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명욱 Dec 13. 2019

세계 최고가 술은 얼마일까?

세계 최고가 술을 찾아서

론스타-외환은행 매각 건을 소재로 한 영화 <블랙머니>가 흥행 중이다. 여기에 흥미로운 술이 하나 등장을 하는데 바로 3억 원짜리 위스키. 살짝 흘리기만 해도 몇백만 원이 날아간다며 호들갑을 치던 그 술은 권위와 선민사상에 찌든 로펌 대표 문성근이 주최한 파티에 등장하는 술로 은행장, 금감원장 등 금융계 핵심 인사들이 어울려 마시는 술이다. 또 비리 총리(이경영)가 사건 수사하는 검사들을 회유하는 장면에서도 등장한다. 실은 이러한 술은 다양한 방면에서 활용이 된다. 대표적으로 소장용, 마지막으로는 재테크 용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술이 거래가 된다는 것, 그렇다면, 이러한 초고가의 술들은 어떠한 부분이 가격 결정에 가장 큰 요소를 가질까?


위스키 및 증류주는 가격 결정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는 먼저 숙성기간이다. 오래 숙성할수록 향과 맛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다만, 오래 숙성을 하게 되면 제조사 입장에서의 리스크는 있다. 매년 2% 전후로 알코올이 증발이 되어 양 자체가 적어지는 것이다. 흔히 이야기하는 천사가 마신다는 엔젤스 셰어(Angel's share). 그래서 오래 숙성하면 기본적으로 가격이 오르게 되며 심하면 다 사라져 버린다. 오래 숙성한 위스키에 희소성이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가 있다. 


따라서 기업 입장에서는 오랜 숙성을 통해 술을 판다는 것은 상당 부분 리스크를 가지게 한다. 빨리 술을 팔아야  회사 운영이 원활하기 때문이다. 즉, 팔지 않고 숙성을 한다는 것은 자금 회전에도 부담을 준다. 따라서 대부분의 제품은 3, 4년 정도의 숙성을 거쳐 제품화를 진행하며, 고급 제품은 10년~30년 정도의 숙성기간을 두고 판매된다. 따라서, 40년이 넘는 위스키는 실은 구입하고 싶어도 구입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미 다 팔아버린 제품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소량으로 남겨놓은 제품은 50~60년 숙성을 통해 초고가 제품으로 출시한다. 그것도 기념일에 맞춰 한정판 소량으로 진행한다. 이렇다 보니 일반 시장이 아닌 경매에서 그 가격이 결정이 난다. 결국 희소성을 가장 중요시하며 경매가 진행된다. 같은 제품을 다시 구입하려면 50년 이상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위스키 등은 오래될 수록 비싸져
와인 등은 오히려 가격이 떨어지기도


와인의 경우는 위스키 및 코냑과는 달리 숙성기간과 가격이 무조건 비례하지는 않는다. 와인은 증류주와 비교하면 알코올 도수가 낮아 숙성하는 과정에서 식초로 변하던지, 맛이 변질되기 쉽기 때문이다. 따라서 초고가 위스키처럼 50년 이상을 숙성을 하면, 맛의 변화가 너무 심해 오히려 맛없어지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와인은 그 해의 포도 작황 상황 및 기후 등이 가장 중요한 요소이며, 숙성은 그다음이다.


현재, 경매에서 주로 진행되는 초고가 술은 프랑스의 코냑, 위스키, 와인과 최근에 부상하는 중국 백주다. 여기에 일본의 사케가 기회를 틈틈이 넘보고 있다. 그래서 현재 경매 및 일반 시장가에서 결정 난 주종별 최고가 술 5종과 한국 술의 과제를 설명해 본다.


세계 최고가 술 앙리 5세 그랑 샹파뉴


프랑스 코냑 : 앙리 5세 그랑 샹파뉴(Henri IV, Cognac Grande Champagne)- 한화 22억 원

6,500개의 다이아몬드가 화이트 골드의 바틀을 장식하는 초고가 브렌디이다. 1776년부터 만들어진 원액을 100년 이상 오크통에서 숙성 후 판매한다.  흥미로운 것은 단순한 브랜디가 아닌 다양한 약초도 들어가 있다는 것. 덕분에 불로장생 술이라는 별명도 있다. 프랑스 부르봉 왕조의 시조인 앙리 4세의 후손이 만들었다고 알려져 있다. 대부분 마시기보다는 소장을 하는 술로, 마셔본 사람이 거의 없어 맛도 모르고 구입한다고도 한다. 디자인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보석상인 호세 다바로(Jose Davalos)가 기획했다. 바틀 가격만 10억 원을 호가한다고 말하는 만큼, 술 자체에 대한 가격은 의외로 낮다는 평가다. 현재 기네스북에 등재된 최고가 술이다. 

