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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욱 Jan 10. 2020

2020년 한국 맥주 시장 전망

생맥주는 올라가고, 캔맥주는 내려가고

사심을 듬뿍 담은 2020년 맥주 산업 전망


■수많은 키워드 속에 바뀌고 있는 한국 맥주 시장

2020년이 된지도 벌써 2주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지난 10년을 뒤돌아보면 키워드 속의 소비라는 느낌이었다. 레트로, 뉴트로로 이어지는 복고문화와 소확생, 워라벨, 취향 존중 등의 개인화, 가성비가 아닌 가심비와 의미를 찾는 미닝 아웃(Meaning out) 소비와 재미를 찾는 펀슈머의 등장 등, 각각의 소비주체에 맞는 다양한 신조어가 어떻게 보면 소비를 이끈 면도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2012년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맥주는 지겹고 따분하다는 표현'(Fiery food, Boring beer)을 해서 맥주계에 지각 변동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후로 한국에 소규모 맥주 제조 유통이 허가되고, 4캔에 만원 행사로 인해 편의점과 마트에서 수입맥주는 국산 맥주를 압도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맥주 시장은 어떻게 될까? 국산 맥주는 다시 일어날 수 있을 것인가?


2019년 시장의 화제성 잡은 카스 VS 테라

2019년도 맥주 시장의 키워드는 단연 하이트진로의 테라였다. 출시 9개월 만에 4억 5천만 병을 돌파하며, 주류시장의 이목을 끈 것이다. 여기서 더욱 화제가 된 것은 하이트진로와 OB의 바로 양강 구도. 바로 대표 제품인 '테라 VS카스'의 대결 속에서 '누가 더 맛있냐'라는 이슈가 계속 부각된 것이다.



소비자가 테라에 1차 관심을 기울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병의 디자인, 그중에서도 녹색병이었다. 늘 갈색병만 보고 지루해있던 소비자에게 초록색병의 디자인은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맛 또한 카스와 어떻게 다른지 궁금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디어는 끝없이 실적이 내려가는 하이트진로에 대해 과연 테라가 구세주가 될 것인가에 상당한 포커싱을 맞췄다. 하이트진로는 1996년도부터 2011년까지 약 15년간 한국 맥주 1위를 지키던 기업. 테라가 빼앗긴 1위를 찾아올 수 있는가는 증권가의 관심거리였던 것이다. 마치 90년대 조선맥주(현 하이트맥주)가 OB맥주를 이기고 업체 1위가 된 것처럼.


1991년 지하 150미터의 암반수를 강조한 하이트 맥주, 당시 사명은 조선맥주로 이때도 사명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고 출시 5년 만에 오비를 누르고 한국맥주 1위를 가져간다.  


자사명을 내세우지 않은 테라

흥미로운 것은 테라는 자사 명인 하이트진로를 크게 내세우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유는 이미 올드한 이미지가 강했기 때문. 반대로  카스는 젊은 층 대상으로 꾸준히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리고 사명을 내세우지 않은 전략은 맞아떨어진다. 소비자에게 새로운 맥주라는 개념을 던진 것이다. 이것 역시 1991년 하이트 맥주 처음 출시되었을 때 내세웠던 전략이기도 했다.


트랜디한 테슬라, 레트로적인 테진아 모두를 아우르는 신조어

테라라는 제품명 역시 인공지능 시대에 맞는 이미지를 던졌다. 제품명이 기가(GIGA)보다 1024배나 메모리 값이 많은 테라(TERA)이기 때문. 현재 일반적으로 구할 수 있는 저장장치 중에선 가장 큰 용량 단위로 삼성전자가 작년 1월에 1 테라바이트 플래시 메모리 개발을 발표하기도 했다. 우연의 일치일지는 몰라도 이러한 소맥에도 인공지능적 감성이 소비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바로 '테슬라'라는 소맥의 신조어로 이어진 것이다.


