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명욱 Aug 18. 2019

취중고백, 믿어도 될까?

술취하면 연인에게 전화하는 이유

추억 속에 깃든 다양한 술 이야기


한국인에게 추억 속에 늘 등장하는 음료가 있다. 실수도 하고, 고백도 했으며, 때로 사람들과의 관계를 끈끈히 이어 주기도 한 술이다. 개인적으로는 대학 입학 후, 떨리는 마음으로 여대 멤버들과 미팅했을 때의 생맥주, 대학 대동제에서 즐긴 파전과 막걸리, 그리고 90년 대 한참 유행했던 소주방에서 즐겼던 레몬 소주 등이 무척 기억에 남는다.


이러한 다양한 추억 속에서 늘 등장하는 스토리가 있는데, 술 마시고 헤어진 여자 친구에게 전화했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이야기는 다양한 인물들과 인연을 맺는다. 헤어진 당사자와 그 연인, 그리고 각각 상담을 하는 각각의 친구 두 명 등 최소 4명이다. 헤어지기 전에 고민을 이야기하고, 헤어진 후에도 이야기를 하며, 술 취해서 전화하는 이야기까지 스토리는 각양각색이다.


흥미로운 것은 멀쩡한 상태에서는 옛 연인에게 전화를 하지 않는다는 것. 오직 술에 취해야만 전화기 버튼을 누르게 된다. 그리고 그동안 섭섭했던 이야기부터 때로는 사과와 부탁을 하며 다시 돌아와 달라는 애걸복걸까지 이어진다. 물론, 다음날 후회가 동반된다는 것은 당연한 일. 왜 술을 마시면 그리도 후회할 일을 해버리고 마는 것일까?


90년대 카드 공중 전화기. 지금은 핸드폰의 보급으로 거의 보기 힘들다. 개인적으로는 청춘을 보낸 시절, 가장 많이 사용했던 전화기라는. 출처 Pixbay


알코올은 억제제다. 다만 이성을 억제할 뿐

흥미롭게도 알코올은 흥분제가 아닌 진정제, 또는 억제제이다. 'The Anxiety Solution'라는 문헌에 따르면 알코올은 바로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억제(주석 1)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 세로토닌의 대표적인 역할은 뇌 전체의 호르몬 컨트롤. 바로 행복전달물질인 도파민과 흥분 전달물질인 아드레날린, 그리고 신체적 아픔을 감쇄해주는 엔도르핀이 그 대상이다. 한마디로 세로토닌이 집안의 규율을 이끌어 나가는 부모님이라면, 아드레날린, 도파민, 엔도르핀 등은 그 관리하에 있는 자녀들인 것이다.


여기서 알코올이 들어가면 세로토닌의 역할은 작아지고, 결국 행복과 흥분, 그리고 아픔을 감쇄해주는 호르몬이 증가된다. 집안의 부모님이 여행을 가버리면 자녀들이 자유를 만끽하고자 한다. 초기에는 자유만 만끽하지만, 나중에는 집안이 엉망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술을 마시면 초기에는 도파민으로 기분이 좋아지만, 이내 아드레날린으로 흥분과 용기가 동시에 나며, 엔도르핀의 역할로 아픈 곳도 안 아프게 느껴진다.


덕분에 우리는 음주를 통해 용기를 내서 고백을 하기도 하며,  미웠던 사람에 대해 더 험담을 하고 싶어 지며,  옛 연인에 대한 그리움 및 미련도 더욱 커지는 것이다. 한마디로 감정에 솔직해지는 것이다.


알코올 중독은 뭐지?

술을 너무 지속적으로 많이 마시면, 타성이 생겨 도파민이나 아드레날린이 평상시처럼 분비되지 않는다. 즉, 술을 마시지 않는다면, 기분이 좋아지거나 삶의 의욕이 잘 안 생긴다는 것. 한마디로 우울증에 걸리게 된다. 술을 마셔야 겨우 도파민이나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는 현상, 이러한 상태를 우리는 알코올 의존증, 또는 알코올 중독이라고 한다.


