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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욱 Mar 09. 2020

술의 알코올 도수, 어떻게 결정 날까?

당도에 따라 달라지는 알코올 발효 이야기

수년 전, 모 맥주회사의 광고가 크게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바로 물을 타지 않았다는 것. 기본적으로 맥아에 물을 넣어 발효시키는 맥주에 물을 타지 않았다니, 전문가들 입장에서는 납득할 수 없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해당 맥주는 추가적으로 물을 넣지 않았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일반적인 맥주는 7도 전후로 알코올 도수를 높인 후에 물을 넣어 4~5도 정도로 맞춘다. 하지만, 해당 제품은 한 번에 알코올 도수를 5도로 맞춰 추가적으로 물을 넣치않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맥주의 알코올 도수 5도는 어떻게 한 번에 맞출 수 있었을까?


당도와 비례하는 알코올 발효

기본적으로 술의 알코올 도수는 당도와 비례한다. 포도를 으깨고 뚜껑을 덮은 후에 1, 2일이 지나면 가벼운 술냄새가 난다. 마셔보면 단 맛은 적어졌다. 공기 중의 효모가 당분을 먹고, 알코올을 만든 것이다. 수치로 따지면 1 브릭스(brix) 당 0.58% 정도의 알코올까지 나온다. 당도가 15 브릭스인 포도로 술을 만들면, 최대 8.7% 정도의 알코올 도수가 나오는 것이다. 알코올 도수 13도의 와인의 경우는, '알코올 도수 13도÷0.58'을 계산하면 22.4 브릭스라는 초기 당도에 대한 가늠치가 나온다. 다만, 이 수치는 어디까지나 당분이 100% 가까이 알코올로 바뀐 것을 뜻하며, 단맛이 거의 없는 제품의 경우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경우를 당이 알코올로 모두 바뀐 발효라고 하여 '완전발효'라고 부르고, 맛에서는 단맛이 적어 드라이하다고 표현한다.


그렇다면, 알코올 도수도 높고, 단맛이 높은 술은 뭘까? 저가의 술은 당분 등을 추가로 넣기도 하지만, 알코올 발효 자체를 중간에 멈추게 한 것이 대표적이다. 대표적인 것이 살균처리다. 발효가 중간에 멈추다 보니 당분이 남게 된다. 이러한 술이 알코올 도수가 높도 당분도 많은 대표적인 케이스다. 또 알코올 도수가 14~15%로 높아지면 효모의 움직임이 둔화되어 당을 그대로 남기기도 한다.


술의 알코올 변화를 체크해보기에는 생막걸리가 가장 좋다. 일반적인 생막걸리는 양조장 출하했을 때, 당도가 다소 높은 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당도는 낮아지며 알코올 도수는 높아진다. 산미는 강해지고, 탄산은 막걸리 뚜껑의 틈을 타서 날아가게 된다. 한마디로 드라이해지는 것이다.


최고의 당도, 꿀 등으로 술을 만든다면?

그렇다면, 최고의 당도를 자랑하는 꿀 등으로 술을 만들면 엄청난 알코올 도수의 술이 나올까? 기본적인 꿀의 당도는 60~70 브릭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알코올 도수 34.8도~40.6도의 술이 나오게 된다. 위스키와 소주가 등 증류주가 아니라도 발효를 통해 이렇게 높은 알코올 도수가 나오게 된다. 하지만, 세상에 이런 술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유는 35 브릭스 이상이 넘으면 효모 등 모든 균이 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발효주에는 20도 이상의 술의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와인의 경우는 12도~15도 정도이며, 청주 역시 도수가 높아도 19도 정도다.

우리가 청을 만들 때 설탕을 가득 넣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도 결국 당도를 높여 살균처리를 하는 것이다. 너무 달아도 술이 안 되는 것이다.


자연 상태의 알코올 발효는 최대 20도

즉 자연 상태에서 알코올 발효되는 도수는 20도 미만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그 이상은 인위적으로 알코올을 증류해서 뽑아낸 증류주가 대부분이다. 특히 알코올 도수 40도가 넘는 증류주는 밀봉한 상태라면 균이 살지 못하는 만큼 상할 일도 없다. 이 부분만큼은 자연이 아닌 인간이 만들어 낸 영역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참고로 증류주는 증류를 통해 60~95도의 알코올을 뽑은 후에 물을 넣어 알코올 도수를 맞추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에 소주 등으로 코로나 19 예방을 하자는 말이 있다. 최근에 나온 소주는 모두 알코올 도수 20도 이하의 제품이 많으며, 당분을 가지고 있어서 세균이 살 수 있는 구조다. 또, 알코올 도수 40도의 제품이라도 다양한 물질을 가지고 있기도 하며, 공기와 접촉을 하게 되면 100% 살균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즉, 손 소독은 소독 전용 제품에게 맡기는 것이 가장 좋으며, 그것이 어렵다면 열심히 손을 씻는 것이 최선의 예방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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