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가 와인은 왜 이렇게 저렴할까?
저가 와인의 기준에 대하여
국내 와인 시장이 뜨겁다. 멋진 레스토랑과 와인바가 아닌 홈술, 혼술로 마시는 마시는 와인 시장이다.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홈술, 혼술 하면 애처롭게 소주나 맥주 한잔 하던 모습. 하지만 해외여행도 가지 못하고, 외부 활동도 줄어든 상태에서 오히려 살짝 부띠끄한 느낌이 지금의 트랜드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이 공격적인 와인 마케팅을 진행하며, 초저가 와인을 펼치고 있는 것도 큰 몫을 한다. 커피보다 저렴하다는 전대미문의 5000원 미만의 와인 공세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본질적으로 고가 와인과 저가 와인의 차이는 무엇일까? 단순히 맛일까?
<직접 비교시음을 해본 마트 3사의 초저가 레드 와인. 왼쪽부터 홈플러스 카퍼 릿지(카베르네 쇼비뇽 포도 품종), 이마트 도스 코파스(카베르네 쇼비뇽 포도 품종), 레알 푸엔테(템프라니요 포도 품종)
정확하고 세밀한 포도 산지를 지향하는 고가의 와인
고가 와인에 대한 기준은 간단하다. 얼마나 좋은 원료로 세밀하게 만들었냐로 가격을 결정한다. 여기에 역사성, 신뢰성 등이 들어간 브랜드 파워가 크게 한몫한다. 원료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성이다. 단순히 지역이름만 나열된다고 좋은 와인은 아니다. 포도 산지에 대한 정확한 지역명이 나올 수록 가격이 높아진다.
단순한 프랑스 와인보다는 보르도(Bordeaux) 지역이, 보르도 와인보다는 그 안의 메독(medoc) 지역이, 메독보다는 뽀이약(Pauillac), 생줄리앙(Saint-Julien), 마고(Margaux) 등의 구체화된 지역에서만 생산되면 더욱 가격이 높아진다. 우리 쌀에 비유하자면 단순한 국내산보다는 이천 쌀이 좋고, 농사를 지은 논까지 알려준다면 더욱 고급이 된다는 의미다. 즉 출처가 세밀해지고 정확해지면 고급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이렇게 포도 산지를 한정짓고 와인을 만들다보면 원료 수급 등에 불편한 점이 많다. 하지만, 신뢰성은 높아진다. 그래서 관리도 더욱 철저히 들어간다. 품이 많이 들어간 포도로 좋은 와인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영어식으로 표현하자면 하나의 포도 밭에서 나왔다는 싱글 빈야드(Single Vineyard). 이번에 초저가로 나온 제품 중에서 싱글 빈야드과는 거리가 있다.
산지의 범위가 넒은 저가 와인
저렴한 와인들은 이러한 범위가 넓은 곳이다. 아예 국가를 넘나드는 경우고 많다. 프랑스 와인 중에 이러한 와인들이 꽤 있다. 스페인이나 이탈리아에서 와인원액을 수입해서 프랑스에서 병입, 대량으로 해외로 수출하는 경우다. 그래서 산지가 불분명한 프랑스 와인보다는 차라리 산지가 적혀진 신대륙 와인이 믿음이 간다는 부분이 바로 이러한 부분이다. 이번에 출시한 초저가 와인 중에 신대륙 와인이 많은 이유는 이러한 부분이다. 한마디로 프랑스, 이탈리아 와인보다 가성비가 좋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다만 스페인산의 경우 유럽에서도 상당히 저렴한 축에 속한다. 벌크로 해외로 수출하는 경우도 지극히 많아서다. 대표적으로 우리나라에 판매되는 매실주 중 일부 제품은 이 스페인산 화이트 와인이 들어간다. 알고보면 매실주는 매실만 들어가는 것이 아닌 것이다.
숙성기간이 긴 고가의 와인, 짧은 숙성을 진행하는 저가 와인
숙성기간에서도 고가와 저가는 차이를 보인다. 당연히 고급 제품들은 숙성기간이 길다. 스페인의 와인 등급 중 크리안자(Crianza) 등급는 6개월이상 오크 숙성에 병입숙성까지 총 24개월, 리제르바(Reserva)) 등급 제품은은 12개월 오크 숙성, 병입숙성까지 총 36개월 법적으로 숙성시켜야 하며, 그랑 리제르바(Grand Reserva) 등급 제품은 18개월 오크 숙성에 60개월 이상을 법적으로 숙성시켜야 한다. 공간 및 관리, 시간에 공을 들여야 고급 제품이 되는 것이다. 그러며 맛이 더 묵직해 지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저렴한 제품 들은 6개월~ 1년 이내로 숙성한 경우가 많다. 오래 저장하면 저장할 수록 비용이 더 들기 때문이다. 대신에 맛은 상대적으로 장기숙성 제품보다 가벼운 맛이 나는 경우가 많다. 김준철 와인스쿨의 김준철 원장은 저가의 와인은 구입한 후 최대한 빨리 마시는 것이 좋다고 설명한다. 오랫동안 보관을 위해 만드어진 제품이 아니라는 것이다.
