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바꿔가는 술자리 문화
오늘은 영업 1팀 회식입니다. 각자 5만 원씩 전달될 예정이니 먹고 싶은 음식과 술을 사서, 앱에 접속해 주세요. 온라인 회식 진행합니다.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재택근무를 진행 중이던 기업의 회식 스토리다. 코로나로 인한 외식 시장이 급변하고 있다. 기업 및 모임의 회식 자체가 지극히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택근무가 많아 소통을 추진해야 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자유롭게 의견을 표출하는 자리는 필요하다. 그렇기에 이렇게 비대면 랜선 회식 등을 진행하는 한다.
랜선이라는 말은 말 그래도 온라인 네트워크를 이용한 모임이다. 한때 랜선을 모두 연결하여 함께 게임을 했던 용어에서 나온 것으로 지금은 모든 온라인 모임을 포함한다. 랜선 데이트라고 한다면 가상의 공간에서 만나서 서로 아이템을 주며 사랑을 키워가는 것이고, 랜선 집들이는 마치 집안을 카메라로 하나하나 이동하며 보여주는 형태다. 이러한 랜선 네트워크가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접촉 지향으로 이제는 홈술, 혼술, 그리고 회식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카카오 오픈 채팅방에는 랜선, 혼술 등으로 검색을 하면 이미 수백여 개의 있으며, 아예 해외에서는 이렇게 랜선 술자리 플랫폼도 생겼다. 일본의 여성 전용 홈술, 혼술 사이트 'beer girl'은 이에노미(家飲み, いえのみ)라는 이름으로 만든 것이다. ZOOM이라는 온라인 화상 통화 플랫폼을 다운로드하고 참여하는 방식이다.
특히 랜선 술 이벤트도 진행하는데 인기가 높다. 사전에 신청을 하면 4종을 술을 보내주고, 관련 기술자 및 대표가 게스트로 등장하면서 술에 대한 설명을 해준다. 마치 소믈리에가 와인을 설명해 주 듯 진행이 된다. 더욱 매력적인 것은 양조장의 주변 환경과 내부를 자연스러운 영상과 함께 보여준다는 것이다. 조금 더 진화하면 증강현실(AR)과 같이 다양한 콘텐츠를 보여줄 수도 있다. 굳이 양조장 견학을 하지 않더라도 그 자체만으로 즐길 수 있는 것이다.
비대면 문화, 소매점 주류 매출 늘어
이러한 비대면 문화는 외식업 시장을 어렵게 하고, 소매점 매출을 늘게 했다. 전국에 4만여 개나 있는 편의점, 그리고 집밥을 위해 자주 장을 보는 대형 마트 등이라고 볼 수 있다. 실질적으로 편의점 내 주류 매출은 계속 성장 중이다. CU의 경우 3월 1~24일 주류 매출이 전년 대비 20%가량 증가했다. 2018년에는 9.9%, 2019년에는 12.3%에 비해 올해는 아예 20%가 성장한 것이다. 와인이 39.2%로 가장 높았고, 위스키 및 양주도 26.5%, 막걸리, 21.1%, 소주 17.7%, 맥주 10.4%를 기록했다. 4월에는 아예 와인 매출이 65.5%이나 성장을 했다.
세븐일레븐은 편의점에서 새로운 제품을 수령받을 수 있는 와인 앱을 새롭게 오픈했으며, 이마트는 아예 가정용 맥주 서버 ‘테팔 비어 텐더(VB310 EKR)’를 국내 공식 론칭했다. 해당 제품은 호환 맥주통(케그)을 넣고, 220V 전원을 사용하는 맥주 냉장고다. 비어 텐더와 호환되는 5ℓ 맥주통은 하이네켄, 에델바이스, 타이거 3개 브랜드를 3만 3000원으로, 250cc 기준 약 20잔이 나온다. 이미 해외직구로 인기리에 판매가 되고 있었으나, 테팔 본사를 통해 국내 구격에 맞춰 수입, 이마트가 단독으로 판매하는 상품이다.