위스키 - 맥캘란 파인 레어 1926. 한화 21억 8천만 원


위스키 - 맥캘란 파인 레어 1926. 한화 21억 8천만 원

스코틀랜드의 유명 위스키 맥캘란의 '파인 레어 1926 60년 산'이 위스키 역사상 최고가 술이다. 올해 10월 런던 소버디 경매를 통해 145만 2,000파운드(한화 약 21억 8,733만 6,300원)로 낙찰되었다.


이번 최고가에 낙찰된 제품은 1926년에 증류해 60년간 셰리 오크통에 숙성시킨 위스키다. 파인 앤 레어(Fine and Rare)란 라벨에 예술가와 협업하지 않은 제품이다. 즉 술 외에 부가적인 것은 지극히 들어가지 않은 품목으로 오직 술의 가치만으로 가격을 평가받은 것에 큰 특징이 있다. 현존하는 위스키 최고가 2위 제품도 같은 맥캘란 제품으로 역시 1926년도에 출시한 '맥캘란 마이클 딜런 1926'으로 17억 원에 낙찰되었다. 아시아산 위스키 최고가는 일본 산토리 위스키 야마자키 50년으로 21018년 홍콩 경매에서 3억 2천만 원이 최고가다. 


락텐 이치바에 올라와있는 로마네꽁티 1945. 3리터짜리 큰 용량이다.

와인- 로마네 꽁띠(Romanée Conti) 1945- 6억 원

프랑스의 로마네 꽁띠(Romanée Conti) 1945년 빈티지 제품이 최고가 와인 기록을 가지고 있다. 원래 로마네 꽁띠는 매년 6000병만 생산하며, 일반 제품도 가볍게 천만 원을 넘는 등 늘 최고가 와인 가격을 가지고 있는 와이너리다. 이 제품이 더욱 가격이 높은 이유는 1945년도의 포도 작황 및 기후와 환경이 최고였다는 것, 게다가 당시 전쟁의 영향으로 600병 밖에 생산하지 않았고, 3리터의 바틀은 2병(4병이라는 설도 있음)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미국 뉴욕에서 55만 8000달러(약 6억 5500만 원)에 낙찰돼 와인 최고가를 기록했다. 일본 판매가는 이보다 더 높아 병당 3억 3천만 엔(33억 원)에 가격이 올라와 있지만 구입자는 확인이 안 된 상태이다. 


1945년도 산 로마네 꽁티가 가격이 높은 이유는 유일하게 포도 접목을 하지 않고, 프랑스 고유의 포도 묘목에서 포도를 재배한 해다. 접목이란 2개 이상의 식물체를 인위적으로 만든 절단면으로 접착하여 한 개의 개채를 만드는 일인데, 당시 포도나무의 천적 필록셀라라는 전염병에 대한 대책이기도 했다. 즉, 1945년도의 로마네 꽁띠는 전통 프랑스 포도로 만든 최고의 와인으로 볼 수 있다. 더불어 전염병의 영향으로 로마네 꽁티는 1951년도까지 생산되지 않았다. 즉, 이 당시의 와인을 구하려고 해도 구할 수 없는 것이다.


다만, 너무 오래돼서 당시의 맛이 잘 보존되어 있는지는 보증할 수 없다. 발효주인 만큼 맛이 변질되었을 가능성이 아주 큰 것이다. 


마오타이. 일반 마오타이의 가격은 약 40만 원대이다.


