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의 기세가 좀처럼 사그라들고 있지 않다. 이태원 클럽 확진 이후로 계속 두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를 주장하는 의견도 나오고 있으며, 보다 강력한 생활 속의 거리두기를 정부는 권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코로나는 당분간 사라지지 않는다는 이야기. 그렇다면 주류 시장은 어떻게 변화하고, 변화해 나가는 것이 좋을까? 단순히 홈술, 혼술 시장이 커진다고 바라만 보는 것이 맞을까?
와인 진열. 출처 pxhere
저렴한 홈술에서 고급 홈바 문화로
마트 및 편의점 내의 와인과 위스키의 판매가 또 한 번 폭발했다. 이마트 24는 3일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와인·양주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28.2%, 98.3% 늘었다고 밝혔다. 특히 5월엔 와인 31.4% 양주 27.7%의 매출 증가를 기록했다. 재난지원금 사용이 시기만 보면 전월 동기 대비 38.6% 판매가 늘었다. CU 역시 폭발적인 성장을 보이고 있다. 이마트와 같은 동기 대비 각각 45.8%, 32.9% 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GS25도 올해 1~5월 와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9.3%, 양주는 34% 늘었다. 이에 맞춰 이마트 24는 주류 특화 매장 1900여 개로 확대하였다. 여기에 CU 와인샵에서는 평소 볼 수 없었던 고급 와인들도 만날 수 있다. 가격대는 1만 원 대부터 12만 원 대까지. 물론 양주도 다양하게 구비되는 등 고급 품목이 늘어나고 있다.
와인뿐만이 아닌 관련 액세서리, 가구, 인테리어 시장까지도 커진다
고급술은 단순히 술 하나만 가지고 즐길 수 없다. 와인은 와인잔도 별도로 있어야 하며, 와인 오프터 역시 필요하다. 하나라도 깨지면 다시 구입을 해야 하며, 보다 멋지게 마시기 위해서는 팬시한 액세서리도 필요한 것이 이 시장이다. 즉, 홈술, 혼술 시장에서 와인 및 위스키 소비가 커지면 당연히 홈바(Home Bar) 문화로 확장된다는 의미가 된다. 홈바로 영역이 커지면 와인을 멋지게 따르고 마시는 디캔터 및 와인잔 홀더, 거치대, 에어레이터, 와인 셀러 등의 시장이 커질 수밖에 없다. 최근에 전동 와인 오프너가 인기인데, 이러한 유행이 다 홈바 문화로 확산 속에서 성장하는 시장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 인스타 및 SNS를 즐기는 밀레니얼 세대들은 감성이 있는 사진을 찍기 위해 디자인 액세서리를 구입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조명 및 인테리어 시장으로도 확장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와인잔 거치대. 출처 pxhere
내추럴 와인 전문샵 내추럴 보이 정구현 대표는 코로나 이전보다 와인 매출은 물론 관련 액세서리, 거치대 등의 매출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가정에서 고급 와인바의 분위기를 즐기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하였다.
와인뿐만이 아니다. 맥주 역시 단순히 4캔에 1만 원의 편의점 맥주가 아닌, 홈 비어라는 신조어로 다양한 케그 및 서버 장비도 인기를 끌고 있다. 단순히 술이 아닌 술 관련 부대 제품에 지속적인 찬스가 생기고 있는 중이다.
다양한 와인 디캔터. 출처 pxhere
홈술이 홈바, 홈아트, 홈코노미로 진화
여기에 좋은 술을 마시는데, 음식이 따라오지 않으면 안 된다. 단순히 배달 및 먹기 편함이 아닌 가치를 담은 프리미엄 밀키트 및 HMR(간편식 음식) 시장이 따라올 수밖에 없다. 편의점 내 식품 코너는 더욱 다양해질 것이며, 계절과 상황에 맞는 페어링 된 식품도 증가할 것이다. 더불어 좋은 식기와 주방용품의 시장도 확대되고 있다. 이제는 집이 와인바이며 레스토랑이기 때문이다. 결국 홈바로 이어지는 홈코노미는 홈아트 시장을 더욱 크게 만들어 가고 있다.
정육점. 출처 phere
정육점에서 술도 파는 시대
현재 소고기와 돼지고기의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홈플러스 온라인몰에 따르면 올해 2월부터 5월까지 축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0%나 증가했다. 소고기 84%, 돼지고기는 64% 늘었으며 닭고기와 양념육 매출도 각각 61%, 56% 로 올랐다. 외식을 지양하는 상황에서 온 가족끼리 즐기는 화려한 요리에는 육류가 가장 대중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마트의 고기 코너에서 와인 및 타주류와 함께 파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스테이크와 와인과 같은 조합을 집밥에서 추구하는 것이다. 술을 보고 고기가 생각날 수 있으며, 고기를 보면 와인이 더욱 생각나는 이미지로 홍보를 진행한다. 결국은 밖에서 하는 외식이 집으로 들어왔다고 볼 수 있다. 이 뜻은 와인샵에서도 육류를 팔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한마디로 경계의 선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양극화로 진행되는 주류 시장. 주류업체간의 M&A도 활성화될 듯
주류회사의 동향도 독특하다. 아사히 맥주의 경우 매분마다 발표한 판매수량을 올해부터 하지 않기로 했다. 코로나로 인한 매출 하락도 있지만 그 뒤에는 다른 전략도 있다는 평가다. 바로 수량을 평가의 척도로 삼지 않겠다는 의미다. 이제까지 일반적인 주류 매출의 상당수는 바로 회식 및 단체 모임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이는 것은 지양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결국, 술을 싸게 많이 파는 전략이 아닌, 적게 팔더라도 고부가가치 제품을 팔겠다는 회사의 의지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미국에서는 저렴한 맥주의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는 것이다. 데이터 마케팅 기업 인마켓(InMarket)에 따르면 코로나가 창궐하면서 밖에 나가지 않고, 가격이 지극히 저렴한 제품이 크게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중간 가격대의 제품 수요가 줄어들며, 주류 시장 역시 양극화로 진행 중인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 아사히 맥주는 호주 맥주 기업인 칼튼 앤 유나이티드 브루어 리스'(CUB)의 지분 40%를 1조 1천억 엔(약 12조 5천억 원)에 인수했다. 사업 다각화를 위한 전략으로 주류 기업들 간의 M&A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고도 말할 수 있다.
