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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욱 Aug 22. 2019

위스키 온더록의 진짜 뜻은 '좌절'?

다양한 술속의 어원 이야기

20~30대 때에는 바(Bar) 문화를 무척 좋아했다. 바텐더의 마술 같은 칵테일을 즐길 수 있고, 멋진 아이스 커팅에 무엇보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마실 수 있기 때문이다. 언제나 주문을 하면 가벼운 위스키 샷으로 시작. 마지막에는 상큼한 가벼운 칵테일로 마무리를 했다. 언제나 방문하면 카운터에 앉았는데, 이때 위스키를 주문하면 바텐더가 묻는 것이 있었다. 스트레이트(독한 위스키 그대로 마시는 것)로 마실지, 온더록(얼음 탄 위스키 잔)으로 마실지 말이다. 그리고 스트레이트로 주문하면 샷잔으로 제공할지, 올드패션드(동그란 넓은 잔)로 마실지를 물어봤다. 개인적으로는 늘 온더록을 주문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알코올 해독능력이 그리 좋치않아서였다. 얼음이 녹으며 그나마 알코올 도수를 낮춰주기 때문이다. 또 위스키에 얼음 녹는 소리를 좋아했다.시원한 맛은 갈증도 풀어줬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점이 하나 생긴다. 내가 자주 주문했던 얼음에 위스키를 타 마신다는 온더록( On the Rocks). 직역하면 '바위 위에 올린다'는 의미. 왜 이 말이 위스키와 얼음의 조합으로 굳어진 것일까?우리가 모르는 다른 뜻이 있는 것일까?


위스키 온더록.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출처 위키미디어


온더록( On the Rocks)의 진짜 뜻은 좌절?

온더록( On the Rocks)의 진짜 뜻은 좌초다. 영국에서 쓰였던 단어로 암초위에 올라간 배를 뜻하는 것. 더 이상 배를 움직일 수 없는 것으로 좌절을 표현하는 단어로도 쓰였다. 그런데, 이 단어가 미국에 가서 변했다. 시대는 19세기. 미국의 서부 개척시대. 금광, 다이아몬드 광산을 통해 일확천금을 노리던 서부개척시대에 록스(Rocks)는 단순히 돌이 아닌, 광부들끼리 서로 통하는 고귀한 광물을 지칭하는 단어가 된다. 바로 다이아몬드.


그들에게는 록스란 다이아몬드를 부르는 은어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왜 얼음과 위스키가 다이아몬드와 관계를 맺었을까? 19세기의 미국 서부를 생각하면 나름 상상이 간다. 냉장고가 드물던 시절, 여름철의 얼음은 마음을 녹일 정도로 귀했다. 무엇보다 다이아몬드와 얼음의 공통점이 있었다는 것. 바로 둘 다 투명하다는 것이었다. 얼음은 그저 녹는 다이아몬드였을 뿐. 그래서 얼음에 위스키를 주문하는 것을 온더록으로 주문했다.

지금 우리말로 직역하면, "다이아몬드 위에 위스키". 란 뜻이 된다.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총알 하나로 살 수 있는 위스키의 양. 그것이 샷잔의 시작이었다.  사진 Pixbay


샷(Shot) 잔의 유래, 총알만큼 주세요

위스키의 샷잔 역시 미국의 서부 개척사와 연결된다. 샷(Shot)이란 총기의 발사, 발포란 뜻도 있지만 또 하나가 있다. 바로 총알이란 뜻이다. 역시 19세기 서부개척시대, 이때는 지금보다 훨씬 더 총기 소지가 자유로운 시절이었다. 즉 부와 빈곤의 상관없이 자기 몸을 지키기 위해 총기를 소지했던 시절이다. 즉 돈이 없는 사람도 총은 있던 시절. 여기서 샷잔은 출발을 한다. 바로 바(bar)에 가서 돈 없이 술 마실 수 있는 방법이 있었던 것이다. 돈 대신 총알을 지급하는 것이었다. 모두가 총알을 필요로 한 만큼 화폐의 역할을 했다.  다만  총알 하나로 살 수 있는 위스키의 양은 한계가 있었다. 약 35ml 전후. 그래서 작은 양의 위스키를 우리는 샷 글라스(Shot glass)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한국에 와서 샷잔이라고 블리게 되었다.  


샷잔. 사진 Pixbay


스트레이트의 유래, 칵테일 말고 위스키만으로

스트레이트의 유래 역시 미국에서 왔다. 역시 서부개척시대. 버번위스키의 성지인 켄터키주에서 시작을 했다.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위스키의 퀄리티는 무척 낮았다. 향과 맛, 그리고 풍미 모두 지금의 위스키와는 달랐다. 그래서 당시 미국의 바에서는 위스키 자체를 즐기기보다는 칵테일로 즐기는 문화가 더 많았다. 지금도 역사적 칵테일로 남아있는 켄터키주의 민트 줄렙(mint julep) 이 대표적인 예이다. 들어가는 재료는 버번위스키, 설탕, 소다와 민트다. 여기에 다른 것 다 빼고 위스키만 주문하는 것이 빙빙 돌려서 마시지 않고, 직선적으로 한 번에 쭉 마시겠다는 의미가 된다.


참고로 스코틀랜드에서는 이러한 스트레이트로 마시는 위스키를 니트(neat)라고 표현한다(물론 다른 영미권에서도 사용하기도 한다). 니트는 '니테레'라는 라틴어에 그 뜻을 가지는데, 빛난다는 뜻이다. 이것이 바뀌여 순수한, 괜한 것이 섞여 있지 않는 이라는 의미로 변화해 갔다. 흥미로운 것은 원래 와인에 쓰는 용어였다는 것. 16세기 와인에 약초 및 감미료를 넣어 마시던 문화가 영국에 많았는데, 이때 순수한 와인만 마시겠다고 해서 나온 용어가 이 니트였다.


오히려 미국의 영향을 받은 한국의 위스키 용어

결국, 한국의 위스키 용어를 보면 영국이나 스코틀랜드보다는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은 듯 하다. 아무래도 교류 자체가 영국보다는 미국이 많아서였나 싶다. 동시에 미국이란 나라가 이렇게 영향력이 컸는가도 생각해 본다. 알고보면 크래프트 맥주 붐도 미국이 시작이었고, 와인을 전세계로 퍼트린 것도 미국이기 때문이다. 거대한 소비국가로 불리는 미국. 뜬금없는 소리겠지만, 전통주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미국에서 유행을 시켜야 할 듯 하다. 아니다. 일단 한국부터인가? 갑자기 고민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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