결국은 카스와 처음처럼의 '카스처럼'과 테라와 참이슬이라는 '테슬라'의 경쟁으로 이어졌다. 흥미로운 것이 레트로 감성인 '테진아'도 있다는 것. 최근에 히트를 친 진로이즈백과 테라의 합성어이기도 하다. 카스와 테라를 비교해보자는 '카스테라'라는 신조어도 이슈에 한몫 더 했다. 결과적으로 신구를 아우르는 신조어였던 것이다.


토핑할 수 있는 재료가 많았던 테라. 이것이 승부처


무엇보다 소비자는 골라마시는 재미가 있었다. 테슬라, 테진아, 카스테라 등 섞어 마실 수 있는 것이 많다는 것은 제품의 벨류에이션이 다양하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토핑이 많아 진다는 뜻. 그리고 토핑이 되는 순간 가장 핫한 이름으로 변신한다. 그리고 이러한 선택은 계속 소비의 선순환으로 이어진다.





 수입맥주, 화제성 뚝 떨어져

테라와 카스의 양강 구도가 뜨다 보니 수입맥주의 화제성이 미디어에서는 뚝 떨어졌다. 2018년도의 네이버 노출 미디어 노출건수를 보면 '국산 맥주'라는 키워드는 1,392건, 그것에 비해 수입맥주는 23,308건이다. 무려 수입맥주가 16배를 넘는다. 즉 2018년은 수입맥주 전성시대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2019년에는 획기적으로 바뀌게 된다. 수입맥주는 5,800건. 국산 맥주는 8,936건으로 국산 맥주가 16배나 많던 수입맥주를 다시 역전한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테슬라 관련기사는 13,535건이나 나왔다는 것. 카스테라 역시 6,956건이 나왔다. 결국 테슬라와 카스테라가 언급될 때마다 테라의 소비로도 이어진 것이다.


일본산 맥주의 추락, 4캔에 1만 원의 선택지 줄어

이렇게 국산 맥주가 다시 화제성을 가져간 것은 '테슬라' 및 '테라 VS카스'의 구도도 있었지만, 일본 맥주의 추락도 한몫했다. 일본 불매운동으로 수입량이 확 줄어버린 것이다.  지난 12월 일본 맥주 수입액은 21만 달러로 전년 같은 달 대비 97.8% 감소했고, 지난 9월에는 6천 달러로 거의 바닥을 찍기도 했다.

일본 맥주가 안 팔리니 소비 트렌드도 달라졌다. 4캔에 1만 원 하던 수입맥주의 상품성의 매력이 떨어진 것이다. 현재 4캔에 1만 원 적용되던 일본 맥주는 아사히 맥주, 기린 맥주, 산토리 맥주, 삿포로 맥주 등이었는데, 이 선택지가 사라지면서 결과적으로 다른 수입 맥주의 소비에도 영향을 준 것이다.

결과적으로 매년 두 자릿수 이상으로 성장하던 전채 맥주 수입금액은 2억 8088만 달러로 전년대비 9.3% 감소했으며, 이는 2009년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한 것이다. 대내외적인 요건으로 수입맥주의 공세는 잠시 막아 놓았다.


결국 소맥 시장에서 선전한 테라

구체적인 수치는 나오지 않았지만 수도권에서는 테라의 아성은 대단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지난 9월 맥주 제품별 점유율 설문과 판매시점 관리(POS)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강남, 여의도, 홍대의 식당 맥주 점유율이 테라 61%, 카스 39%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지역별 테라 점유율은 강남 55%, 여의도 74%, 홍대 55%를 기록했다.

서울의 핫 플레이스에서는 새로운 테라를 반기고 있는 모습이다. 다만, 이 수치가 모든 영역에서 카스를 제치고 1위를 했다고는 할 수 없다. 테슬라(테라+참이슬), 테진아(테라+진로이즈백)에서 알 수 있듯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소맥 시장에만 두드러진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테라는 절반의 성공

소맥 시장은 꾸준히 감소하는 회식 시장과 연관이 깊다. 즉 사향 시장이다. 무엇보다 충성도 높은 팬층도 없다. 그래서 화제성이 금세 사라질 수 있는 위험도 높은 시장이다. 따라서 테라는 성공적인 안착은 했었을 수 있어도, 계속 이슈를 이끌어 가기에는 현 상황만으로는 부족하다. 한마디로 절반의 성공인 셈이다.