2억 원짜리 중국의 마오타이주(茅臺酒)



중국에서 가장 소울(Soul)이 들어간 술이라면 아마도 마오타이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을 대표하는 증류주로 모택동 정권이 국민당에 쫓겨 '쓰촨 성 구이어주 마오타이(四川省贵州茅台)’지역에서 항복을 고민할 때, 다시 싸우자며 전의를 불태우며 마신 술이기 때문이다. 또 닉슨 대통령과의 만찬주로도 사용되었는데 그 맛과 향이 아주 인상 깊었다는 일화 역시 전해진다. 2억 원짜리 마오타이는 알코올 도수 54도에 61년간 숙성한 제품으로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만찬주로 사용되었던 술이다. 2019년 7월, 항저우에서 열린 경매에서 1958년 산 제품이 120만 위안(약 2억 원)에 낙찰되면서 최고가를 갱신했다. 늘 한정 생산이라 가격이 계속 급등하는 것도 마오타이의 특징이다. 현재 마오타이주는 중국 경제를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미 마오타이를 생산하는 구이저우 마오타이주 유한공사(贵州茅台酒有限公司)는 시가총액이 1조 3000억 위안(한화 215조 원)으로 삼성전자(310조 원)에 육박하려고 한다. 단지 술을 빚어 이러한 평가를 받는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일본 최고가 사케 무니

일본 사케는 아직 500만 원 대

한국의 전통주와 늘 비교되는 일본의 사케는 아직은 국제적인 경매 시장에 등장하지는 못하고 있다. 다만, 기술을 자랑하는 수준으로 시장에 고가 제품을 내놓고는 있다. 현재 가장 가격이 높은 사케는 고쿠류 슈조(黒龍酒造)가 출시한 무니(無二) 2013이라는 제품이다. 1년에 2800병만 출시하는 제품으로 와인과 같이 출시년도를 기입하는데, 현재 2013년도 제품이 가장 높은 가격대를 이루고 있다. 가격이 높은 이유는 좋은 쌀과 도정률도 있지만, 무엇보다 빙온숙성(氷温熟成)이라는 방식으로 제조하는 것이다. 빙온숙성이란 물이 어는점에 가까운 온도로 저장하는 방식으로 선도를 최대한 유지하면서 본연의 맛을 그대로 가져갈 수 있다는 데 특징이 있다. 주로 육류 숙성에 사용되는 방식인데, 일본 사케에 최초로 도입되었다. 현재 일본의 최고가 사케는 100만 원~500만 원 대를 유지하고 있으나, 앞으로 10년 이내에 국제 경매시장에서 1000만 원을 넘는 제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10여 년 전부터 숙성을 통한 고부가가치 제품을 기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전 세계에 퍼져있는 일식 레스토랑의 대두로, 고급 사케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는 것도 중요한 이유이다.


국내 최고가 술 고운달


최고가 술이 최고의 맛을 보장하지는 못해


물론 최고가 술이 무조건 최고의 맛을 보증하는 것은 아니다. 맛이란 것은 어디까지나 경험치에서 오는 것이고, 사람에 따라 기준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렇게 좋은 술을 지키기 위해서는 사람의 노력과 물리적 공간, 그리고 세월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이라는 것에 가치를 두는 것이다. 즉 맛보다는 희소성이다. 


한국은 기본적으로 시장가 100만 원을 넘는 술이 전무하다고 할 정도다. 한마디로 고부가가치 제품이 지극히 적은 시장이다. 물론 굳이 술이 비싸야 할 필요는 없다. 맛을 음미하며 기분 좋게 마신다면 그것이야말로 충분하다. 하지만, 우리 스스로가 우리 술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하지 않는다는 데 문제가 있다. 세계적인 술은 모두 엄청난 역사와 최고의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래 봐야 근현대의 100년 역사다. 우리도 준비하면 얼마든지 따라잡을 수 있다. 


다행히도 최근 10년 사이에 조금씩 고급 제품이 소비자에게 인정을 받아가고 있다. 30만 원 대의 오미자 브렌디 '고운달', 국순당에서 출시했던 동정춘 등도 50만 원 대 가격을 형성하기도 했다. 알고 보면 수억 원 대의 초고가 술도 수십 년 전에는 이미 굉장히 낮은 가격이 많았다. 세월이라는 이름 앞에 가치가 커진 것이다. 앞으로 전 세계의 경매 시장에서 당당히 우리 술이 등장하기를 기대해 본다. 우리 인식만 달라진다면 그리 먼 미래는 아닐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비싼 막걸리는 뭐가 다르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