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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욱 Oct 17. 2019

소주병 재사용하면 얼마 남나?

소주병 재사용의 역사

최근에 한국 소주의 절대적 시장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참이슬'의 '하이트진로'(약 53%)와 '처음처럼'의 '롯데주류'(20%)가 재활용되는 소주의 빈병 문제로 다투고 있다. 롯데주류에서 수거한 ' 진로이즈백'의 재활용 빈병 200만 병을 '하이트진로'에 돌려주지 않은 것이다. 왜 '롯데주류'서는 남의 회사 소주병을 수거해갔고, 왜 돌려주지도 않는 것일까? 그리고 왜 '하이트진로'는 왜 자신들의 소주병을 '롯데주류'가 수거하게 놔둔 것일까? 그리고 그 빈병은 소주업체에게 얼마나 중요한 것일까? 



소주의 원재료 중 가장 비싼 소주병

소주의 병 가격은 약 150원 정도. 물론 새병이다. 소주의 원가, 즉 세금을 뺀 공장도 가격은 450원 전후이다. 한마디로 소주 가격의 1/3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이 병인 것이다. 2017년도 기준으로 소주업체의 총매출은 약 2조 5천억 원 정도. 이 중 8천억 원~1조 원 정도가 병이 차지한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한마디로 소주의 가격을 좌지우지하는 부분. 마케팅 및 관리비용, 설비 상각비용을 제외한 원재료 부분에서는 이 소주병이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하는 것이다. 사업의 성패를 좌지우지할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주요 재원이다. 


한국의 주류 시장 규모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출고가 기준으로 국내에서 생산되는 주류 시장은 약 9조 5천억 원 정도 본다. 여기에 수입주류를 합치면 약 10 조 정도. 만약 이 제품이 주류유통업체를 통해 마트 및 음식점으로 팔리게 되면 약 30조 원 정도의 시장이 된다. 우리나라 국방예산이 40조 원 정도니 주류시장이 차지하는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이러한 10조 시장에서 맥주가 차지하는 비율이 약 53%, 그리고 소주 부분은 25% 정도다. 한마디로 소주와 맥주로 80% 가까운 점유율을 가진 것이다. 한국이 소맥 공화국으로 불리는 이유가 바로 이러한 압도적인 점유율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소주병은 어떻게 재활용되고 있나?

현재 소주병은 공용병 디자인을 정해놓고 10여 곳의 소주업체가 함께 사용하고 있다. 시작은 2003년도에 도입된 '생산자 책임 재활용 제도' 때문. 포장재를 사용하는 회사는 재활용 가능한 폐기물을 일정량 이상 재활용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도입 초기에는 소주병의 높이와 용량(360mL)만 맞으면 제조사에 상관없이 재활용되었는데, 생산설비에서 오류가 나기도 하고, 다른 회사의 디자인을 사용하다 보니 이질감을 호소하는 의견도 있었다. 그래서 결국 2009년의 합의를 통해 2010년부터 환경부와 10곳의 소주 회사가 당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참이슬 병으로 디자인을 통일, 공용병으로 사용하기로 한다. 


소주공용병.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재구매와 재활용의 비용 차이

그렇다면 소주병을 새로 구매하지 않고, 세척만 하면 어느 정도 비용이 들까? 새 병의 가격은 약 150원 정도다. 하지만 세척을 하면 병당 50원 정도에 맞출 수 있다. 만약 세척을 하지 않고 파쇄해서 재활용을 하는 비용도 150원 정도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100원이나 이익이다. 그래서 업계에서도 적극 재활용을 활용했다. 한마디로 오늘의 참이슬이 내일은 처음처럼 처럼 둔갑이 돼서 나올 수 있다는 이야기다. 


초기에는 진로 표시가 있는 처음처럼이 등장하기도

2010년부터 공용 디자인을 사용했지만, 이미 이전에도 기존의 병은 시장에 유통되고 있었다. 2009년 이전의 소주병에는 자사명을 양각이나 음각으로 빈병에 새겨놓기도 했는데, 이렇다 보니 제품 라벨은 '처음처럼' 인데 소주병은 '참이슬'인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래서 잘 못 산 것 아닌가, 가짜 소주라는 해프닝도 있었다.

이렇게 된 이유는 일단 병을 사용하면 수명이 3~5년 정도 되기 때문이다. 즉 2009년 이전에 만든 제품이 2013,2014년까지 유통된 것이다. 


