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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욱 Mar 11. 2020

알코올 소독을 최초로 진행한 사람은?

히포크라테스와 리큐르

“인생은 짧고 의술은 길다. 기회는 순간이고 경험은 신뢰할 수 없다. 그래서 판단하기 어렵다.”


서양 의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인물이 있다. 종교와 주술에서 의술을 떼냈으며, 감정은 심장이 아닌 뇌에서 기반한다는 것을 말한 사람, 고대 그리스의 의학자 히포크라테스(BC 460? ~ BC 377?)다. 특히 의사의 윤리성과 객관성에 대하여  만든 문장이 널리 퍼져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라는 문화를 만들어 냈으며, "인생은 짧고 의술은 길다"라는 말을 어록으로 남기기도 했다.

서양 역사에서 최초로 약술을 만든 사람

재미있는 것은 히포크라테스가 기록상 최초로 약주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가 활동한 기원전 4~5세기 에는 아테네와 스파르타가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진행 중이었고, 툭하면 공성전을 진행, 좁고 답답한 성내(城內)에 민중이 밀집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다치는 사람이 많으니 전염병 유행도 당연히 따르는 상황. 당시 아테네에 있던 히포크라테스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할 때였다. 히포크라테스는 아테네를  전염병이 발생한 지역과 그렇지 않은 곳으로 나누었다. 그리고는 늘 뜨거운 불이 있는 대장간이 있는 곳에는 전염병이 퍼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낸다. 그리고 그는 소나무에 불을 놓아 도시 전체를 방역했다. 기록상 최초의 방역이었다. 이러한 문화는 지금의 아로마 테라피로 발전한다.


와인에 약재 넣어 약술 만들어

히포크라테스는 외상치료에는 깨끗한 물과 와인을 사용, 소독을 진행했고, 그리고 무엇보다 와인에 다양한 약재를 넣은 약용 술을 만들었다. 당시에는 증류주가 발명되기 전이니 가장 도수가 높은 것이 와인이었다. 그래도 와인 속  알코올은 수분에 비해 삼투압이 높아 약재의 성분을 잘 녹여냈고, 무엇보다 섭취하게 되면 물보다 체내 흡수가 빨랐다. 비교적 효과가 바로 보이는 것이었다. 동시에 알코올 자체가 이뇨작용, 해열제의 역할도 했다. 변변한 약이 없었던 당시로는 최선인 약이었던 것이다.


와인으로 만든 약술은 100년 전까지만 해도 꽤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콜라다. 미국 남북전쟁 때 와인에 코카인을 넣어 국소마취제로 사용했던 것.

이후 와인은 시럽으로. 코카인은 카페인으로 변경,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증류주 발명에도 나비효과를?

히포크라테스는 단순히 약술만 만든 것이 아니었다. 그의 생각이 1000년 후에나 있을 증류주 발명에 나비효과를 것이다.

그는 인체의 구성이 4가지(혈액, 점액, 황담즙, 흑담즙)로 되어 있다는 사체액설(四體液說)을 근간으로 인간의 건강상태를 분석했다. 그리고 이러한 것들의 균형이 맞으면 건강한 상태라고 이며, 그 반대로 깨졌을 때는 우리 몸이 아프다고 생각했다.


중세 연금술사들의 모습


이 사상은 그리스의 철학자 엠페도클래스가 주장한 사원소설(四元素說)에서 유래한 것으로, 세상의 모든 물체가 물, 불, 공기, 흙, 4가지로 구성되어 있다는 내용이다. 여기에 히포크라테스는 앞에서 설명한 네 가지 체액의 성질이 온(溫), 냉(冷), 건(乾), 습(濕)에 맞물려 있다고 설명을 한다. 18세기까지도 이어진 이 원리는 해부학이 발전하면서 쇠퇴해갔지만, 질병의 원인을 과학적으로 설명해 보려고 했다는 점에 현대 의학에서는 큰 의미를 가진다.


히포크라테스의 사체액설(四體液說)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론을 거쳐 이슬람 지역으로 전파된다. 사원소(四元素)에 온, 냉, 건, 습을 더 해서 물질을 바꾸려고 한 연금술의 기원이 된 것이다. 그래서 술에 열을 가하고, 얼리고, 말려도 봤으며, 습하게 해 봤다. 이로써 알코올(78도)과 물의 끓는점(100도)의 차이를 알게 되었고, 알코올을 따로 분리함에 따라 증류주가 탄생하게 된다. 그리고 이 증류주로 위스키, 브랜디, 보드카, 한국의 소주까지 이어진다. 히포크라테스가 증류주의 탄생에 나름 기여(?)도 한 것이다.  


다양한 리큐르로 만든 칵테일. 출처 영동시장 장생건강원


리큐르 발전으로 이어진 히포크라테스의 술


그가 기록한 최초의 약술도 비약적인  발전을 하게 된다. 다양한 허브를 넣은 따뜻한 와인 프랑스의 '뱅쇼'와 독일의 '글뤼바인' 문화는 물론이고, 16세기부터는 증류주에 다양한 허브를 넣으며 마시는 문화가 프랑스 궁정에서 행해진다. 그리고 의술이 발전하면서 약용적 기능을 바라는 술에서 맛을 즐기고 음미하는 술로 변화해 갔다. 이때부터 이러한 약주는 액체 보석, 마시는 향수 등 다양한 별명이 따르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술이 지금은  리큐르(liqueur)로 불리게 된다.  리큐르의 어원은 라틴어로 '우려내다', '녹이다'라는 리케파세르(Liquefacer). 한마디로 약재와 허브를 우려낸 술. 결국, 우리가 바(bar)에서 보는 칵테일은 히포크라테스의 술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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