오히려 카스를 더 띄워준 테라


브랜딩 전략으로도 애매한 것이 있다. 이유는 카스와 테라의 대결 구도를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경쟁사인 '카스' 역시 노출이 많았던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앞서 설명한 '카스테라'다. 또 지속적인 대결구도는 카스가 업계 1위 맥주인 것을 강조하고 말았다. 상당수의 소비자는 카스가 업계 1위인 것도 이번에 알게 되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래서 현재까지는 카스의 점유율에는 큰 이상이 없다고 전문가들은 평한다. 한국 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식품산업통계정보(닐슨코리아 조사)에 따르면 오비맥주의 3분기 소매점 매출은 54.3%인 4,818억 원, 하이트진로가 21.6%인 1,921억 원으로 나오는 등 여전히 격차가 줄어든 모습이 크게 보이지 않는다. 4분기 실적이 나와야 진정한  테라의 능력이 평가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제성을 잃어버린 국산 맥주가 테라라는 신제품을 통해 이슈를 확산시킬 수 있었던 것은 시장에 좋은 시그널을 줬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신제품을 기획하고, 개발하고 출시해야만 시장이 움직인다는 신호를 보였기 때문이다.


국산 맥주시장이 이슈를 끌려면 롯데주류의 도약이 필요

올해도 작년처럼 국산 맥주의 도약을 올해도 이어간다면, 단순히 테라 VS카스의 구도만으로는 어렵다. 적어도 3파전으로 이어져야 한다. 즉, 맥주 3위 업체 롯데주류의 분발이 필수적이다. 롯데주류의 클라우드는 맛만큼은 마니아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판매에서는 4% 전후로 부진하다. 만약 롯데주류가 이 '카스 VS 테라'의 영역에 도전을 한다면,  2020년도 국산 맥주가 이슈를 계속 가져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롯데주류뿐만이 아닌 다양한 제품도 함께 따라가야 한다. 적어도 4캔에 만원으로 구입하는 데 있어서 계속 같은 제품만 살 수는 없는 것이다. 계절별, 행사별, 기념일별, 지역별로 각각 다른 제품이 나와야 한다. 이렇게 다양성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국산 맥주에 대한 인식도 좋아질 것이다.


수제 맥주, 이제부터가 진짜 승부

한때 경리단길을 중심으로 화제를 불러일으킨 한국의 수제 맥주는 이제부터가 진짜 승부다. 염원이었던 주세법이 종량세로 바꿨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에는 약 120여 곳의 수제 맥주 양조장이 있다. 양조장 한 곳 당 10종류만 만들어도 1000종류는 가볍게 넘는 다양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다양성은 취향을 찾아가는 소비자에게는 큰 매력이지만, 개당 단가는 높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각 제품당 부여되는 인건비 및 재료값이 높게 책정되고, 이 가격으로 로 세금까지 매겨졌으니, 1병당 내는 세금도 일반 맥주에 비해서 월등히 높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늘 가격 경쟁력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수제맥주의 가장 큰 장점은 다양성이다. 사진 pxhere


하지만 올해부터 가격이 아닌 용량에 주세를 매기는 만큼 작년보다 상황이 좋아졌다. 같은 제품이라도 가격이 내려간다. 작년부터 편의점 등에서 3캔에 1만 원 정도 하던 수제 맥주도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4캔에 만원에 합류할 듯하다.


