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명욱 Dec 06. 2019

샴페인이 축배의 상징이 된 이유

축배의 술 샴페인의 간단 스토리

절대로 오지 않을 듯 한 2019년의 마지막 달, 12월이 다가왔다. 이제는 2020년을 맞이해야 하는 달로, 많은 모임에서 송년회와 회식을 갖는다. 그럴 때마다 늘 후보에 오르는 술이 바로 샴페인이다. 다양한 축배의 장에서 쓰이는 술이다. 그렇다면 왜 샴페인은 이러한 축배의 장에서 사용되는 것일까?


먼저 샴페인이라는 뜻을 알아보면 지명인 것을 알 수 있다. 프랑스의 샹파뉴(Champagne) 지방을 영어식으로 부른 것이 샴페인이다. 원래는 샴페인 와인으로 불렸지만, 이 지역이 워낙 와인으로 유명해서 줄여서 샴페인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샴페인은 스파클링 와인이다. 다른 지역에서 나오는 와인은 같은 스파클링이라고 해도 샴페인이라고 부를 수 없다. 즉, 샹파뉴 지방에서 나오는 스파클링 와인이 샴페인이 된다.


흥미롭게도 바로 이 샹파뉴 지방에서 초대 프랑스 왕 클로비스가 세례를 받았으며, 이 자리에 세계 문화유산인 랭스 대성당이 세워진다. 그리고 이곳에서 30명이 넘는 프랑스 왕이 대관식을 치른다. 즉, 샹퍄뉴는 원래 동내 자체가 프랑스 왕국의 시작이며 축배의 지역인 것이고, 자연스럽게 이 지역의 와인이 사용되었다.


 

나폴레옹의 일화로도 연결이 되는데, 당시 나폴레옹의 군대의 에이스였던 기마 병단은 전쟁에 나갈 때 승리를 기원하기 위해 샴페인의 목을 잘라서 축포를 미리 터트려 사기를 올리고 전쟁에 나가기도 했다. 축포를 통해 미리 승리를 기원한다는 의미도 있었다.


다만, 1700년대만 하더라도 샹파뉴 와인은 탄산이 없는 일반 와인과 비슷했다. 아직 스파클링 와인이라는 것이 정식으로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탄산 가득한 지금의 샴페인을 만든 사람은 피에르 페리뇽이라는 수도사.  산업혁명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수도원은 모든 엘리트의 집합체였다. 천체를 공부하며, 과학을 연구하고, 그리고 맥주와 와인까지도 빚었다. 이 페에르 페리뇽은 와인 담당 수도사였던 것이다.


와인을 만들면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바로 발효를 잘못하면 와인병이 탄산의 기압으로 터져 벼린다는 것이었다. 말이 터지는 것이지 그 터지는 소리는 대포를 터트리는 듯한 굉음을 내며, 또 주변 사람까지 다치게 할 수 있다. (그래서 생막걸리 등은 터지지 않게끔 뚜껑에 틈을 줘서 발생된 탄산이 나가게 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현상을 악마의 장난이라고 할 정도로 싫어했는데, 막상 이렇게 된 와인을 마셔보니 그 속에 깨알 같은 탄산의 맛이 입안을 자극하고, 용해된 탄산이 끊임없이 올라와 마치 별 속에 있는 듯 한 이미지를 준 것이다. 그래서 피에르 페리뇽은 병이 깨지지 않고 잘 발효될 수 있게 2차 발효 방식을 정립하고, 지금의 샴페인의 근본을 만들었다. 덕분에 그는 성스럽다는 의미의  도미누스(Dominus)  페리뇽, 줄여서 돔(Dom) 페리뇽이라는 이름을 얻었고, 그의 이름은 세계 최고 수준의 샴페인의 이름이 되었다.


피에르 페리뇽은 단순히 2차 발효만 발명한 것이 아니었다. 터지는 것을 견디는 유리병, 철실로 묶는 코르크 뚜껑, 적포도로 화이트 와인을 만드는 방법, 포도의 블렌딩을 통한 맛의 상향 평준화 등, 다방면에 걸친 활약을 했다.


돔페리뇽(왼쪽)과 비교시음을 한 오미로제(오른쪽).


현대에 들어와서는 샴페인에 대해 다양한 표현이 생긴다. 잔 아래에서 수면을 향해 계속 올라오는 거품은 '끊이지 않는 행복'이라고 했으며, 따라진 샴페인에 거품이 올라오는 소리는 '천사의 박수'라고도 말했다.

또 건배하며 부딪히는 '짠'하는 소리는 악마 및 잡귀들이 싫어했다고 하여, 일종의 액막이 기능도 있었다고 전해진다. 살짝 마케팅적인 요소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샴페인은 기존의 와인과 달리 2차 발효라는 까다로운 작업이 동반된다. 일단 발효된 와인에 추가적인 당분을 넣으면 다시 발효가 일어나면서 탄산이 발생되는데, 이때 발생되는 기압으로 병이 터지기도 한다. 그래서 한국의 경우 샴페인 방식으로 스파클링 와인을 만드는 일은 거의 없었다. 만든다고 하더라도 인공적으로 탄산을 주입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2013년 세계 최초로 오미자를 이용한 샴페인 방식의 와인이 등장을 했다. 문경 오미나라에서 만드는 오미로제 스파클링이다. 2012년 핵정상회의 건배주로도 선정된 이 술은 우리나라 고유의 오미자를 사용해서 만들었다는데 큰 사회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다양한 한국와인. 왼쪽부터 허니와인, 여포의 꿈, 추사블루베리와인, 오미로제, 샤토미소, 머루드서


의외로 한국에는 좋은 한국 와인이 많다. 대부도의 그랑꼬또 청수 와인, 영동군의 여포의 꿈 와인, 시나브로 와인, 미소 와인, 컨츄리 와인, 상주의 젤코바 와인 등이다. 샴페인 방식은 아니지만, 직접 재배한 포도와 원료의 풍미를 마음껏 살린 개성 넘치는 와인이다.


그런 의미로 올해 연말에는 멋진 외국 와인도 좋지만, 특별한 한국 와인으로 송년회를 보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 지역, 우리 동네, 우리 고향의 농산물로 만든 와인이야 말로 사회적 가치를 담은 가장 믿을만한 와인이기 때문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적포도로 화이트 와인 만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