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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욱 Sep 14. 2019

세상에 이런 술이???

프랑스의 사과 위스키(?) 칼바도스 이야기

술은 뭘로 만들까? 어릴 적 정말 궁금했던 이야기다. 성인이 된 지금은 대략적으로는 알고 있다. 막걸리는 쌀, 맥주는 보리, 와인은 포도가 바로 생각나는 재료다. 한마디로 곡물 및 과실. 그런데 이들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당(Sugar)을 가지고 있다는 것(곡물도 전분이라는 복합당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당이 효모에 의해 발효되면 알코올이 된다.


뒤집어 이야기를 하면 당과 수분만 가지고 있으면 그 어떤 재료로도 술을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그래서 사탕수수로 럼을 만들고, 감자로 독일의 증류주인 슈냅스 또는 보드카도 만든다. 옥수수로 미국의 버번위스키도 만들며, 수수로는 중국의 고량주를 만든다.  몽골에서는 말의 젖을 이용한 마유주가 있으며, 북유럽에서는 벌꿀로 빚은 미드라는 술이 있다.


다만, 전 세계적으로 쌀, 밀, 보리, 포도를 가지고 술을 많이 만드는 이유는 해당 농산물이 술 빚기에 효율이 좋기 때문이다. 과실 중에서는 와인용 포도가 가장 당도가 높으며,  쌀과 밀은 저장성이 좋다. 한마디로 적자생존의 법칙에서 잘 살아난 나름 진화한 열매들이다.


사과. 유럽에서는 보리, 밀, 포도 다음으로 술로 많이 만드는 농산물이다.


사이다의 어원 프랑스의 사과 발효술 시드르

한국과 달리 유럽에서는 사과로도 술을 많이 만든다. 프랑스 북부 노르망디 지역에서의 시드르(cidre), 스페인에서는 서북부의 시드라( sidra) , 그리고 영국에서는 사이더(cider)로 불리는 술이다. 그리고 이 사이더라는 이름은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에는 사이다라는 이름의 청량음료가 되어버렸다.


스페인에서 시드라를 따르는 모습. 유리 잔속에 거품을 내기 위해 저렇게 위에서 따른다.


그렇다면 해당 지역에서는 왜 사과로 술을 만들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기후가 날씨가 춥고 강수량도 많아 포도 농사에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포도는 장마와 추위에 약하다. 반대로 사과는 11월에 수확해도 될 만큼 추위와 비에 강한 작물이다. 포도에 비하면 잘 얼지도 않고, 수분 흡수율도 낮다.  다만 포도만큼 당도는 높지 않아 와인처럼 알코올 도수 높은 발효주는 나오지 않는다. 알코올 도수 6도 전후로 와인처럼 고급화된 품목은 아니다.


스페인의 시드라병. 흡사 우리의 참이슬 병과 비슷하다. 제품에 따라 다르지만 한마디로 저렴하고 대중적인 술이다. 출처 www.flickr.com/


그래서 시드르는 와인보다는 맥주처럼 음용하는 술이다. 맥주처럼 탄산이 있고, 청량감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드르를 만드는 곳은 와이너리라고 하지 않는다. 바로 사이더리, 또는 브루어리라고 한다. 이러한 시드르를 증류한 대표적인 술이 있는 곳이 바로 노르망디 지역의 칼바도스다. 그리고 이 지역명이 아예 술 이름이 된 것이다.


칼바도스는 오직 칼바도스라는 곳에서 만들어진 사과 증류주에만 이름을 붙일 수 있다. 오크통 숙성을 2년 이상해야 하는 술이며, 이 노르망디 지역에서는 카페에서도 이 칼바도스 판매할 정도로 일상에서의 술이다.



큼지막한 사과를 품은 칼바도스

칼바도스 중 흥미로운 술을 하나 발견했다. 바로 병 속에 사과가 들어있는 제품이었다. 제품명은 '라 폼 프리 조니 엘'(La Pomme Prisonnière). 프랑스어로 '갇힌 사과'라는 의미다.


신기한 것은 바로 이 사과다. 병 입구는 좁은데 어떻게 이 큼지막한 사과가 들어있냐라는 것이다. 사과를 작게 자른 후에 다시 붙였을까? 아니면 병을 반으로 쪼갠 후에 사과를 넣은 것인가? 실은 둘 다 맞지 않다. 사과는 다시 붙인 자국 하나 없으며, 반으로 쪼개긴 병을 다시 붙이기에는 열기가 너무 강해 사과색이 남을 수가 없다. 도대체 그럼, 어떻게 이 큰 사과를 병 속에 넣었단 말인가.


