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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욱 Nov 19. 2019

비싼 막걸리는 뭐가 다르지?

고가 막걸리와 저가 막걸리의 세계


한국인에게 막걸리란 어떤 존재일까? 허기짐을 달래는 서민의 술? 파전과 잘 어울리는 비 오는 날의 술? 실제로 비가 오는 날에는 막걸리의 매출이 맑은 날에 비해 2배가 넘고, 배고플 때 김치 하나만 있으면 훌륭한 안주가 된다. 그런데 이러한 막걸리가 지난 10년을 사이로 엄청난 발전을 거듭해 오고 있다. 단순한 서민의 술이 아닌 선택의 폭이 넓은 술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로 현재의 대한민국 막걸리를 4가지 스펙트럼으로 나눠보았다.



첫째 일반 소비자가 자주 접하는 대도시 막걸리다. 서울 장수 막걸리, 부산의 생탁, 인천의 소성주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막걸리는 도시를 기반으로 고객층을 확보, 굳건한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 곳이다. 소비자 가격대는 모두 1000원 대. 저렴하고 대형 마트 및 편의점에서 편하게 구매가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막걸리는 가성비를 적극 추진하는 제품이다. 그래서 원료가 수입쌀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소비자는 개의치 않는다. 아직은 저렴하게 마실 수 있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10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지역 막걸리다. 양평의 지평 막걸리, 부산의 금정산성 막걸리, 당진의 백련 막걸리 등이 특히 유명하다. 기존의 획일화된 맛에서 벗어나 지역색과 근대문화유산이라는 품위를 가지다 보니 소비자들이 오히려 접근한 케이스다. 해당 막걸리는 일반 대도시 막걸리보다 1000~2000원 정도 가격이 높다. 하지만 소비자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 사회적 가치를 담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최근에 이러한 양조장은 역사와 문화를 대표하는 만큼, 다양한 계층에서 방문, 체험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 양조장이 지역 명소로 선정된 만큼 여행지에서 꼭 들려보는 코스로도 성장 중이다. 양조장에 따라서는 지역의 고급 쌀을 사용한다.


사진. 신평 양조장.당진 지역 햅쌀을 사용 중이다.



세 번째는 2030의 취향을 닮은 크래프트 막걸리다. 대표적으로는 단양의 도깨비 술, 서울의 나루 생막걸리, 여주의 술아 핸드메이드 막걸리, 홍천의 술 헤는 밤, 용인의 떠먹는 막걸리 이화주, 그리고 울산의 복순도가 막걸리다. 모두 팬시한 디자인을 가지고 있는데, 디자인만 각별한 것이 아니다. 100% 우리 농산물에 무감미료가 많으며, 수제로 빚는 고급 막걸리로 분류되는 군이다. 또 만드는 사람은 3040세대. 젊었을 때 전통주 빚기를 접했고, 이러한 영역에 트렌디를 접목한 분류라고 볼 수 있다. 가격은 6000 원에서 1만 원 내외. 주로 인스타 등에서 이슈가 되고 있으며, 트렌드 세터들이 찾는 막걸리라고 볼 수 있다.


크래프트 막걸리라고 불리는 새로운 감각의 막걸리. 만드는 방식은 오히려 전통에 가깝다.


네 번째는 최고의 기술을 뽐내기 위한 고급 막걸리 라인이다. 이러한 제품은 소비자 가격이 가볍게 1만 원~5만 원 정도의 고가품목이다. 100일 이상의 숙성을 통해 원료의 풍미와 숙성의 깊은 맛에 원료를 아낌없이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대표적으로 평택의 천비향, 청주의 풍정사계 추, 여주의 백년향, 안동의 별바랑, 포천의 산정호수 막걸리, 송도의 삼양춘, 문경의 문희탁주, 홍천의 홍천강 탁주 등이다. 알코올 도수도 기존의 막걸리(6도)보다 약 2배가 넘는 10도~19도로 다양하다. 술 발효를 담당하는 누룩균 조차 지역의 토착 효모를 쓰는 경우가 많다. 직접 수제로 배양하는 것이다. 대도시 막걸리처럼 시원하게 벌컥 마시기보다는 향과 맛을 음미하는 청주 형태로 즐기는 것이 좋다.


고급 막걸리를 추구하는 추연당의 백년향.100일 숙성은 기본이다.



금계당의 별바랑.안동쌀로 오랜 숙성을 통해 만들어진다.


최근에 막걸리 가격이 높아졌다는 기사가 있었는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막걸리 가격이 그냥 오른 것이 아닌, 이제는 지역의 농산물과 수제의 감성을 담아 막걸리 자체에 부가가치가 생긴 것이다. 예전에는 무조건 막걸리는 저렴하다는 프레임에 갇혀있었지만 그것이 천천히 깨져가는 모습이다.

다만, 정부에서 막걸리 등급화를 하자는 의견도 있다. 고급과 일반을 나누자는 것이다. 필요한 부분일 수도 있지만, 고급과 비고급의 기준은 소비자가 결정하는 것뿐, 국가에서 진행할 일은 아니다. 그저 구분할 수 있는 지표 정도로 충분하다.


고급 막걸리를 추구하는 산정호수 동정춘 막걸리


결국, 막걸리의 다양한 스펙트럼이 커지는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한 장인들과 그리고 그것을 알아주는 소비자, 그것을 이어주는 판매자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이러한 모습은 막걸리를 양적 시장이 아닌 질적 시장으로 발전시켜왔다. 이것이 진정한 막걸리의 모습이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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