수제 맥주 양조장, 아무나 쉽게 캔맥주 못 만들어


문제는 이러한 캔맥주 시설을 갖춘 수제 맥주 양조장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시설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또 4캔에 만원에 합류한다고 해도 2018년만큼 화제성이 없다. 이미 6캔에 만원, 8캔에 1만 5천원 등 더욱 자극적인 마케팅을 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수제 맥주들이 맛이 다양하지만, 그 다양성 속에도 획일적인 부분이 있다고 말하는 전문가도 많다. 맛이 진하거나 감귤계의 상큼한 맛이 많다는 부분이다. 이러한 제품은 맛이 다양하여 음식과의 매칭이 세밀하게 진행되어야 하는데, 현재 피자 외에는 이슈가 될 만한 음식이 적다. 따라서 수제 맥주 업계 입장에서는 이기는 자와 지는 자가 극명하게 가려질 듯하다.


4캔에 만원에 참여하는 수제 맥주의 가장 큰 경쟁자는 아마도 기성 국산 맥주가 될 것이다. 국산 캔맥주가 가격이 내려가기 때문이다. 동시에 의외로 국산 맥주 역시 종량세로 전환함에 따라 지금보다는 다양한 제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국산 맥주가 수제 맥주의 가장 큰 경쟁자일 수 있는 것이다.


발포주라 불리는 필라이트, 필굿 등은 존재감 떨어질 듯

주세법상 기타 주류로 불리는 발포주는 캔맥주의 가격이 떨어짐에 따라 존재감을 다소 잃을 전망이다. 기존에 4캔에 만원 행사에 수입맥주의 공세가 거칠 때, 맥아의 비율을 10% 미만으로 설정, 주세를 기타 주류 부분으로 낮춰(맥주 72%, 기타 주류 30%) 가격을 내린 제품이다. 1만 원에 8캔에 판매하기도 했지만, 공격적인 마케팅은 크게 안 할 것으로 보인다.


오비의 발포주 필굿과 하이트진로의 발포주 필라이트. 사진 각사


■다소 오르는 생맥주 가격

캔맥주 가격이 내려가는 만큼, 원가 자체가 낮았던 생맥주는 가격이 오를 예정이다. 아직 적용에는 유예기간이 2년 남았지만, 그래도 최종 소비자 가격은 500원 정도 오를 것으로 보인다.

[종량세 적용으로 인한 맥주 가격 변동 예상안]


가격 인하가 예상되는 품목

●   국산 캔맥주는 500ml 제품당 100~200원 정도 가격 다운 예상.

● 원재료 비율이 높은 수제 맥주는 가격이 내려갈 듯.

● 4캔에 1만 원 프로모션을 못하는 해외 고급 수제 맥주 등도 가격 인하


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품목

● 병맥주 및  페트병 맥주는 10~50원 정도 가격 상승.

● 생맥주는 500ml 한잔 당 150원 정도 원가 상승, 매장에서는 500원 정도 상승될 수 있는 구조.


한식과 함께 알려야 하는 코리안 비어

개인적으로는 국산 맥주가 해외 시장에서 코리안 비어로 인정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현재 해외로 맥주 수출을 지속적으로 하지만, '한국의 맥주'라는 브랜딩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 2000년대까지 해외에 존재감 없는 OEM, ODM 같은 형태로 수출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자사 브랜드로 유럽, 몽골, 미주 등에 수출하지만 아직도 해외동포의 소비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증권가에는 코리안 디스카운트라는 말이 있다. 분단이 되어 있는 한국은 늘 불안하다는 부분이다. 하지만 최근에 이런 시각은 오히려 프리이엄으로 바뀌고 있다. 특히 문화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독보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BTS와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의 약진만 봐도 달라진 문화적 위상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부분을 한국의 맥주기업이 잘 살렸으면 좋겠다. 이렇게 국산 맥주를 알리기 위해서는 가장 해야할 것은 해외에 한식문화와 함께 알려야 한다는 부분이다. 이러한 문화사업을 통해, 우리 음식과 맞는 페어링을 진행하여 해외에서 인정받는다면, 소비자의 인식도 달라지고, 언젠가 '한국 맥주는 뻔하다'라는 표현은 추억 속에 자리 잡을 것이다. 무엇보다 국산 맥주의 약진은 단순히 1회성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술산업은 차곡차곡 쌓여가는 문화산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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