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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욱 May 15. 2020

앉은뱅이 술의 유래는?

소설 임꺽정과 한산 소곡주 

임꺽정전의 앉은뱅이 술, 한산 소곡주


유현종 작가의 소설 임꺽정전에는 흥미로운 술이 하나 등장한다. 마시면 주저앉아 일어나지 못하는 술, 바로 앉은뱅이 술에 대한 이야기다. 주저앉아버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맛이 너무 좋아서 흥건히 취할 때까지 마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앉은뱅이 술은 어떤 술일까? 소설 임꺽정전에는 작은 힌트를 남기고 있다. 바로 이 술이 한산에서 올라왔다는 것. 바로 우리가 익숙하게 들어본 한산 모시로 유명한 곳, 충남 서천군의 한산 소곡주가 그 주인공이라고 볼 수 있다.


백제의 부흥운동과 소곡주, 그리고 그 유래

한산 소곡주(小麯酒)는 백제의 부흥운동과 연관이 깊다고 말한다. 서천군 자체가 백제의 부흥운동을 하던 지역 중에 하나였기 때문이다. 서천의 금강하구를 따라 백제 부흥군이 이동한 것도 사실이며, 한산면의 건지산성(乾芝山城)은 백제 부흥운동의 중요한 스폿 중 하나다. 백제가 나당연합군에 의해 멸망했고, 그 슬픔을 달래고자 유민들이 술을 빚었는데, 소복을 입고 빚었다고 하기에 소곡주라고 불렸다는 이야기가 있다. 또 흰 누룩의 술이기에 소곡주라고 불린다고도 한다. 다만 그 어느 것도 정확한 학설은 아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백제는 일찍히 불교문화를 받아들여 육식을 배제한 소선(素膳)이라는 음식문화가 있었는데, 소곡주의 소(素)는 바로 이러한 불교문화에서 기인한 것이 아닌가 한다. 


소곡주를 뜨는 모습. 김완섭 작가 


앉은뱅이 술의 유래

소곡주가 가진 앉은뱅이 술 이야기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과거 시험 보러 가는 유생이 가는 도중에 목만 축이자고 마셨다가 정작 시험을 놓쳤다는 것, 그리고 젓가락으로 술맛을 보던 며느리가 계속 마시다 보니 결국 주저앉아버렸다는 이야기다. 그래서인지 한산 소곡주는 단맛이 많으며, 알코올 도수도 18도로 발효로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단맛이 많은 이유

단맛이 많은 이유는 쌀 함량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 일반적인 막걸리가 쌀에 비해 물이 3~7배 정도 들어가지만, 소곡주는 아예 물보다 쌀이 더 많이 들어간다. 즉, 소곡주의 단 맛은 쌀에서 오는 맛인 것이다. 더군다나 살균 처리하지 않는 생술이다. 한마디로 신선한 감주 형태의 센 술이라고 볼 수 있다. 


홍고추가 들어가는 한산 소곡주

한산 소곡주는 술을 빚을 때 홍고추도 들어간다. 원래 붉은색은 권위와 위엄을 그리고 액운을 물리친다는 의미가 있다. 그래서 왕의 의복인 곤룡포도 붉은색이며. 도장의 인감도 붉은색이다. 하물며 자동차 브레이크 등까지도 붉은색이다. 붉은색을 내뿜으며 잡균들은 가까이 오지 말라는 의미이다. 덕분에 이 술은 고추 특유의 매운맛이 미묘하게 살아있다. 


홍고추가 들어간 소곡주


서천군에는 다양한 문화 및 자연 유산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서천 8경 중 3 경인 한산 모시관, 5 경인 춘장대해수욕장이다. 금강하구와 연결되는 신성리 갈대밭 역시 서천의 명소다. 영화 JSA 공동경비구역의 촬영지기도 했던 이곳은 무려 6만 평에 이르는 대한민국 4대 갈대밭 중 하나이다. 음식으로는 서해안에서 잡히는 아귀찜, 그리고 꽃게살 무침 등이 유명하다. 둘 다 소곡주와의 궁합이 훌륭하다. 서해안 여행을 떠날 때, 또는 백제의 수도 공주와 부여를 여행할 때 꼭 한번 들려본다면 색다른 코스가 될 것이다. 그런의미로 코로나가 하루빨리 마무리되길 기대해보며 말이다. 


한산 소곡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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