취중고백 어디까지 믿을까?

많은 사람들이 술에 용기를 얻어 사랑을 고백하거나 진심을 이야기하곤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취중고백은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  더욱 솔직해지는 것이기에 다 믿으면 되는 것일까? 실은 이 취중진담에 빠진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이성이다. 이성을 컨트롤하는 세로토닌의 역할이 작아지기에, 감성만 앞세우는 호르몬만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즉, 감정적으로는 100% 사랑할 수는 있어도, 이성적으로 감당이 안 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사랑한다고 말했지만, 앞뒤를 다 되돌아보면 감내하지 못하는 사랑일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는 의미다. 결국, 멀쩡한 정신에 다시 한번 확인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헤어진 남자 친구가 전화 와서 다시 사귀자고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때의 감정만 솔직해진 것뿐. 다양한 상황과 입장을 생각하면 헤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순간적인 감정에 전화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늘 전화해놓고 후회를 한다.


만약에 실수로 전화했다고 오리발을 내밀 듯하면 사전에 녹음을 해두자. 그리고 들려줘서 더욱 창피를 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두 번 다시 실수하지 않게 말이다.


술 취해 실수를 했다고 사과를 한다면 받아는 주자. 하지만 잊지는 말자. 어차피 다 진담이었으니.


내가 싫다는 돌직구를 맞았다면?

가끔 술을 마시고 "난 네가 싫어"라고 돌직구를 던지는 사람이 있다. 이것 역시 감정에 이끌려 말한 것이다. 하지만 100% 진담이다. 평소에 말 못 했던 것을 술이라는 핑계로 배설하듯 뱉은 것이다. 물론 다음날 당사자가 사과하는 경우가 있다. 술이 과해서 말이 지나쳤다고. 이성적으로 앞뒤 판단과 술자리에 있었던 모든 여론을 감안해서 사과하는 것이다. 사과는 받아주는 것이 좋다. 하지만 하나는 알고 있어야 한다. 그 사과에는 영혼은 없다는 것. 쿨하게 사과는 받아줄지언정, 상대방을 믿을 필요는 절대 없는 것이다.


신이 만들어 놓은 음주 대비책

신기하게도 우리 인체는 지나친 과음으로 실수를 줄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놨다. 바로 음주가 졸음을 불러온다는 것이다. 우리 뇌에는 또 GABA라는 신경전달물질이 있는데, GABA가 작용하는 부위(GABA -A수용체)에 알코올이 결합을 하면, 각성 작용과 신경세포의 활동이 억제되고, 이때 수면효과를 일으키는 것이다. 즉, 알코올은 행복과 흥분, 솔직함과 감성적 감정을 작용시키지만 결국은 졸리게 해서 더 이상은 달리지 못하게 한다는 것. 아마도 신이 만들어 놓은 인간에게 술은 적당히 마시게끔 하기 위한 대책이 아니었나 생각해 본다.


모든 것을 드러나게 하는 술

결국 술은 모든 것을 드러나게 한다. 이성이라는 이름으로 감춰진 인간의 욕망, 허세, 미움, 사랑까지 모두 나오게 한다. 이것은 모든 인류에게 적용되는 이야기이며, 한편으로는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술은 늘 조심해서 마셔야 한다. 굳이 과음해서 평생 후회할 일은 안 만드는 것이 좋은 것이다.


PS: 세로토닌의 억제

학자들에 따라서는 음주를 하게 되면 세로토닌의 분비가 많아진다고 하는 학자도 있다. 다만 최근에는 음주량이 적을 때는 세로토닌이 분비가 되고, 음주량이 많아지면 분비가 적어진다고 주장한다. 이 글에서는 세로토닌의 억제라는 측면에서 기술한 내용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 역사상 최초의 술은 무엇이었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