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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욱 Oct 24. 2020

밀키스는 술에서 유래되었다?

밀키스의 유래가 된 술, 몽골의 마유주

한국에는 두 종류의 우유 맛 탄산음료가 있다. 바로 암바사와 밀키스다. 밀키스는 1989년에 나온 제품으로 탄산음료에 탈지유를 넣었다고 알려져 있으며, 암바사는 이것보다 빠른 1984년 한국에 처음으로 소개된다. 하지만 마케팅의 힘으로 밀키스는 암바사를 가볍게 누르고 우유탄산음료의 독보적인 1위에 오른다. 


바로 당대 최고 스타였던 주윤발이 광고모델로 등장했고, '사랑해요 밀키스!'라는 캐치프래이즈가 어마어마하게 유행했던 것은 80년 대를 살아본 사람이라면 모두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주윤발은 최초의 외국인 광고 모델이기도 했다. 이유는 당시 광고에 대해 외국인 모델을 쓸 수 없었기 때문. 세계화 시대에 발맞춰 법이 개정되어 외국인을 고용하게 되었고, 최초로 등장한 사람이 바로 주윤발이었다. 


주윤발의 밀키스 광고


밀키스의 유래가 마유주?

흥미로운 것은 이 밀키스의 유래가 단순히 음료가 아닌 술이라는 것이다. 바로 몽골의 전통주, 현지에서는 아이락이라고 불리는 말 젓 술인 마유주(馬乳酒)다. 늘 유목생활을 했던 몽골인에게는 말은 필수품이었고, 그 말에서 나오는 우유를 발효시켜 마셨다. 특히 말의 젖은 약 6% 정도의 당분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을 잘 발효시키면 1~3% 정도의 알코올 도수를 가진 술이 나올 수 있었다. 


유목민에게는 말이 정말 중요했다. 한 가정당 200마리 정도의 양을 길렀는데, 그 넓은 초원에서 서로 소통하기 위해서는 말이 필수적이었기 때문이다. 이 마유주는 2500년 전부터 가죽 부대를 사용하여 만들어 왔다. 이렇게 마유주를 만들어 마셔야 했던 이유는 마유를 생으로 마시면 설사 및 배탈을 일으킨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전해진다. 또 가축에서 얻어지는 식재료를 조금이라도 헛되이 하고 싶지 않은 것도 있었다. 이 부분은 말의 출산과도 이어진다. 


1년에 한번 출산하는 말의 습성

말은 봄철에 임신하여 이듬해 봄철에 분만한다. 330~350일 정도로 거의 1년에 가깝다. 한여름이 시작되면 더 이상 발정이 오지 않기 때문에 임신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망아지가 마유를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는 시기는 약 3개월 정도. 이후에는 적어지는데, 몽골인은 바로 이 때 마유주를 짜내 술을 만들었다. 6월부터 10월 말까지 짜내는 마유의 양은 300~500리터 정도. 그리고 이후 가죽 부대에 저장한 다음 7일에서 10일 정도가 계속 섞어주면 가죽 부대에 붙어있던 유산균 및 효모 등의 활동으로 발효가 일어나고, 여기서 술이 생겨나게 된다. 결국 이렇게 발효한 마유주는 알코올 도수 1~3% 정도의 낮은 도수의 술이 되고, 마셔도 술보다는 음료 및 영양보충용으로 많이 사용되었다. 


마르코폴로의 동방견문록을 보면 마유주만 있으면 그들이 사냥을 해가며 얼마든지 버틸 수 있다고 기록해 놨다. 한마디로 전투식량으로 사용된 것이며, 이 마유주가 있어서 대제국을 세울 수 있었던 것이다. 현재 대량으로 만드는 마유주는 겨울에 야외에서 얼려서 보존하거나, 몽골 정월에 축하행사로 사용되곤 하는 등 축제와 파티에서 많이 사용된다. 


이러한 마유주에 일본인이 착안하게 된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1919년, 몽골인이 마시는 마유주를 힌트로 판매한 유산균 음료에 탈지유를 유산 발효시킨 후에 당분을 추가, 칼슘을 첨가해서 만든다. 칼슘과 맛을 표현하는 산스크리트어 '사르피스'를 넣어 칼피스라고 불린 제품이다. 이렇게 우유탄산음료는 탄생을 한다. 


마유주를 마시는 몽골출신 스모선수
중앙 아시아에 있는 동물의 젖술

참고로 마유가 아닌 우유로도 술을 만드는 곳이 있다. 바로 흑해와 카스피해의 사이에 있는 카프카스 산맥 주변에서 만들어지는 케피르라는 술이다. 우유가 발효가 끝나면 계속 새로운 우유를 넣어 만들어간다. 거친 땅이 많은 중앙아시아에서는 이러한 동물의 젖으로 다양한 술을 만들었다. 낙타, 야크, 양, 염소젖 등 세상의 모든 젖은 술을 만들 수 있다. 


결국 당분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세상의 모든 먹거리로 술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인간은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는 것. 마유주가 알려주는 흥미로운 포인트가 아닌가 싶다. 



*본 칼럼은 밀키스 제조사와 전혀 관계없음을 알려드립니다. 

*마유주는 2019년 몽골 전통의 발효기술과 관련 습관이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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