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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욱 Nov 22. 2018

소맥은 언제부터 마셨을까?

시대를 반영하는 술 역사 이야기

웃픈 역사를 반영하는 한국의 술 폭탄주


얼마 전 모 예능 방송에서는 폭탄주에 대한 언급이 나왔다. 중견 배우 임 모 씨가 자신만의 폭탄주 레시피가 있다며 일 년 중 400일을 음주를 한다고 말이다. 실질적으로 폭탄주는 각기 다른 술을 섞어 만드는 것으로 주로 맛을 음미하기보다는 빨리 취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소맥이 그 대표적인 술 중에 하나이다. 그렇다면 어떠한 배경으로 이러한 술이 탄생되게 되었을까? 

전통주 문헌 속에서 등장하는 폭탄주 ‘혼돈주’ 

술과 술을 섞은 것이라면 가장 먼저 등장하는 폭탄주는 바로 혼돈주이다. 레시피로 등장하는 것은 (주석 1)'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 등장한다. 바로 막걸리에 소주를 타는 것. 막걸리는 차고 소주는 더워야 좋다고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지금의 많이 마시면서 빨리 취하는 폭탄주 문화와는 조금 거리가 있었다. 막걸리의 앙금이 가라앉은 다음에 맑게 떠오른 소주를 마시는 것인데 의외로 시간이 걸린다. 빨리 마셔서 빨리 취하는 술과 달리 적어도 기다림의 미학이 있는 술이었다. 

일제 강점기 시절의 안동소주. 출처 명인안동소주. 전통주 갤러리


맥주의 성장, 그리고 비탁의 등장 

일제 강점기 시절에는 특이한 술이 하나 등장한다. 바로 비탁이라는 술이다. 1930년대, 일본의 유명 맥주 두 기업은 한국의 영등포에 각각의 맥주 공장을 설립한다. 한국에도 잘 알려진 기린 맥주와 삿포로 맥주로 오비 맥주와 조선 맥주의 전신이다. 이때의 맥주 가격은 일반 노동자 3,4일 치의 임금. 한마디로 굉장히 비쌌다. 따라서 쉽게 마실 수 있는 술이 아니었다. 그렇다 보니 이 맥주의 양을 늘리기 위해 소비자들 사이에서 하나의 믹싱주가 개발이 된다. 바로 맥주에 탁주를 섞은 것이다. 이름이 비탁인 이유는 맥주의 이름이 비루, 또는 삐루였기 때문이다. 바로 일본의 맥주 명칭 비르((ビール))로, 1960년도까지 맥주 대신에 삐루라고 불리곤 했다. 비탁은 대통령도 좋아한다는 소문에 힘입어1970년도까지 상당히 명맥을 유지한다. 1960년대, 70년대까지도 맥주는 최고의 추석선물이라고 각광을 받을 만큼 고급술이었고 막걸리는 점유율 70%가 넘는 최대 소비 시장이었다. 참고로 60 맥주 TV 광고를 보면, 승마, 조정, 테니스 등을 배경으로 한 것이 많았다.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주세만 해도 160%로 지금(72%)의 두 배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우리 폭탄주의 시작은 1980년대부터
서양의 역사에서 본격적인 폭탄주 레시피는 바로 위스키와 맥주이다. 영국의 산업혁명 시절, 퇴근한 노동자들이 싼값에 빨리 취하기 위해 마시던 것이다. 의외로 한국에서의 이 조합은 법조계과 군에서 탄생을 했다. 바로 빨리 취하기 위해 맥주 잔에 위스키를 넣어 마셨다는 것이다. 이에 이것을 순하게 하기 위해 맥주를 넣었다는 것.  결국 한국의 진짜 폭탄주의 시작은 상명하복과 군대문화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소맥의 첫 이름은 (언론)통폐합주 
한국의 대표적인 폭탄주 소맥은 언제부터였을까? 일반적으로 IMF 이후라고 보는 견해가 많다. 위스키, 맥주라는 이 고급 조합에 참여하기가 어려워 위스키 대신 소주를 넣었다는 설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의외로 소맥은 위스키와 맥주의 조합보다 빨리 탄생하게 된다. 1980년, 정부에 의해 강제적으로 언론통폐합이 될 때 생겨난 것이다. 바로 해고된 언론인들이 통폐합이라는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빗대어 소주와 맥주를 섞어서 마셨다. 당시에 이 술의 이름은 소맥이 아닌 통폐합주. 결국 마셔서 없애버리겠다는 웃픈 현실을 나타낸 술이기도 하다.   

참고로 술을 섞고 수저 등으로 내리치는 이유는 도수가 서로 다른 두 술이 섞일 경우 도수가 높은 쪽이 아래에 깔리기 때문에 수직으로 충격을 주면 아래에 깔린 술이 충격에 의해 위로 올라가며 섞이는 효과가 있긴 하다. 다만 깨지는 경우가 있어서 가볍게 섞어 주는 것이 맞다. 

참고로 일본에서도 소맥과 비슷한 주류가 있다. 바로 보리 음료인 호피에 소주를 섞어 마시는 것이다. 25% 정도의 소주를 5배 정도로 희석하면 5% 전후의 맥주 유사 술이 탄생한 것이다.  

외국에서는 보일러 메이커, 밤(Bomb) 등으로 불려 
외국에서는 이렇게 술과 술을 섞거나 이온음료를 섞은 술을 밤(Bomb) 또는 보일러 메이커라고 부른다. 모두 쉽게 취하고, 폭탄이 터질 듯하게 쉽게 취한다는 뜻이기도 한데, 실은 잘 섞이라고 손으로 내려치기도 했던 소리가 폭탄(Bomb) 같아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주장도 있다.  

시대상을 반영하는 술 문화 
술은 당시 시대 상을 반영한다. 맥주가 등장하기 시작한 시대의 비탁, 언론 통폐합시기에 저항하는 의미의 통폐합주, 산업혁명 시기의 영국의 보일러 메이커 등, 시대에 따라 변하며, 사람들이 추구했던 것이 무엇인지 유추할 수 있게 만든다. 확실한 것은 폭탄주란 이름의 술은 어느 하나 밝혀진 것이 없다.
그저 현실을 도피하거나 상사에 명에 따르기 위해 빨리 마셨고, 빨리 취하기 위한 레시피였다. 
그래서 이 술에는 농민의 땀도 땅의 기운도 지역의 문화도 느끼기 어렵다. 폭탄주에 술의 영혼이 없게 느껴지는 것은 바로 이러한 부분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Written by 주류문화칼럼니스트 명욱

*이 글은 SBS 팟캐스트 말술남녀에 출연한 내용을 정리한 글입니다.다양한 술 인문학과 콘텐츠가 있으니 놀러오세요.


주석1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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