홈술에서 성장하는 위스키 및 양주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위스키 및 양주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 바 및 유흥주점에서 가장 많은 소비가 되는 주류가 이제는 홈술, 혼술로 시프트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 맞춰 위스키 각사는 전극적인 혼술, 홈술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디아지오 코리아는 대표적인 제품 ‘조니워커 레드 레이블’ 200㎖와 ‘조니워커 블랙 레이블’ 200㎖ 제품을 리뉴얼 출시했다. 조니워커 병이 거꾸로 서있는 위트 있는 디자인이 기존과 확연히 다른 것을 보인다. 이러한 모습은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able, 인스타그램에 올릴만한)’ 트렌드와 홈술, 혼술에 적합한 용량으로 기획했다고 디아지오측은 측은 밝혔다.
특히 최근에 위스키의 홈술 시장이 커지는 것은 유튜브의 역할도 한 몫했다. 집에서 즐기는 위스키 및 칵테일 만들기 등 다양한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특히 'RiniBini리니비니' 및 '남자의 취미'라는 채널에서는 칵테일을 즐기기에 가장 알맞은 탄산수 및 투명한 얼음 만들기, '이름이 야할수록 칵테일은 맛있을까', '마트 최저가 진(gin) 알아보기' 등 접근성 좋은 콘텐츠로 홈술의 시장을 더욱 크게 열었다.
어려워진 기업 실적
전체적인 기업 실적도 그리 좋지 않다. 하이트진로는 1분기 매출이 전년대비 20%가량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나름 선전했다고 볼 수 있지만, 2019년의 히트작이라고 불리는 테라 맥주가 작년 3월 중순에 출시되었고, 진로이즈백이 4월에 출시된 것을 보면 다소기대 이하다. 작년 하이트 진로의 1분기 상황이 촤악이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300억 흑자전환이라고 하지만, 코로나가 없었다면 더욱 큰 모멘텀을 가졌을 것이다.
카스로 요식업 시장의 최고 시장 점유율을 자랑하던 오비맥주는 청주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비상경영에 들어갔다. 4주간 생산을 중단, 재고 소진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또 작년 11월에 이어 5개월 만에 희망퇴직자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칠성의 주류 부문도 지금은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 맥주 마니아에게 좋게 평가받은 클라우드가 아직은 테라나 카스의 아성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 그리고 소맥용으로 출시한 피츠가 존재감이 적다는 부분이 가장 크며 여전히 홈술 시장에는 접근을 못하고 있다는 부분도 있다. 또 대표 주류인 '처음처럼' 등의 소주는 개성있는 술을 즐기는 홈술, 혼술 시장의 성장과는 조금 다른 카테고리이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에 밀레니얼 세대 취향으로 래퍼 염따와 컬래버레이션, '처음처럼 플렉스'를 출시했다. 이 제품이 지금의 홈술, 혼술 시장에서 어떻게 반응할지,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홈술시장이 커질 수록, 외식업 시장은 어려워져
랜선 파티, 홈술, 혼술의 이슈를 정리했지만, 이 시장이 커지면 커질수록 실제로 외식업 시장은 더욱 내리막길로 갈 수밖에 없다. 와인과 위스키의 편의점 매출이 올랐다는 것은 그만큼 업소 매출은 줄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요한 것은 외식업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굉장히 크다는 것이다. 그 안에는 사람에 대한 고용의 효과도 크며, 식자재 등 물건값을 지불하는 거래처도 있다. 주요 지역마다 임대료를 지불하며 부동산 시장도 지탱하고 있으며, 술 한잔 하면 택시나 대리기사를 이용하는 교통수단에 대한 시장도 이 부분과 직결된다.
결국, 이 시장이 망가지면, 경제는 더욱 나빠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홈술과 혼술, 배달 시장으로 메울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및 비대면 접촉, 랜선 홈술 혼술이라는 상황이, 코로나로 인한 해프닝이길 기대해 본다. 아무리 온라인 시스템이 발전한다고 해도 직접 만나는 것만큼 마음이 제대로 전달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