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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욱 Nov 04. 2019

위스키를 가장 많이 마시는 나라는 인도?

알고보면 흥미로운 아시아 위스키 시장

지금 아시아는 위스키가 대세


우스게 바흐(UISGE BEATHA)라는 생명수(生命水)라는 뜻을 가진 술이 있다. 중동의 연금술에서 유래가 되었으며, 십자군 전쟁을 통해 유럽으로 전해졌고, 이후 흑사병의 치료제로 쓰였던 술, 현대에 들어와 영국 왕실 건배주로 쓰인 위스키 이야기다. 전통적인 위스키 생산 및 소비국가로는 스코틀랜드를 중심으로 아일랜드, 미국, 캐나다 등이었다. 여기에 100년 전부터 위스키 강국을 꿈꾸던 일본 위스키를 합쳐 위스키 5대 국가라고 부른다.  

흥미롭게도 이 시장에 추가적으로 아시아 국가가 명함을 내밀고 있다. 새롭게 떠오르는 별 '대만 위스키'와 그리고 압도적인 경제성장으로 위스키 강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인도 위스키'다. 실은 원래 이 나라들은 기후가 위스키 제조에 맞지 않아 생산에 적합하지 않다고 여겼던 나라들이다. 그저 중남미에서 사탕수수로 만드는 럼이나 만들면 되는 나라라고 여겨졌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들 나라에서는 무슨 일이 생겼을까?


인도 위스키 암룻 싱글몰트. 출처 암룻 홈페이지


세계 최대 위스키 소비국가는 인도

약 10년 전 인도에서 통계가 정착되면서 인도의 인구 및 시장규모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글로벌 시장 조사 및 컨설팅 업체인 입소스(IPSOS)의 2013년 보고서에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것이 있는데  따르면 바로 인도가 세계 위스키 시장 1위라는 것이다. 과거 영국의 식민지였던 인도는 매년 7%의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다. 여기에 인구수 12억에 중산층 계급이 급증하고 있는 인도에서는 위스키 소비가 압도적으로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위스키 수량으로만 따지면 미국의 3, 4배, 프랑스의 10배 이상의 수치다. 


그렇다면 인도인들이 마시는 위스키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영국 알코올 음료 전문 시장조사회사인 IWSR과 전문지 스피릿 비즈니스(The Spirits Business)가 조사한 2017년 위스키  판매수량 세계 랭킹에 따르면 

탑 10에 들어가는 위스키 중 인도산 위스키가 7개나 포진하고 있다. 글로벌 브랜드로 유명한 조니 워커 및 잭다니엘 등이 겨우 5~6위 정도의 수준이다. 조니워커의 연간 판매량은 1900만 케이스, 잭 다니엘은 1250만 케이스다. 여기에 인도 위스키인 오피셜즈 초이스(Officer’s Choice)라는 위스키는 연간 3000만 케이스를 가볍게 넘고 있다. 물론 글로벌 기업과 협업해서 만드는 경우도 많치만, 어디까지나 인도산 위스키가 전세계 소비량 1위라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세계 위스키 판매수량 랭킹


1. 오피셜즈초이스(Officer’s Choice):인도

2. 맥도웰스(McDowell’s): 인도

3. 임페리얼 블루(Imperial Blue):인도

4. 로열 스테크 위스키(Royal Stag Whisky):인도

5. 조니워커(Johnnie Walker): 스코틀랜드

6. 잭 다니엘스 위스키(Jack Daniel’s Whiskey):미국

7. 오리지널 초이스(Original Choice): 인도

8. 헤이월즈 스파인(Hayward’s Fine):인도

9. 짐빔(Jim Beam) : 미국

10. 올드 터번(Old Tavern):인도


인도 최초의 싱글 몰트 위스키 암룻. 출처 암룻 홈페이지


단, 이러한 인도 위스키는 EU 내에서는 위스키로 판매할 수는 없다. EU에서는 '곡물을 원료로 하는 증류주를 나무통에 숙성한 것'이라는 것이 EU 내의 위스키 정의다. 인도 위스키는 사탕수수에서 나온 당밀을 주원료로 인도의 곡물을 섞어 만든다.  유럽에서는 럼으로 취급하지만, 인도에서는 곡물을 넣었다는 것으로 주세법상 위스키가 되어있다. 한마디로 인도식 위스키인 것이고 이것이 거대한 인도 국내 시장에서 히트를 쳤다. 


