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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욱 May 12. 2020

[위드 코로나 시대]이제는 주류 구입도 랜선이다.

달라지는 주류 소비

코로나 확진자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이태원 클럽의 집단 감염사태로 다시금 주의의식이 강화될 시기다. 당장에 많은 인원이 행사 및 모임을 가지기에는 여전히 부담스러운 시기인 것이다. 그래서 최근에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랜선 음악회, 랜선 버스킹, 랜선 파티 등 다양한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랜선 쇼핑도 증가, 특히 대면 쇼핑을 많이 했던 명품조차도 랜선 마케팅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류업계는 지역 내 소매점 마케팅을 강화, 편의점, 마트, 슈퍼 등에서 적극 판매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유일하게 온라인으로 판매가 가능한 전통주 업계에서는 권위와 격식에서 탈피한 다양한 주종을 선보이며, 오히려 기존의 주류보다 새로운 주류 트렌디를 보여주고 있어서 소개해 본다.


용인 술샘의 꿀 소주 비밀


꿀 소주가 궁금한 그대에게 용인 꿀 소주 ' 비밀'

떠먹는 막걸리 이화주, 새빨간 막걸리 ' 술 취한 원숭이' 등 기존에 없던 독특한 전통주를 출시한 용인 술샘에서 다시 한번 흥미로운 술을 출시하였다. 전통주 전문 유통업체인 '부국 상사'와 협업을 통해 기획한 제품으로, 소주에 용인꿀, 생강 등을 녹여낸 술로, 감기 예방용 소주라는 스토리텔링도 가지고 있다. 제품명이 비밀인 이유는 바로 벌을 의미하는 비(Bee)에 꿀 밀(蜜)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 벌꿀을 중의적으로 표현한 네이밍이다.


제주허니와인 및 양평꿀로 만든 허니문 와인


기존에 꿀로 만든 술은 상당수 있었다. 양평 벌꿀로 만든 '허니 와인', 그리고 제주도 벌꿀과 감귤 과즙으로 만든 '제주 허니 와인'등이다. 다만, 모두 단 맛이 다소 강하다 보니 식중주보다는 식전주, 식후주가 잘 어울렸다. 하지만 이번에 출시한 제품은 식사와 함께 즐길 수 있게 단맛이 적게 기획되었다.


전통주의 영역에서는 본래 소주에 꿀과 생강이 많이 첨가되었다. 조선 3대 명주라고 불리는 전주 이강주, 파주 감홍로에도 꿀과 생강이 들어가는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겠다. 애주가들에게는 꿀과 생강으로 감기 예방을 한다는 더없이 좋은 명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꿀은 거친 소주의 맛을 부드럽게 만들며, 생강은 진저에일과 같은 시원함을 만들어 준다. 카카오 메이커스에서 20일부터 단독 판매된다.


댄싱사이더컴퍼니의 사이더 시리즈


이런 맥주 마셔봤니? 맥주같은 사과 술 '더 그린치'

포도로 만드는 술이 와인이라면, 사과로 만드는 술도 있다. 스페인에서는 시드라(sidra), 프랑스에서는 시드르(Cidre), 그리고 영국에서는 사이더(cider), 우리 발음으로는 청량음료로 불리는 '사이다'다. 사이다가 본래의 의미와는 다른 청량음료가 된 이유에는 일제의 영향이 컸다. 1853년, 영국 해군에 의해 일본으로 전래되며,  일본에서 이내 복합 향료를 사용한 탄산음료로 개발,  해방 이후에도 쭉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진짜 사과술인 사이더라고 불리는 술이 나오게 되었다. 바로 충주 사과로 만든 '더 그린치'라는 제품이다. '그린치'라는 제품명은 1957년 닥터 수스가 저술한 동화책 주인공으로 아이들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훔쳐가는 익살스러운 녹색 캐릭터다. 2000년도에는 짐 캐리 주연의 실사 영화로도 나왔으며, 2018년도에는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목소리를 맡은 애니메이션도 등장했다.


그린치라는 녹색의 아이콘답게 이 술은 청사과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고급 맥주 홉의 대명사인 체코의 '사츠홉(Sazz Hop) '도 들어가 있다. 그래서 사과술인데 마치 맥주와 같은 텍스쳐를 가지고 있다. 막걸리와 같은 느낌으로 살짝 흔들어주면 안에 있는 내용물이 잘 섞여서 좋다. 문제는 탄산이 있는 만큼 바로 열면 탄산이 쏟아져 나올 수 있는데, 제조사인 댄싱사이더 컴퍼니에서는 기다리는 동안 10초간 춤을 추라고(?) 추천한다.


