방이 통나무와 톱밥 산으로 가득했다.


한때 종이공장이었던 이들의 사업분야는 생화학과 바이오에너지 분야로 확장되고 있다. "우리는 지속가능성을 판다(We're selling sustainability)"라고 말하는 이들의 표정에서는 미래 산업에 대한 일종의 자신감까지 보였다. 특히 셀룰로오즈는 플라스틱과 섬유를 대체할 수 있는 소재로 각광받고 있어 바이오 포레 산업분야에서 성장 가능성이 무척 큰 분야 중 하나다. 무척 가볍고 내구성이 좋으면서도 꽤 탄성이 있는 데다 반투명하게 만들 거나 인쇄나 염색도 자유롭기 때문이다. 화석연료를 대체할 바이오 에너지도 많은 연구기관과 기업이 열을 올리고 있다. 숲은 더 이상 장작을 패는 곳이 아닌, 금광에 가까운 곳이 되고 있었다.





"더 이상 대형 원전은 없을 것"


그렇다면 핀란드에서 원자력은 대체 무엇일까. 사실 핀란드는 원자력 발전 자체에 집중한다거나 발전 기술에서 첨단을 달리고 있진 않다.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는 온칼로(ONKALO)라는 세계 최초 영구처분장 때문이다. 핀란드는 현재 원전 4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추가 원전도 건설 중이다. 1983년 원전 초기 운행 당시부터 방사능 폐기물 최종 처분에 대해 전 국가적인 논의를 진행해왔으며, 그 결과 전 국토에서 가장 단단한 암반을 찾아 10만 년간 폐기물을 보관할 목표로 온칼로를 짓고 있는 것이다.

ONKALO_etenema_teksteilla_140314_EN_web.jpg 온칼로의 대략적인 구성도


정말로 SF소설 같은 이야기다. 인류가 멸종했다가 다시 나타나기에도 충분할 만큼 먼 미래다. 하지만 원자력 폐기물 산업 전반을 총책임지고 있었던 핀란드 경제고용부 수석 엔지니어 요르마 아우렐라(Jorma Aurela)는 당시 인터뷰 내내 확신을 가지고 현실의 계획을 차근차근 풀어놨다. 전세계로부터 수많은 방문객을 받는 그는 한국의 KEPCO도 방문한 적이 있다. 이 인터뷰는 당시 지면에 싣고자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다른 주제들과 달리 인터뷰인 만큼, 최대한 요약한 원문을 그대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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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발전은 여전히 가장 경제적인가? 아니면 이미 경제적인 매력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인가?

"아직까지는 경제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한국의 원자로는 세계에서 거의 유일한, 안정적인 대규모 원자로다. 영국과 중국, 프랑스, 인도도 원전 사업에 뛰어들었기 때문에 가격은 아마 더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항상 '실질 비용'을 계산하는 게 극도로 어렵다는 점이다. 실제 건설비용을 각 산업 분야는 절대로 공개하려고 하지 않는다. 현재 건설 중인 올킬루오토 3호기의 경우 설계 초반에는 30억 유로가 들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로는 85억 원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기도 10년 가까지 지연됐다. 이 때문에 끔찍한 수준의 다툼이 벌어졌고 법정까지 가기도 했다." (*주: 공기는 그새 더 지연됐다. 참고)


-앞으로 원자력 발전의 비율은 어떻게 변할 것으로 예상하나.

"핀란드에선 2020년까지 40~45%의 에너지가 원자력으로 발전될 것이다. 분명히 길게 보면 점차 줄어들 것이다. 사견을 전제하면 앞으로 더 이상 대형 원전을 짓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 너무 비싸고 비효율적이며 상대적으로 위험하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중소형 원자로(SMR)가 더 상용화될 것으로 본다. SMR에서 만들어지는 핵폐기물은 더 안정적이라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경제적이다."


-한국에선 핵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매우 심각하다.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조언을 해줄 수 있나

"1만 년 후를 누구도 정확하게 예측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이 문제는 단순한 과학의 문제가 아니라 철학적인 문제다. 1983년에 우리가 처음 이 시설을 짓기로 결정한 뒤로 어마어마한 조사와 토론이 이어졌고 2000년에 국회를 최종 통과했다. 그 이후에도 더 연구를 이어와서 건설을 시작했다. 온칼로가 지어진 암반은 20억 년 됐다. 물론 설계상의 실수나 지진 등 여러 가지 변수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safety margin을 아주 넉넉하게 잡았기 때문에 향후 10만 년은 아무 문제도 없을 것으로 본다. 적어도 내 생각에는 온 칼로보다 신규 원전을 짓는 것이 언제나 더 위험하다. 현재 1992년부터 운영되고 있는 다른 중/저준위 방사능 물질 폐기장에는 학자나 연구자들이 아니라 관광객들이 한 해에도 수천 명씩 방문한다. 온칼로가 다른 점은 여기보다 4배나 크다는 점뿐이다. 사람들이 직접 보게 되면 생각을 하게 되고 훨씬 더 잘 이해하게 된다."


-한국에서는 원자력발전을 줄이고 친환경발전을 늘리면 서민들의 전기료 부담이 늘 것이라는 반대가 크다.

"전기요금 문제는 모든 사회 구성원이 토론해야 하는 문제다. 핀란드의 경우 1986년에는 5번째 원전을 짓지 않기로 결정했지만 수차례 사회적 타협 끝에 2002년 결국 건설하기로 최종 결정됐다. 2010년에는 6, 7번째 원전 건설 논의도 이뤄졌지만 경제성 문제 때문에 취소됐다. 어쨌든 이런 수십 년간의 논의를 거쳐 핀란드 국민들은 원자력발전을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됐다. 반면 일본인은 아주 지적이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이 발생했는데도 불구하고 정작 원전에 대해 물어보면 제대로 답변하기 어려워한다. 한국에서도 대통령이 독일을 모델로 공론화 위를 운영한 걸 알고 있다. 의도는 이해하지만 한국은 독일과 다르다."


-온칼로는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안전한 솔루션인가?

"물론 아직 조금은 열려있다(불확실하다)고 본다. 하지만 닫기에(결정을 내리기에) 충분하다고 봤기 때문에 공사를 시작한 것이다. 완벽한 100%라는 것은 없다. 무언가를 하려고 한다면 인정해야만 하는 점들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 시설이 정말로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원전은 미래에도 믿을만한 발전원으로서 계속 활용될 것으로 보나?

"미래에는 다음 세대의 원전기술이 발전할 것으로 본다. 아니면 현재의 기술 상태에서 경제성을 훨씬 높일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가장 중요한 발전 수단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중요한 건, 어쨌든 원전 자체가 비싸다는 점이다. 어느 국가나 원자력발전을 감당할 수는 없다. 한국과 핀란드는 모두 부유한 국가들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다른 나라들과 함께 가는 것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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