환경적으로 이득인 소주 공용병

이렇게 공용병을 사용하다 보니 남의 회사 제품이라도 빈병을 다시 갔다 줄일 이 없었다. 편의점 및 마트 등에서 빈병을 수거하는 데 있어서도 구분이 필요 없어서 편했다. 무엇보다 파손이 적었다. 유리로 된 소주병의 경우 가장 파손은 이동할 때다. 이러한 과정이 적고 구분이 간편해져서 기존에 6~7번 정도 재활용을 하던 소주병이 최근에는 9번 까지도 재활용할 수 있었다. 맥주 역시 2009년도부터 공용병 제도를 도입하게 되는데, 기존에 9번 정도 활용했다면 최근에는 15번~20번까지도 재활용을 하게 되었다. 유통 등에서 소비되는 다양한 재원들의 손실이 적어진 것이다.


재활용되는 소주병, 이물질은 없을까?

일단 수집된 빈병은 술 공장에서 1차적으로 선별된다. 담배꽁초, 파손된 병, 기름병 등은 파쇄되어 유리병 원료로 사용되며, 1차 합격 판정을 받은 제품이 재활용 공정으로 들어가게 된다. 처음에는 거의 병을 삶는다고 볼 수 있다. 세척 용액과 들어간 고온의 물(70~80℃)로 세척을 진행하는 것이다. 약 30~40분 정도 삶아내면 헹궈내고 말리는 과정을 거친다. 이후 6대의 첨단 카메라에 부착된 공병 검사기(Empty Bottle Inspecter)를 통해 병 입구부터 바닥까지 모두 촬영을 하여 작은 이물이라도 발견되면 바로 빨간 경고등이 울리며 제조라인에서 제거된다. 그다음에는 9대의 카메라가 부착된 완제품 병 검사기 (Filled Bottle Inspecter)를 통과시키는데, 이 과정에서 이물질과 병에 미세한 상처 등이 있는지도 확인한다. 마지막에는 백라이트 조명을 통해, 숙련된 검사자들이 육안검사로 꼼꼼히 확인하고 출고시킨다. 


다만 이렇게까지 진행하지만 완벽하게 모두 제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 100만 분의 1 확률로 이물 혼입이 신고되기도 한다. 그래서 식약처는 2014년부터 매년 '소주, 맥주 빈병에 아무것도 넣지 마세요' 홍보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덕분에 이물질에 대한 신고 건수가 2015년 22건, 2016년 16건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잘 없어지지 않는 이물질이 하나 있다. 바로 참기름이다. 소주병을 참기름병으로 사용해서 재사용하는 경우, 완벽하게 냄새가 제거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이 참기름 냄새가 날 확률은 약 100만 분의 1 정도로 만날 일은 거의 없지만, 유리병 재활용이 100% 완벽하다고 보기는 어려운 부분이 바로 이러한 부분이다. 만약 참기름 냄새가 나면 판매점 또는 제조사에 직접 문의해 보는 것이 좋다. 


소주병이 수거되는 과정은?

마트 등에서 수거된 병은 유통업체 등을 통해 제조사로 보내지는 방식이다. 그런데 유통사의 경우 다양한 제조사의 제품을 취급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병을 제조사별로 나눠서 보내지 않는다. 또, 마트 및 편의점 등에서도 빈병을 하나하나 제조사별로 취급하지 않는다. 이렇다 보니 '롯데주류''에 하이트진로' 제품이 들어오고, 또 '하이트진로'에는 '롯데주류'나 타사 제품이 들어오는 것이다. 다만 소주병의 경우 기존에 큰 문제는 없었다. 누구 것이라도 같이 쓸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진로이즈백이라는 새로운 디자인이 등장을 하면서 이 시장이 완전히 달라졌다. '진로이즈백'의 경우는 '롯데주류' 및 타사는 사용하지 못하는 오직 '하이트진로'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돌려줘야 하는 제품인데 여기에 비용과 시간이 든다. 


롯데주류와 하이트진로가 다투는 이유는?

롯데주류는 '진로이즈백'이 2009년도에 합의한 공용병 디자인에 적합하지 않기에 협약 위반이라는 이유로 아직 자사 공장에 그대로 두고 있다. 그래서 '진로이즈백' 빈병이 무려 200만 개나 롯데주류 창고에 있다. 하이트진로의 입장은 공병이 수거가 안되면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번 '진로이즈백'제품은 새로운 금형에 디자인을 입힌 만큼 기존의 병보다 20% 정도 가격도 높다. 그렇다 보니 제품 발주는 어렵고 공병은 안 들어오니,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이다. 


양사의 입장은?

