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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욱 Sep 11. 2019

그래서 전통주가 뭔데?

전통속에 숨겨진 권위와 격식

전통주, 알고보면 우리 동네 술


전통주에 관한 글을 쓰면서 수년 동안 스스로 풀지 못하는 숙제가 하나 있었다. 도대체 ‘전통주란 무엇이냐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현재 전통주는 막걸리, 약주, 증류식 소주, 리큐르 등 다양한 분류를 가진 주종이다. 막걸리는 발효한 지 2주 이내로 마시는 신선함을 추구하는 술이 많고, 주세법상의 약주는 막걸리 원액의 맑은 부분만 따로 떠내 숙성한 술이다. 증류식 소주는 이러한 막걸리 및 약주를 증류하여 만든 술이다. 물은 끓는점이 100도 이지만, 알코올의 끓는점은 78도이기에 이 차이를 이용, 알코올을 먼저 기화하여 알코올을 뽑아낸다. 당연히 본래 가졌던 막걸리와 약주의 풍미가 들어가고, 쌀과 보리 등, 원료의 풍미도 들어가는 술이 한국의 전통 소주다. 리큐르는 이러한 소주에 다양한 허브 및 약재를 넣는다. 결국, 막걸리라는 모체로 약주, 청주, 소주, 리큐르까지 다 나오게 된다. 


만드는 방식이 각각 다른 전통주. 공통분모란 무엇일까?

하지만 각자 만드는 방식은 상당히 다르다. 현대적인 기술과 설비를 사용하여 빚는 곳도 있는가 하면, 오직 손으로 빚는 가내 수공업 형태도 있다. 빚는 이에 따라서는 막걸리도 100일 숙성 이상을 진행하기도 하며, 일부 업체는 탁주를 증류하는 반면, 청주를 증류해서 소주를 만드는 곳도 있다. 만드는 방법과 재료에 있어서는 딱 하나의 공통분모를 찾기가 쉽지 않다.


클럽에서 즐긴 다양한 전통주, 일상으로 들어와야 전통주가 성공한다. 격식과 전통을 따지면 시장규모가 너무 작아지고 소비자는 부담을 느낀다. 

여기에 전통주는 전통이란 이름을 강조, 권위와 격식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이러한 부분이 부담으로 동반될 수 있다.  


물론 전통주는 일제 강점기, 그리고 해방 이후의 압축 성장을 통해 잃어버린 우리 문화를 되찾자는 멋진 가치도 있다. 하지만 그 안에서 전통을 너무 강조하게 되면, 권위와 격식에 사로잡혀 오히려 소비가 줄 수 있다. 한복을 입고 마신다는 기간 한정적인 술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세계 어디에도 전통주라는 표현은 쓰지 않는다. 프랑스 와인을 프랑스 전통주, 스카치위스키도 스코틀랜드 전통주라고 말하지 않는다. 프랑스와 스코틀랜드의 술이라는 이름만으로 가치를 가지게 된다. 이유는 바로 술에서 지역성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전통주의 공통분모는?

전통주의 공통분모는 바로 여기서 찾아볼 수 있다. 바로 지역의 문화다. 그 술이 만들어지는 곳의 역사, 문화, 농산물, 그리고 사람의 철학으로 연결된다. 그리고 전통주의 역할은 바로 이러한 것을 서로 소통하는데 가장 큰 의미가 있다. 참고로 여기서 언급한 지역은 단순한 나와 동떨어진 지역이 아니다. 또 지역이라고 해서 농어촌만 생각할 필요는 전혀 없다. 


서울에도 삼해주라는 무형문화재 술이 있으며 대구 역시 하향주가, 부산에도 금정산성 막걸리리라는 지역의 가치를 담은 술이 있다. 이러한 지역은 결국 나의 고향, 나아가 우리 가족의 고향과 삶은 터전과 연결된 곳이다. 그리고 이렇게 지역 문화와 연결된 술이 가장 창의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다. 대량생산에 획일적으로 일변된 한국의 술 문화에 가장 남다르고 독특한 모습을 가진 것이 바로 한국의 전통주인 것이다. 


한국에는 이러한 지역의 문화를 품은 술이 2,000종류가 넘는다. 하지만 우리 인생을 뒤돌아보면 마셔본 술은 손에 꼽을 정도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다양성을 즐기지 못하는 문화가 너무나도 아쉽다. 그런 의미로 이번 추석은 나와 연결된 우리 동네 술, 나아가 부모님 고향의 술로 가족들이 음복하면 어떨까?


지역의 다양한 전통주는 인터넷 판매가 된다. 그래서 다양한 전통주를 집으로 직접 받을 수 있다. 한복 입고 마실 필요 절대 없다. 청바지 하나 입으면 충분하다. 원래 전통주는 그렇게 편하게 마시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본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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