다양한 홈바용 테이블. 출처 wish
홈아트로 진행되는 가정용 가구 시장
주류를 예시로 들었지만, 실은 앞으로 모든 것은 집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한마디로 홈엔터테인먼트의 시대인 것이다. 실례로 영화관을 가지 않으면서 넷플릭스는 1600만 명이나 가입자수가 증가했으며, 여기에 맞춰 대형 TV의 수요도 늘고 있다. 또 가구 및 침구류 침대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한국 신용데이터'에 따르면 지원금 지급 후 매출이 가장 많이 오른 업종 중 하나는 가구였는데, 전 국민에게 지원금을 지급한 첫 주엔 1년 전보다 58%가 늘었고, 둘째 주엔 71%나 증가했기 때문이다. 침구류나 그릇 같은 상대적으로 비싼 생활용품 매출도 첫 주 43%, 둘째 주에 73% 늘었다.
일부 미디어에서는 안 하려고 했던 소비를 지원금을 통해 구입한다고 했지만, 이것 외에도 다른 이유가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재택근무를 통해 코로나 이전보다 더욱 많이 사용한 가구 및 침구류, 소파 등을 이제는 바꾸려고 하는 것이다. 이전에는 해외여행이나 좋은 호텔 등에서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이제는 기존과 같은 경험이 어려우니, 집 인테리어라도 바꿔서 새로운 느낌을 주기 위함이다. 즉, 집이 단순히 쉬는 공간이 아닌 여가와 취미로 이어지는 역할도 추가되었기 때문이다. 영화관을 가지 않다 보니 넷플릭스의 구독자 수도 전 세계적으로 1600만 명이나 늘었다. 동시에 영화관을 대신할 초대형 스마트 TV의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집안에 오래 거주하는 만큼, 모든 제품들의 사용주기는 짧아지며, 이 모든 것을 판매하는 업종에게는 찬스가 더욱 커졌다고 볼 수 있다.
아빠들의 엔터테인먼트도 집으로 집중
집에서 즐기는 키덜트 시장은 커질 수밖에 없다. 그것도 고급시장이다. 레고의 경우 지난 6월 람보르기니를 모델로 한 제품을 출시했다. 테슬라는 이미 4월에 장난감 자동차로 유명한 ‘핫휠(Hot Wheels)’과 협업하여 사이버 트럭 RC카를 출시했다. 일본의 유명 프라모델 업체인 반다이남코는 최근 2020년 회계연도(2019년 4월~2020년 3월) 실적 발표를 통해 토이·하비 사업부문 매출이 전년 대비 109억 엔(1259억 원), 영업이익이 50억 엔(577억 원) 증가하는 등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 3월에는 롯데월드 몰 '타미야 프라모델 팩토리'가 생기기도 했다.
어떤 콘텐츠가 대세?
어디를 가나 콘텐츠 하면 유튜브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정작 어떤 유튜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은 하지 못한다. 코로나로 뜬 유튜브 콘텐츠는 간단하다. 집에서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곳이다. 스테이크를 잘 굽는 법, 마트 와인 구매하기, 레고 및 키덜트 시장에서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다. 또 맛집 리뷰 콘텐츠도 증가하고 있는데, 이것은 집에 거주하면서 대리만족을 느끼기 위한 것도 있다. 결국 홈코노미 속에서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콘텐츠가 더욱 대세가 될 것이라고 본다.
전문성이 있는 요식업 매장은 살아남을 듯
일반적인 회식, 단체 중심으로 고객을 받았던 요식업 업장은 힘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전문가가 운영하는 매장은 다소 다를 수 있다. 비대면 접촉으로 구입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전문성이 있어야만 소비자들이 의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요식업에 있어서 전문 영역은 더욱 깊어질 듯하며, 보다 부가가치 있는 시장으로 바뀔 수 있을 듯하다.
코로나 시대의 키워드는 '가족과 개인'
코로나로 인해 사회적, 생활 속 거 리두 가기 이어지면서 결국 단체, 조직, 모임에 쏟는 시간보다는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아무리 좋은 모임이라도 가족보다 소중하게 느낄 수는 없다는 것이 이번 코로나가 알려준 소중함이기도 하다. 결국, 개인과 가족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홈술, 홈술, 홈바와 홈아트가 모두 이러한 시대적 상황을 대변하는 것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