에산사과와인

설탕이나 인공 착향료가 없어서 굉장히 드라이하며, 신맛이 도드라진다. 맥주에 비유하면 '사우어 비어(Sour Beer)'와 같은 느낌이라고 할 수 있다. 사이더 초보자인 경우에는 살짝 꿈꿈한 맛이 느껴져 당황할 수도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사과주스를 첨가한 제품인 '스윗 마마'를 추천한다. 인공적인 사과향이나 단 맛이 아닌 갓 사과를 따서 즐기는 듯 한 식감이 있다. 중간 형태의 미디엄 드라이한 맛이라면 댄싱 파파로 총 3종류가 있다.



최근에 사과를 사용한 지역의 술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충남 예산의 예산사과와인, 경북 의성의 애플와인, 같은 충주의 도미니크, 신이현 부부가 만드는 레돔 등도 전통주 애호가들에게 인기가 높다. 기회가 되면 한국의 사과술만 가지고 각각의 제품을 비교 시음하는 것도 랜선 술 쇼핑의 흥미로운 포인트 중 하나다.


술아원의 고구마 소주 필


보통 소주가 질린 그대에게 여주 고구마 소주 '필'

최근에 또 하나 술의 원료로 주목을 받는 것이 바로 고구마다. 특히 경기도 내 고구마 생산량 1위(57%)인 여주가 고구마 소주 출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16년도에 출시한 국순당 여주 명주의 고구마 소주 '려'가 지속적인 인기를 끌고 있으며, 최근에 또 다른 맛의 제품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번에 출시된 고구마 소주는 '핸드메이드 막걸리' 등 크래프트 막걸리 제조사로도 알려진 '술아원'으로 제품명은'필'로. 좋은 느낌이라는 필(Feel)과 여주산 고구마로 좋은 술을 꼭 만들어 낸다는 반드시 필(必)의 중의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여주산 황금 고구마와 밤고구마를 활용, 쌀과 함께 버무려 발효시키고, 지게미를 걸러 청주 형태로 만든 이후에 상압식이라고 불리는 정통식 증류 방식으로 소주를 내린다. 이후 1년 정도 숙성을 하면 해당 제품이 나오게 된다.

국순당 여주명주 려

국내에서는 고구마 술을 1800년 전후부터 만들어 먹었다고 본다. 고구마가 국내 유입된 시기는 영조 39년(1763년 경)이기 때문이다. 이후 등장한 농업서적인 임원십육지 등에  고구마술은 감저주(甘藷酒)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이번에 개발된 고구마 소주 '필'의 경우는 구한말의 문헌인 <서현호감저소>에서 '고구마술을 솥에 넣고 소주를 내린다. 고구마 술지게미로도 보통 소주를 내린다"라는 부분에서 착안을 하여 만든 술이기도 하다. 전체적인 맛은 고구마 특유의 고소한 향과 쌀이 주는 부드러움이 있다는 평가. 고구마 소주를 처음 접해보는 입문자에게 추천하고 싶다.


남들과 다른 스파클링 와인을 맛보고 싶다면'오미로제 연'

전통주뿐만이 아닌 한국 와인도 온라인에서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충북 영동의 시나브로 와인, 샤토 미소, 여포의 꿈부터 대부도 그랑꼬또 와이너리의 청수 와인까지 마니아 층이 확산되어 가는 분위기다. 이러한 상황에서 2012년 핵정상회의 만찬 와인을 만든 문경의 오미나라는 오미자 스파클링 와인 '오미로제 연'을 이번에 새롭게 출시하였다. 기존 제품 ‘오미로제 결’ 소비자 가격이 9만 9000원인 것에 비해 신제품 연은 4만 5000원으로 낮췄으며, 알코올 도수도 8도로 ‘오미로제 연’은 알코올 도수가 8도로 ‘결'보다 4도 낮다.  오미로제 결은 발효숙성기간이 3년 인 것이 비해 연은 1년으로 짧아 가격을 낮출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힘찬 자연 탄산을 통해 올라오는 오미자 특유의 매혹적인 붉은색과 새콤한 맛과 향, 그리고 복잡한 과실향이 어우러지는 맛이 특징이다.

무엇보다 해외에서 절대 볼 수 없는 오미자 스파클링 와인이라는 것이 차별점이라고 볼 수 있다.


오미로제 연

가장 지역적인 술이 가장 창의적인 술

최근에 기술이 발전하면서 단순히 사과뿐만이 아닌 감, 복숭아, 배 등을 사용한 다양한 전통주가 등장하고 있다. 만드는 기법도 효율만을 중시한 천편일률적인 방식이 아닌, 다양한 기법을 도입하고 있으며, 여기에 우리의 고문헌이 길잡이를 해준다. 술에서도 다양성이라는 시대의 흐름이 보이는 것이며, 지여고가 농업에 기반된 술이 늘어남을 알 수 있다. 봉준호 감독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라고 마틴 스콜세지 (Martin Scorsese) 감독의 말(quote)을 인용했다. 술에 적용한다면, '가장 지역적인 술이 가장 창의적인 술'이라고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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