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 수요가 줄어듬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매출을 확장하는 기업이 있다. 바로 4050 세대에도 친숙한 레고다. 장난감 수요가 줄어드는 이유는 어린이 수가 감소하는 탓이다. 유럽 및 미주, 일본, 그리고 우리나라까지 출산을 기피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레고만큼은 달랐다. 레고코리아의 경우, 레고코리아는 전년 대비 소폭 상승한 1217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약 101억 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상승했다.
레고의 성공 요인
코로나가 덮친 2020년도 BBC 탑기어와 제휴하여 랠리카를 선보였고, 6월에는 람보르기니와 제휴하여, '레고 람보르기니 시안 FKP37'을 만든 등 꾸준히 이슈몰이를 하고 있다. 코로나 시대에는 홈코노미(Home Economy)와 접목, 어른과 아이가 함께 집에서 놀 수 있는 콘텐츠로 꾸며가고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레고가 성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작은 블록으로 자신이 상상하는 것을 모두 만들어 볼 수 있는 데 있다. 그것이 영화던 소설이던 상관이 없다. 상상력만 있는 인간이라면 자신만의 자신만이 만드는 특별한 물건도 만들 수 있다는 것에 가장 큰 매력이 있다. 한마디로 확장성이 무궁무진한 놀이인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는 어릴적 함께 놀던 추억이 있다.
레고와 전통주의 확장성
그렇다면, 이런 레고와 비슷한 술은 없을까? 의외로 가까운 곳에 이러한 술이 있다. 한국의 전통주이다. 전통주라고 한다면 왠지 정해진 법칙에 따라 전통스럽게 빚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실상은 완전히 다르다. 굳이 따라야 한다면 창의적이며 자유로운 발상이다. 와인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경우는 800년 전부터 이미 영국으로 꾸준히 와인을 수출을 해 왔다. 그렇다 보니 크기의 규격화, 맛의 안정화, 그리고 술 제조 제법 등이 제도화되었다. 독일의 맥주 역시 1517년 맥주 순수령에 의해 보리, 물, 홉만 넣는다는 맥주 순수령에 발포, 그 방식을 따라야만 했던 문화가 있다. 일본의 사케 역시 오직 쌀로만 빚어야 한다는 법령이 있으며, 그 법을 따르지 못하면 주세법상에 잡주가 되어버린다. 권위와 규제가 술의 맛을 만들어버린 셈이다.
맥주 순수령 450주년 기념. 우표. 맥주 순수령은 훌륭한 법률이었으나 한편으로는 맥주 자체를 획일적으로 만들었다.
한국의 술은 집에서 빚는 문화였다. 가을 추수에는 햅쌀로 빚었고, 여름 등의 보리 시즌에는 보리술을 빚어 마셨다. 여기에 부재료로 들어가는 꽃과 과일, 허브, 약재 등은 계절마다 모두 달랐다. 즉, 내가 빚고 싶은데로, 지역성과 계절성을 살려 빚는 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 잡았다. 이렇게 사람이 직접 빚은 술맛은 빚는 사람의 성격을 닮은 개성 넘치는 술이 있었던 것이 본래의 전통주 모습이기도 하다.
전통주 칵테일. 서정현 바텐더 작품
즉 한국의 전통주는 서양의 문화와 완전히 결을 달리한다. 술을 어떻게 빚어야 한다는 강제적인 제도도 없었고, 수출을 통해 규격화, 획일화시킬 필요도 없었다. 그래서 창의적인 모습과 자유스러운 모습이 본질에 남아있는 것이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와 압축성장을 거치면서 술은 싸게 빨리 취해야 한다는 이상한 효율만 추구한 문화가 들어가면서, 획일적인 술 문화가 생기게 된다.
최근에 3050세대가 적극적으로 전통주 창업시장에 뛰어들면서, 정해진 룰을 벗어난 자유롭고 창의적인 술이 다시금 나오고 있다. 단순히 막걸리뿐만이 아닌, 약주, 청주, 증류식 소주, 심지어 진, 럼, 와인까지 모든 부분이 전통주의 영역에 들어가며, 마시는 방법도 막걸리에 사발, 소주는 소주잔 등 획일적인 영역에서 벗어나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술을 인터넷 또는 전문 교육기관을 통해 만들어 볼 수 있다.게다가 우리 동네, 우리 지역의 농산물을 사용한다면 추억 속의 술로도 이어질 수 있다. 즉, 레고처럼 어마어마한 확장성을 가지고 성장하는 문화산업이 되어가는 중이다. 레고가 블록으로 뭔가를 만들어야 한다면, 우리 전통주는 우리 농산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 본질로만 본다면 그것 정도가 유일한 규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