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 한국 클럽을 강타한 술이 있었다. 콜라와 소다, 또는 에너지 드링크에 마시던 술, 예거마이스터라는 술이다. 이 술은 독일의 리큐르로 증류주에 다양한 허브를 넣어 만든 술이다. 흥미로운 것은 원래 이 술이 목적은 음용이 아닌 감기약이었다는 것. 집집마다 있는 상비약과 같은 개념이었다. 이것이 20세기 후반에 들어오면서 다양한 음용방법이 생기며 대중적인 술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에게는 예거마이스터와 같은 감기에 좋은 술은 뭐가 있었을까?
바로 조선의 3대 명주라고 불리는 이강주다. 조선의 3대 명주라고 불리는 이유는 육당 최남선이 조선상식문답이라는 책에 감홍로와 죽력고와 더불어 이 술을 유명한 술로 언급했기 때문. 후대에 사람들이 조선 3대 명주라는 애칭을 지어줬다. 이 술이 감기에 좋다는 이유는 이름만 봐도 알 수 있다. 바로 배이(梨), 생강(薑), 술주(酒)하여 배와 생강의 술이라는 의미다. 즉 감기에 좋은 배와 생강을 녹여낸 소주다.
예거마이스터. 탄산음료 및 에너지 드링크와 마시는 것으로 히트를 쳤다.
현재 이 술을 만드는 사람은 전북 무형문화재 조정형 명인. 전주에 위치한 양조장 뒤로 5천 평 규모의 넓은 배 과수원이 있는데, 이곳의 배로 직접 담아 이강주를 만든다. 이강주는 다양한 문헌 속에서 그 기록을 발견할 수 있다. 조선 후기 서유구의 임원경제지, 유증림의 증보산림경제 등 농업서적이 대표적이다. 이후 1925년 조선무쌍신식요리 제법에서도 언급하고 있다.
현재 이강주는 쌀과 누룩 그리고 배와 생강과 계피 그리고 꿀로 만들어진다. 잘 발효된 술덧을 증류하여 소주를 뽑아내고, 이후 각각의 발효주에 배와 생강 등의 재료를 넣고 숙성을 시킨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하나의 발효 통에 재료를 다 넣고 발효하는 것이 아닌, 각각의 통에 원료를 따로따로 넣어가며 발효시키고 있다. 이유는 배나 생강은 늘 같은 맛일 수 없기에, 따로 관리해 가며 맛과 향을 철저하게 분석하기 위함이다. 이렇게 숙성이 이루어지길 6개월. 그리고 이렇게 각각 숙성을 시킨 술은 하나의 통으로 옮겨져 1년 이상의 숙성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상황에 따라서는 3년 이상의 장기 숙성을 하는 경우도 있다.
현재 시판되는 이강주는 증류식 소주 입장에서는 비교적 낮은 도수의 19도, 25도, 3년 이상 숙성한 38도까지 다양한 제품이 있다. 19도의 이강주는 원래 수출용으로 만들어졌으나, 최근에는 서울 강남이나 홍대, 광화문의 한식주점에서 트렌디를 선도하는 2030에게 부드러운 맛의 전통 소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참고로 이강주를 마시면 감기가 나을까? 실은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다. 술로 병을 다스린다는 것은 시대적으로 맞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감기 치료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농산물의 맛이 전통 소주를 통해서 그대로 느껴진다는 부분이다, 마실 때는 얼음을 넣어 마시는 옥더록스(On the Rocks) 방식을 추천한다. 도수도 낮아지며 얼음이 녹을 때마다 다양한 향이 올라오기도 한다. 첫맛은 배 맛, 두 번째는 생강 맛, 마지막에는 전통의 소주 맛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