이러한 붐에 힘입어 1987년부터는 오직 보리 맥아로 하나의 증류소에서만 만드는 정통파 위스키 '싱글 몰트 위스키'를 만들고 있다.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암룻 퓨전(AMRUT FUSION).  일반 시장에서 성공한 만큼 이제는 고급 시장을 노린다는 의미다.  2010년 위스키 바이블의 저자인 영국인 짐 머레이 씨는 2010년 저자의 내용 중에서 100점 만점 중 97점이라는 고득점으로 평가했으며, 세계 3위의 위스키라고 평가했다. 2008년도에는 몰트 마니악스 어워드(The Malt Maniacs Awardsㅇ)에서  최고상을 수상하기도 하면서 영국, 미국, 일본 등으로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


암룻 퓨전(AMRUT FUSION) 위스키의 경우의 경우 전체적인 맛은 스파이시하며, 짭조름하다는 평이 많다. 인도 특유의 맛을 가진 것이다. 


지금 가장 주목받는 위스키 대만 위스키 '카발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대만, 인도, 더불어 일본까지도 스카치 위스키에 견줄만한 좋은 위스키가 나올 수 없다고 했다. 이유는 기후 때문. 날이 춥고 습기가 많아야 위스키 숙성에 적당하다. 그리고 오랫동안 숙성하기 위해서는 위스키 원액의 증발량이 낮아야 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기후상황이라면 스코틀랜드는 1년에 1~2% 내외가 증발된다. 여기에 대만을 비롯한 아열대 기후는 15~20%까지도 증발해 버린다. 이렇게 증발해버리면 힘들게 만든 알코올 자체가 사라지게 된다. 제품이 아예 안 나오는 것이다. 더군다나 스코틀랜드처럼 20년, 30년 숙성이라는 고부가가치 제품은 만들기가 어렵다. 그 세월을 겪는 동안 모두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것 불리한 조건을 역발상으로 내놓은 곳이 바로 대만 위스키 '카발란'이다. 


카발란 위스키. 출처 골든 블루


타이베이에서 남쪽으로 60킬로 떨어진 곳에 기란(宜蘭) 지역에 위치한 카발란 위스키 증류소는 3000미터가 넘는 산맥이 이어지고 있는 곳이다. 여기에 아열대 특유의 높은 강수량에 연평균 기온은 27도 정도다. 이곳의 역사는 겨우 15년 정도. 더운 지역에서 나오는 독특한 위스키가 생산된다. 오크통에서 숙성시키면 연평균 증발되는 양은 약 16% 정도. 스코틀랜드에 비해 무려 8배나 많다. 


그래서 스코틀랜드에서 30년 걸려서 진행되는 숙성이 이 지역에서는 5~6년이면 완성된다고 이야기를 한다. 숙성이 빨리되는 만큼 숙성 연도에 너무 구애받지 말라는 의미이며, 그래서 숙성연도를 기입도 잘 안 한다. 물론 추운 환경에서 30년을 걸려 만든 제품과 5~6년 단기간에 숙성한 제품의 맛이 같으리라고는 말을 할 수 없다. 오히려 맛은 달라진다. 그 단기간에 숙성되는 맛이 기존의 위스키 전문가들에게 신선함으로 다가간 것이고, 빨리 증발한다는 생각의 전환을 통해 오히려 가치를 만들어 낸 것이 이 카발란이다. 카발란은 2010년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진행된 위스키 블라인드 테이스팅 이벤트에서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 위스키를 압도적인 점수차로 이기고 1위를 차지했으며, 2017년도에 월드 와이드 위스키 트로피, SWSC에서는 베스트 아더 싱글 몰트 위스키 등 세계 굴지의 대회에서 수상을 하게 된다. 


영국의 위스키 평론가 찰스 맥클린 씨는 이 카발란 위스키를 두고 열대 과실, 열대 과실의 잼과 같은 독특한 아로마가 있다고 평론하였다. 


정통파 위스키를 추구한 일본

일본 국내에서는 국산 위스키가 너무 인기가 많아 품절이 되어버리곤 했다. 산토리 위스키 야마자키 12년과 히비키 등 고급 제품이 대표적이다. 증류소로 찾아오는 관광객도 해마나 넘친다. 북해도에 있는 요이치 위스지 증류소는 대규모 관광버스로 주차장이 꽉 차있고, 산토리 위스키의 오사카 공장과 야나마시 공장은 늘 예약으로 붐빈다. 