'하이트진로'의 입장에서는 돌려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기존에도 기준에 맞는 공용병이 아닌 다른 병으로 만든 소주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이트진로'의 경우 '롯데주류'의 제품인 '청하' 등을 수거하면 돌려주는 과정을 거친다. 다만 '롯데주류' 입장에서는 '청하'는 청주로 써 기존에합의한 소주와는 다른 군이며, 소주의 공용병 관련하여 재차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물론 '롯데주류' 입장에서도 합의한 소주병이 아닌 제품군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무학'이나 '금복주'에서 나온 제품도 공장으로 오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제품은 실질적으로 수량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진로이즈백'의 경우 출시 수달만에 생산량이 1,000만 병이 넘어갔고, '롯데주류' 자체도 관리에 더 품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빈병은 언제부터 수거했나?

어릴 적 빈병은 주로 고물상에서 취급했다. 과자나 엿으로 바꿔주기도 했는데 이것이 법적으로 등장한 것은 1985년이다. 술 가격에 재활용 가격도 넣어 판매를 한 것이다. 바로 병 보증금 제도다. 1985년도에 등장한 빈병 보증금 제도는 한마디로 술 가격에 병 가격을 넣어 판매를 하는 시스템이었다. 결국 초기에 비싸게 구매를 하고 병을 주면 환급받는 형태였다. 당시 초기 빈병 가격은 맥주병 50원, 소주병 40원이었고, 이 가격이 30년을 넘게 지속되었다. 결과적으로 물가가 오르면서 병 수거가 잘 되지 않았다. 가격이 너무 낮았기 때문이다. 2016년도에 이 병 가격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지고, 2017년도 이후 생산된 병에 대해서는 소주병 40원을 100원으로, 맥주병 50월을 130원으로 올리게 된다. 2017년도 이전의 병은 재활용이 어려워서 기존의 가격으로만 보증금을 준다. 덕분에 병의 재사용률이 늘어났다. 기존에는 85% 정도였는데 이제는 95%까지 오른 것이다. 그리고 맥주의 경우 평균 20번까지도 재사용하게 되었다. 


최근에 이렇게 높은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만큼 병테크란 말이 나올 정도다. 2인 가족 기준으로 1년에 총 소비하는 소주와 맥주는 총 400병 정도. 결국 4만 원 정도의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수거율이 높아졌지만, 선진국에 비하면 아직도 낮다. 독일의 경우는 수거율이 95% 정도이며, 우리나라 맥주병은 5~8년 정도 사용한다면, 일본의 경우는 맥주병 하나로 30년을 사용하기도 한다. 


해외의 경우도 이렇게 공용병을 사용하나?

일본의 경우 맥주 일부 회사가 이 경우 사용하고 있음. 아사히 맥주, 삿포로 맥주, 그리고 산토리 맥주가 사용하고 있다. 다만 일본의 경우 분쟁이 적다. 이유는 이미 수거과정에서 꼼꼼히 타사 것을 체크하기 때문이고, 다른 디자인의 병은 따로 관리를 하는 것이다. 다만 따로 보증금 제도는 가지고 있지 않아 병을 돌려준다고 해도 돈을 받을 수는 없다. 


막걸리 업체들이 소주병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소주병을 제조하는 유리제조업체는 대기업 대상으로 거래를 한다. 이유는 최소 수량단위가 10만 개 이상인 것이다. 병 가격도 가격이지만 거대한 수량을 보관할 장소가 필요하다. 결국 대기업이 아니면 쉽게 소주병을 구입하지 못한다. 또, 소주병을 구매했다고 하더라도 유통과정에서 회수를 담당해 줄 중간도매업체가 적다. 작은 양조장이 전국 유통망을 가지고 있는 경우는 지극히 적기 때문이다. 결국, 이 초록색의 소주병은 자본집약적인 산업과 제품이라고 볼 수 있다. 결국 작은 막걸리 양조장이 소주병이 아닌 다른 유리병으로 제품을 만드는 경우는 병당 500원~ 1000원이 든다. 막걸리 양조장은 규모도 작은만큼, 시장매입 가격도 비쌀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소주병이 초록색이 많은 이유는?

90년대 경월이라는 소주회사가 만든 그린 소주라는 소주가 최초로 초록색병에 소주를 담았다. 이것이 히트를 쳤고, 이후에 이 초록색병은 소주병의 대명사가 되었다. 결국 많이 만들다 보니 가장 저렴해졌다. 그래서 다들 사용한다. 결국 소주는 엄청난 자본집약적인 산업과 제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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