병 속에서 사과를 성장시키다.

큼지막한 사과를 병 속에 넣은 방법은 간단했다. 바로 사과가 큼지막하기 전에, 즉, 아직 어린 상태의 사과를 병 속에 넣는 것이다. 그리고 줄기를 자르지 않고 병 속에서 머물게 한다. 즉, 병 속에서 사과를 성장시키는 것이다. 병이 무거워 성장을 방해하지 않게 살짝 높은 가지에 끈으로 매달아 놓는다. 그리고 9월 수확 시즌이 되면 정성스럽게 사과를 따준다.


그리고, 사과가 들어간 병에 알코올 도수 45%의 칼바도스 넣고, 사과를 해당 술에 적셔준다. 약 한 달이 지난 후에 병 내에 있는 술을 버리고, 두 번째 칼바도스 넣어준다. 그리고 또 3~4주 후에 병 속에 남은 술을 버리고 마지막으로 알코올 도수 40%의 칼바도스 넣어준다. 그 이후에 병을 봉입하고 출하된다.


어린 사과 열매를 병 속에 넣는 모습.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oe6V4SsXtwo&feature=youtu.be


제품 만드는 영상


참고로 칼바도스 지역에 따라 그 기준이 다르다. 동시에 이 지역에는 사과뿐만이 아닌 서양 배를 함께 발효 및 증류하여 만드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 배 와인을 사과 와인과 함께 섞어 증류하는 경우가 많다.

지역에 따라서는 사과 와인과 배 와인을 베이스로 증류하는 술이기도 하다.


참고로 500ml 칼바도스 하나 만들기 위해서는 사과 40kg, 지금 사이즈로는 사과 한 박스가 필요하다. 즉 사과 한 박스의 풍미가 이 한 병에 그대로 담긴 셈. 한잔에 사과 하나를 먹는 것과 같은 이치다.


서양배. 프랑스의 노르망디의 사과와 같은 지역의 배 와인을 베이스로 칼바도스를 만든다.

다양한 원료로 만든 술에 관심을

술은 100% 자연의 혜택을 받아 만드는 음료다. 산소를 운반하는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는 당이 무조건 필요하며, 이 당을 가지고 효모는 알코올 발효를 한다. 현대 양조 과학이 발달하여 늘 제조에 효율성 좋은 술만 우리 식탁에 오르지만, 알고 보면 술만큼 다양한 재료로 만든 것도 없다. 최근에는 한국에서도 다양한 술의 제조가 시도되고 있다. 청도를 중심으로 한 감와인, 문경의 오미자 와인, 산머루 와인과 예산의 사과와인, 여기에 당연히 칼바도스 및 브랜디와 같은 증류주도 꾸준히 나온다.


흥미로운 것은 증류주의 경우 한 번에 재료를 맞추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오미자, 포도, 사과 등 증류한 제품의 경우는 아주 옅은 향만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맛과 향을 알아냈을 때는 유레카와 같은 짜릿함이 있다.


이 글을 읽는 독자가 다양한 술맛을 봤으면 좋겠다. 단순히 술이 이렇다저렇다라는 획일적인 생각이 아닌 정말 세상 넘어 다양한 술이 있고, 그것을 즐기는 것이 얼마나 흥미로운 가를. 술의 본질은 농업이기 때문이다.

이미지 출처 http://www.calvados-coquere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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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록. 칼바도스 제조 과정


1. 사과 수확

2. 사과 발효 및 와인 제조(시드르)

3. 증류(증류원액인 오드비 제조_

4. 오크통 숙성(2년 이상)


칼바도스 페이 도쥬 (Calvados Pays d'Auge)

증류할 때 프랑스 배 와인의 혼합비율을 30% 이하로 할 것

단식 증류기에서 2회 증류할 것(코냑과 대략적으로 같음)

2년 이상 오크통 숙성

알코올 도수는 40도


칼바도스 돈 프론테(Calvados Domfrontais)

이 지역은 전체 과수의 25%가 서양배를 재배.

증류 시에 서양배 와인의 혼합률이 30% 이상이어야 할 것

반연속식 증류기로 증류할 것(아르마냑과 유사)

최저 3년은 오크통 숙성해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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