일본스러운 디자인의 산토리 히비키 위스키


이렇게 일본 위스키가 인기를 끈 이유는 100년 전부터 스코틀랜드 정통 위스키를 표방했기 때문. 일본의 위스키 아버지라고 불리는 타케츠루 마사타카(竹鶴 政孝)라는 인물은 아예 증류소를 스코틀랜드와 기후가 가장 비슷한 북해도에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일본인은 경우 서양인에 비해 알코올 해독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지기에 1960년대의 경우 건강을 해치는 술로 치부되곤 했다. 이때 나온 것이 바로 얼음을 넣고 마시는 온 더 록스(On the Rocks) 문화. 여기에 녹차 및 우롱차, 따뜻한 물을 섞어 마시는 등, 섞어마시는 와리라는 문화가 탄생하게 된다. 여기에 탄산을 가미한 하이볼 문화까지 나오면서 위스키의 도수는 식사와 함께 할 수 있는 와인 정도의 12~13도 정도부터 맥주 정도의 5도 정도까지 다양하게 마실 수 있는 여건을 조성, 더 이상은 건강을 해치는 술로 여겨지는 일은 없게 되었다. 


산토리 로크 진. 


최근에 일본은 위스키 붐에 힘입어 다양한 증류주를 개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진과 보드카다. 이 두 증류주의 경우 긴 숙성기간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바로 만들어 바로 판매가 가능하다. 여기에 일본 사케 양조장까지 이러한 시장에 참여, 자국의 쌀을 이용해서 진 및 보드카를 만들고 있다. 최근에 일본의 진 수출은 맥주와 위스키에 이어 3위 주류로 발돋움했다. 자국의 농산물을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만들고 있다는 의미다. 


소규모 한국 와이너리들이 브랜디 등에 도전

대만의 경우 킹카그룹이라는 굴지의 기업이 도전을 하고, 인도의 경우는 지역 자본 또는 해외 자본에서 투자를 했지만, 한국의 경우는 전혀 다르게 소규모 양조장에서 다양한 증류주 제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디아지오 코리아 출신의 마스터 블랜더 이종기 박사가 이끄는 문경 오미나라는 지역에서 재배한 오미자와 사과로 증류주인 브랜디를 만들어 시장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충남 예산의 예산사과 와이너리도 직접 재배한 부사로 와인을 제조, 이후 증류를 통해 사과 브렌디를 만들고 있다. 거봉으로 유명한 천안에서는 두레앙이라는 거봉 브렌디를 제조 중이다. 작지만 그래도 우리 농산물을 이용한 고부가가치 술에 도전을 하고 있는 것이다. 


예산의 추사애플 브렌디


오미나라의 고운달. 한국 최고가 브렌디다. 


우리도 위스키를 계속 만들었다면...

한국은 위스키 소비량이 계속 줄고 있다. 이유는 일본, 대만, 인도와 달리 유흥시장에서의 소비가 압도적이었기 때문이다. 최근에 주 40시간 근무제도에 저녁이 있는 삶을 추구하는 근무환경이 확산되다 보니 단체로 밤늦도록 위스키를 마시는 일은 적어진 것이다. 게다가 한국의 위스키 문화는 맛을 보고 음미하는 것보다는'부어라' '마셔라'라는 것이 컸다. 그래서인지 틀에 얽매이지 않는 창의적인 국산 제품은 시장에 등장하지 못했다. 게다가 국산 위스키라고 불리는 제품은 모두 스코틀랜드 위스키 원액으로 만들고 있다. 실질적으로 모두 수입제품인 것이나 마찬가지다. 


한국도 한때 위스키 산업에 도전했을 때가 있었다. 80년대 초에 진로 및 오비, 그리고 백화양조 등에서 국산 위스키 제조를 수년간 시도하였다. 결국 외국에서 수입하는 것이 오히려 더 저렴하다는 판단 아래 90년 대 초 국산 위스키 제조를 아예 포기하게 된다. 무엇보다 한국에서 위스키를 숙성하면 역시 증발량이 너무 많아 타산에 안 맞는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인도, 일본, 그리고 대만의 사례를 봤을 때, 너무나도 아쉬운 부분이다. 


시대가 바뀌고 있다. 권위적인 제품이 아닌 독창적인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그런 의미로 한국도 얼마든지 찬스가 있다. 숙성이라는 시간이 주는 인내를 기다릴 줄 알고, 남들이 하는 것을 따라가지 않는 독창적인 모습으로 진행해야 한다. 그 독창적인 포인트는 바로 우리  농산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 그래야 진정한 로컬의 가치를 품게 되고, 그것이 단순한 국산 위스키가 아닌 리얼 코리안 위스키가 될 것이다. 더불어 우리 농산물의 가치도 높아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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