고가는 오크통에 숙성, 저가는 오크칩을 넣어 숙성
고가의 저가의 제품은 숙성용기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저렴한 제품은 고가의 오크통보다는 오크나무 칩 등을 이용, 스테인레스 저장고에 넣고 오크나무의 맛과 향을 침출시킨다. 이렇게 되면 따로 오크통 저장고도 필요없어지며, 발효된 발효조에 오크칩만 넣어주면 완성된다. 공정이 확 줄어드는 것이다. 참고로 오크통 숙성은 주로 레드 와인에 해당된다.
고가는 통나무껍질로 만든 코르크, 저가는 조각을 모아 만든 코르크
와인의 가격은 코르크 마개에서도 차이를 발견 할 수 있다. 고가의 와인은 참나무 껍질을 그대로 코르크 마개로 만드나, 저가의 와인은 코르크 마개를 만들고 남은 조각을 가지고 다시 가공 및 접착하여, 코르크 마게 형태로 만들어 낸다. 쉽게 이야기해서 천연 코르크와 합성 코르크로 나뉜다고 볼 수 있다. 인공 코르크는 조각을 모아 가공한 만큼 수명이 짧다. 그래서 와인을 여는 과정에서 오크 조각이 떨어지기도 쉬워 괜한 불쾌함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초저가 와인. 왼쪽부터 이마트 도스 코파스, 롯데 마트의 레알 푸엔테, 홈플러스의 카퍼 릿지 그래도 뛰어난 가성비
이번에 대형 마트에서 선보인 홈플러스의 '카퍼 릿지(COPPER RIDGE)', 이마트의 '도스 코파스(DOS COPAS)', 그리고 롯데 마트의 '레알 푸엔테(REAL FUENTE)' 역시 이러한 저가 와인의 기준을 가진 부분이 많다. 워낙 가격이 저렴하다보니 충분히 이해가 간다. 일단 우선 숙성기간이 짧다. 6개월~ 1년 미만의 제품이 많다. 원산지는 미국산 카퍼릿지(COPPER RIDGE)만 캘리포니아 정도는 소개가 되었지만 세부적인 나파벨리, 소노마 벨리 세부적인 유명 와인 산지 등은 기입이 되지 않았다. 도스 코파스와 레알 푸엔테는 현지에서 판매되는 와인이 아닌,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자체 OEM으로 제작한 와인으로 보인다. 해외에서 같은 맛의 와인을 판매할 수는 있으나, 대량생산을 통해 저가로 판매해야하는 비즈니스의 성격 상, 브랜드를 아예 달리한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나라의 와인이 혼재된 이마트 도스 코파스
그래서 도스 코파스 와인 시리즈는 다양한 나라의 와인이 혼재되어 있다. 카베르네 쇼비뇽은 칠레산이며, 레드 블렌디드(Red Blended)라는 제품은 스페인산이다. 여기에 프리미엄급(8,900원)으로 만든 리제르바는 포르투칼산이다. 도스 코파스 카베르네 쇼비뇽은 약 8개월 숙성, 리제르바 제품은 1년을 숙성했다고 한다. 도스코파스 리제르바 (Reserva)제품에는 'vinho regional lisboa'라고 적혀있는데 이것은 와인 산지가 리스보아(lisboa)라는 지역이라는 의미다. 칠레산인 도스 코파스 카베르네 쇼비뇽에도 원산시 표시는 있다. 바로 센트럴 벨리(Valle Central)라는 곳. 칠레에서 가장 많은 와인을 생산하는 곳이다. 이 센트럴 벨리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칠레 와인 산지인 마이포 벨리가 있다. 하지만 역시 세부 산지까지는 공개하고 있지 않다.
코르크 마개에서도 차이가
코르크 뚜껑의 경우, 도스 코파스와 레알 푸엔테 역시 나무 조각을 가공한 인공 코르크를 쓰고 있으며, 카퍼 릿지은 아예 코르크가 아닌 스크류 캡을 사용하고 있다. 최근에 호주 및 뉴질랜드 와인이 스크류캡을 많이 사용하는데, 카퍼 릿지도 편하게 즐기는 데일리 와인이라는 느낌으로 스크류캡을 선정한 듯 하다. 물론 원가는 저렴해 진다. 알코올 도수도 비교적 낮은 편이다. 카퍼 릿지는 11%, 레알 푸텐데는 12%, 이것에 비해 도스 코파스는 13.3%였다. 와인에 있어서 알코올 도수는 원가와 비례하기도 하는 중요한 포인트다.
