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상 가장 맑은 공기

선물 받은 자연의 청정함이 녹슬지 않게 지키는 일

by 홍정수

핀란드에서 찍은 사진을 보면 대부분 하늘이 파랗다. 어둡거나, 흐린 날만 아니라면 마치 바다를 보는 것처럼, 경탄할 만큼 맑고 파랗다. 그건 기분 탓이 아니다. 호수와 숲의 나라 핀란드는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 통계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공기가 맑은 나라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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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하얀 헬싱키대성당과 걸맞게 새파란 헬싱키 하늘. 왼쪽은 작년 8월, 오른쪽은 올해 11월이다. 올해 사진은 해질녘이라 다소 빛깔이 노랗다.




물도 청정 공기도 청정


가장 최신인 2018년 업데이트 버전 WHO 세계 대기질 데이터베이스는 전 세계 108개국의 4000여 개 도시에 있는 관측소에서 측정한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를 한데 모아놓은 자료다. 북미와 유럽, 호주 등 소위 말하는 선진국들은 대부분 초록색인 반면, 아시아와 아프리카는 새빨간 색으로 도배됐다.


왼쪽이 초미세먼지, 오른쪽이 미세먼지 농도, the Global Ambient Air Quality Database (update 2018) ©WHO


그 4000여 개 중에서도 가장 공기가 깨끗한 곳이 핀란드 북부의 산간지역 무오니오(Muonio)다. 공동 1위를 차지한 스웨덴의 Bredkalen, 터키의 Sirnak까지, 세 도시의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1μg/m3에 불과했다. 2016년 우리나라의 17개 관측값은 22~32μg/m3였는데, 핀란드의 관측값 29개는 모두 한 자릿수였다. 초미세먼지만 놓고 봤을 때, 우리나라보다 2~3배는 공기가 깨끗하다는 의미다. 국가 전체적으로 본 미세먼지 농도는 6μg/m3 수준으로, 에스토니아와 스웨덴, 캐나다, 노르웨이, 아이슬란드가 뒤를 잇는다.


(참고로 2016년 기준, 하위 10개 측정값은 모조리 인도가 차지했다. 예를 들어 바라나시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146μg/m3였다. 최고치가 아니라 '연평균' 말이다. 하위 11~40위는 대부분 중국 도시들이었다)


맑은 물, 맑은 숲, 그리고 맑은 공기까지, 모든 것이 맑은 '청정 핀란드'라는 이미지는 그 무엇과도 바꾸기 어렵다. 자부심도 크다. '나름 대도시'인 수도 헬싱키조차도 우리나라의 가장 맑은 지역보다 서너 배는 깨끗하다.

서울시의 따릉이와 비슷한 대여 자전거 시스템. 헬싱키에는 도시 전체에 자전거 루트가 1200km나 있다.


삼한사미(사흘은 춥고 나흘은 미세먼지로 가득한 겨울 날씨)라는 신조어까지 나오는 우리나라는, 사실 중국과 떨어지지 않는 이상, 맑은 하늘을 확보하기가 불가능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자체적으로 컨트롤할 수 있는 국내 발생원인을 최대한 없애는 노력 정도다. 하지만 이미 청정한 국가 핀란드 역시 개선 혹은 유지를 위해 꽤나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것 또한 참이다. 아래 통계수치는 Air pollution country fact sheet 2019에서 가져온 분류별 미세먼지 배출량과 전망치다.


주석 2019-11-04 193035.png 핀란드의 미세먼지(PM2.5) 배출량은 현재도 적지만,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중국이 없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실 노르딕 국가들이 전반적으로 공기가 맑은 이유는 주변에 '뭐가 없기' 때문이다. 즉, 우리나라로 치면 '중국'이 없다는 것이 크다. 자국에도, 주변에도 유해물질을 내뿜는 거대한 공장지대가 없고 모래폭풍이 휘몰아치는 건조한 사막지대도 없다. 게다가 사람 역시 유해물질을 내뿜는 존재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인구밀도가 낮은 것도 틀림없는 원인 중 하나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국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우거진 숲과 호수를 국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녹색기술 Green Technology' 분야에서 세계적 선두에 서기 위해 국가에서 파격적인 지원을 하는 것. 이 모두가 태초부터 타고난 기가 막힌 주변 환경을 뒷받침해준다. 숲에서 나오는 모든 것은 연료가 되고 자원이 되며, 남김없이 재활용할 수 있다는 이들의 적극적인 자세는 우리가 혀를 내두를 정도다.


라펜란타 공대의 태양광 발전시설. 벽면 패널을 시험 가동 중이다.


특히 에너지 분야에는 모든 부처와 모든 기업, 대학에서 관심을 쏟아붓고 있다. 청정에너지는 핀란드의 가장 큰 관심사다. 원자력 발전도 배제하지 않는다. 오히려 세계에서 가장 깊은, 그리고 미스터리할 만큼 오랜 기간 동안 유지될 원전 폐기물 처리시설, 온칼로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이에 대해서는 삼림과 에너지를 다룬 다음 글에서 좀 더 소개했다. https://brunch.co.kr/@soolog/74


확실한 것은, 미래의 모든 에너지원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로 '얼마나 깨끗한지'를 꼽는다는 점이다. 당장의 공기질 개선에 얼마나 빠르고 막대한 영향을 줄 수 있을지보다,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모든 기술개발에 집중하는 장기적 안목과 실행력이 결국 결과를 바꾸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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