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몽을 낳게 한 역사속의 우리 술
한국은 50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고조선 시대부터 삼한을 넘어 삼국의 설립, 그리고 고려와 조선으로 이어지는 긴 시간의 통로 속에 있는 것이 한반도다. 역사에서는 최초와 최대, 최고가 중요하다. 역사상 최대의 영토를 개척한 광개토대왕, 최초로 한반도를 통일했다는 신라,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 직지심경 등은 늘 우리 역사 교과서에 등장했던 내용이다. 그렇다면, 한반도의 역사에서 최초로 등장한 술은 과연 어떤 술이었을까? 지금의 기록으로 찾아볼 수 있을까?
고려말에 나온 제왕운기는 몽골의 침략으로 바람 불에 꺼질 듯한 민족의식을 고취하기 위한 서사시로, 발해를 최초로 우리 역사에 넣었으며 단군기원의 역사 인식을 넣은 작품이다. 수능 및 공무원 시험에도 등장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 제왕운기에 최초로 술이 언급됐다는 것이다. 바로 고구려의 건국인물, 주몽의 탄생설화다. 주몽의 아버지인 ‘천제의 아들’ 해모수가 ‘강의 딸’인 유화부인과 술을 마시고 하룻밤을 같이 보낸 뒤 주몽이 태어났다는 이야기다.
고려말의 서사시인 제왕운기에서는 해모수가 유화부인과 술을 마시고 하룻밤을 보낸 뒤 주몽이 태어났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중요한 것은 이 둘이 어떤 술을 마셨는가를 유추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술은 기본적으로 계절을 품고 있다. 봄에는 진달래를 넣은 두견주, 가을에는 국화를 넣은 국화주 등이 대표적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마신 술의 시기를 안다면, 어떤 술을 마셨는지 유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주몽의 생일을 확인해보니 바로 음력 5월 5일인 단오, 초여름이 시작되는 6월이다. 그렇다면 그들이 마신 시기는 8월의 한여름이라는 결론이 도출된다.
그렇다면 이 한여름에 마시는 술은 도대체 뭐였을까? 중국의 최고 농업서적 제민요술에 따르면 여름에 마시는 술로 하계명주(夏鷄鳴酒)를 소개하고 있다. 여름 하(夏), 닭 계(鷄), 울 명(鳴), 술 주(酒)로 뜻풀이를 하자면 한여름 황혼녘에 술을 빚어 닭이 울기 전에 마실 수 있는 술이다. 지금으로 따지면 ‘즉석 술‘, ‘원데이 술’ 정도가 되겠다. 발효가 빠른 여름은 이렇게 하루 만에도 술이 되는 것이다.
이 계명주는 동의보감에도 등장하며, 하루 만에 빚는 술은 아니지만 평안도의 술로 현재 최옥근씨가 경기도 무형문화재로도 등록되어 있다. 그렇다면, 본래의 계명주는 지금의 어떠한 술과 가장 비슷할까? 개인적으로는 제주도의 쉰다리라는 술을 예시로 들고 싶다. 누룩과 보리를 버무려, 2~3일 발효 숙성시켜 마시는 술이다. 살짝 새콤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단맛이 농후하게 느껴진다. 발효기간이 짧으면 알코올은 적게 생기면서 반대로 단맛이 좀 더 도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즉, 해모수와 유화부인이 마신 술은 알코올 도수는 낮고 단맛이 많은 감주 형태의 술인 것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이 이야기는 추론일 수 있다. 다양한 각도에서 찾으면 우리 술의 이야기는 프랑스 와인, 영국의 위스키와 또 다른 개성 있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다만, 많이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