신대륙 와인들이 품종을 기입하는 이유
이번에 소개하는 신대륙 와인들은 모두 포도 품종에 대해서는 기입을 했다. 구대륙 와인의 경우 레알 푸엔테는 스페인의 대표 품종인 템프라니요를 사용했지만, 나머지 포르투칼과 스페인산의 도스 코파스는 기입하지 않았다. 구대륙에서는 품종을 나타내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구대륙의 경우는 수천년 전부터 와인을 만들어 온 만큼, 동네 이름만 대면 어떤 와인인지 바로 알 수 있다. 굳이 원료 및 재료를 넣지 않더라도 그 동네 와인이라는 것으로 신뢰성 및 안심감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신대륙은 달랐다. 그 어떤 지역도 새롭고 아는 사람도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와인을 소개해야 하는데 수식어가 필요했고, 그 수식어로 포도 품종을 넣은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문화는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생기기 시작한다. 알고보면 와인에 포도 품종이 기입된 것은 그리 오래된 역사가 아니었던 것이다.
5000원에 와인 한 병, 정말 가성비 최고봉일까?
저가 와인의 특징에 대해 설명했지만 그래도 5,000원 이하라는 것은 엄청난 가격 메리트가 있다. 이미 1만원 내외의 와인들이 앞서 설명한 특징을 상당히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커피 한잔 값에 와인 한병을 구입할 수 있다니, 어떻게 보면 정말 획기적인 일이다. 늘 와인은 고급 품목에 있어서 손이 갈 듯 하지만 중간에 포기했던 그런 술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이 와인들이 무조건 가성비가 최고라는 데는 이견이 있다. 바로 더 저렴하고 좋은 와인이 있기 때문이다. 와인 전문 강사 양진원 교수에 따르면, 이번 와인들이 가격 퍼포먼스가 훌륭한 것은 분명하지만, 더 질좋고 맛있는 와인을 찾는다면, 박스타입의 와인을 추천한다고 전한다. 유리병이 아닌 종이박스에 들어가 있는 제품으로 코스트코 등에서 판매하는 호주산 박스와인 하디스의 경우 5L에 16,900원이다. 750ml의 와인 6~7병이나 들어간다. 단순히 양이 많은 것만도 아니다. 박스 와인의 경우 가볍고 꺠질염려가 적어 관리 및 운송비가 적게 든다. 그 만큼 맛에서도 훌륭한 가성비를 이끌어 내는 와인이 박스 와인이라고 양진원 교수는 말한다. 다만 관리에 있어서는 번거로움이 발생한다. 일반적인 유통기한은 한달 정도. 마신 후에 꾸준히 냉장고에 보관해야하는 것도 일 중에 하나다
박스 와인 하디스 그래도 설탕 맛 투성인 초저가 와인과는 달라
와인 애호가들이 가장 싫어하는 와인이 바로 설탕만 대량으로 투입하여 단 맛만 나는 와인이다. 단순히 단 맛이 싫다기 보다는 단맛은 음식과의 궁합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례는 와인 뿐 만이 아니다. 우리 역시 단 맛이 강한 주스와 음식을 같이 먹는 일은 드물다. 이번에 시음한 레드 와인 3종은 모두 이런 것들과는 거리가 있다. 즉, 나름의 포도의 특성을 살리려 했으며, 대중주로써 적당한 육류 및 기름진 음식과 어울릴 수 있다고 판단되었다. 충분히 가성비가 좋고, 마트 입장에서도 이윤은 지극히 적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마트가 초저가의 와인을 파는 이유는, 육류, 치즈 등 음식 및 안주의 부대매출로 이어지기 때문이이다.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 학과 엄경자 학과장은 막걸리가 무조건 쌀 필요가 없듯이, 와인도 무조건 고가여야 할 필요는 없다며, 이렇게 저가 와인의 폭이 넓어지는 것은 와인에 대한 고정관념도 탈피할 수 있는 좋은 사례라고 설명하였다.
현재 이러한 홈술, 혼술로 이어지는 와인 시장은 홈바, 홈아트, 홈인테리어 등 홈코노미로 확장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단순히 와인 판매가 아닌, 와인 잔, 와인 거치대, 관련 인테리어 사업까지 확장 중이다. 결과적으로 코로나로 시장이 사라지는 것이 아닌, 옆으로 시프트하는 모습을 모인다는 것. 주류 시장에 꾸준히 주목을 해야 하는 부분이 이러한 부분이다.
*비교 시음 내용
세 제품에 대한 맛과 향 비교 내용. (주관적인 취향 반영)
포도 품종 도스 코파스 (카베르네 쇼비뇽), 카퍼릿지(카베르네 쇼비뇽), 레알 푸엔테(템프라니요)
색
색의 진함 : 레알 푸텐데>카퍼릿지>도스 코파스\
향
포도의 아로마 및 부케 향: 레알 푸텐데>도스 코파스>카퍼 릿지
오크향: 도스코파스>레알 푸엔테>카퍼 릿지
맛
단맛 : 도스 코파스=레알 푸엔테<카퍼 릿지
신맛 : 도스 코파스>카퍼릿지>레알 푸엔테
타닌감: 카퍼 릿지>도스 코파스>레알 푸엔테
알코올 : 카퍼 릿지 = 도스 코파스= 레알 푸엔테
바디감 : 카퍼릿지>도스 코파스>레알 푸엔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