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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욱 Dec 05. 2020

[홈술 시대]1만 원 이하 위스키, 800원 대 맥주

술 맛은 비교가 중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가 틀린 이유


이 세상의 모든 것이 허구일 수 있다며, 무엇이 불변의 진리인지 끝까지 고민한 철학자가 있다. 바로 수학자로도 명성을 떨치며 방정식까지 만들어 낸 '르네 데카르트'다. 같은 음식을 먹어도 혹자는 맛있다고 하며, 반대로 맛없다고도 했고, 혹자는 빛을 보고 파란색이라고 했지만, 그늘에 가면 또 그 색이 달라지곤 했다. 이러한 것에 세상에 진리를 끝까지 고민해보니, 딱 하나만이  있다고 그는 결론 낸다. 바로 현재 자신이 이러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이렇게 생각하는 자신이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나온 말이 고등학교 윤리 시간에 정말 많이 나오던 ' 나는 생각(사유)한다, 고로 존재한다(Cogito, ergo sum)'이다. 자신이 생각을 하니 이러한 자신이 존재하는 것은 불변의 진리라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 철학, 또는 과학에서는 이 원리에 대해 틀렸다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무의식이라는 것을 통해 생각 없이 존재하기도 하며, 무엇보다 내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나 아닌 다른 사람이 존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유는 나란 존재 자체가 절대적인 것이 아닌, 상대적인 것에 의해 결정 나기 때문이다. 내가 잘나고 못나고, 이쁘고 못생기고, 생각하고 안하고의 기준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과 비교했었을 때 생겨나기 때문이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부분은 술에도 적용된다. 술이 가진 모든 색과 향, 그리고 맛은 다른 술과 비교하는 것으로 결정이 난다. 달고  쓰고, 목넘김이 좋고 숙취가 많고 적고 모두 상대적인 내용이다. 그래서 술맛을 제대로 보려면 그 술 하나만 보는 것이 아닌, 다른 술과 비교를 하는 비교 시음을 진행해야 더욱 술자리가 풍성해진다. 하지만 이렇다고 해서 내 주머니 사정이 나빠지는 것은 불편하다. 그런 의미로 최저가로 비교하며 즐겨볼 만한 편의점/마트 홈술을 한번 소개해 본다.


1캔에 800원 전후의 최저가 주류 발포주


국내 최저가 주류 ’ 발포주’ 비교 

한국에는 맥주인 듯하지만 맥주가 아닌 술이 있다. 바로 발포주라는 영역이다. 발포주라는 이름은 이름 그대로 발포성 탄산이 있는 술이라는 의미. 주세법상은 맥주가 아니지만, 맥주처럼 보이는 유사 알코올음료에 붙인 이름이다. 특징이라면 맥아 비율이 현저히 낮다는 것. 맥아 비율을 10% 미만으로 해서 주세를 낮춰 가격을 최저가로 만든 제품이다. 그래서 일반 마트에서는 355ml 6개 들이 제품이 4천 원대로 판매되고 있다. 개당 800원 이하의 초저가 주류인 것이다. 일반 맥주와 이 발포주를 비교하면 후미에서 느껴지는 맥주 특유의 맛이 짧게 끝난다는 특징이 있다. 현재 국내에서 생산되는 발포주는 크게 브랜드. 하이트 진로의 필라이트와 OB의 필굿이다. 흥미롭게도 두 제품도 전혀 다른 맛을 품고 있다. 필라이트 오리지널의 경우 아로마 홉을 사용, 목 넘김 후 입속에 남는 홉이 주는 허브향이 길게 남는다. 하지만, OB 필굿의 경우, 이러한 홉이 주는 아로마의 맛보다는 깔끔하게 떨어지는 탄산 맛이 강조된 느낌이다. 같은 초저가 제품이지만, 추구하는 맛과 향은 전혀 다른 것이다. 



200ml의 소용량 위스키. 1만 원 전후다. 출처 이마트
1만 원대로 즐겨보는 위스키 비교 시음

최근 혼술, 홈술 문화가 커져가면서 위스키 업계에서는 200ml 정도의 소용량 제품을 적극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이제는 부어라, 마셔라의 시대가 아닌, 자신이 마시고 싶은 만큼, 조금, 그리고 다양한 술맛을 볼 수 있는 시장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의외로 1만 원 내외로 구입할 수 있는 제품들이 많다. 발렌타인 파이니스트(Ballantine's Finest), 조니워커 레드라벨(Johnnie Walker Red Label), 짐빔 화이트(Jim Beam White)의 소용량 제품은 8~9천 원 대면 마트 등에서 구입이 가능하다. 이러한 제품은 논 에이징 제품이라고 하여 숙성 연도 표기를 안 한 제품이다. 제품에 따라 다르지만 2~6년 정도 숙성한 원액으로 브랜딩 하는 경우가 많다. 만약 좀 더 고급 제품을 즐기고 싶다면 위스키 가격은 1만 원대로 올라간다. 12년 산 제품들이 1만 원 대 초반에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맛을 비교한다면 1만 원 대 이상의 논 에이징 제품은 같은 브랜드라도 질감이 가볍게 느껴지며, 입속에 남는 풍미도 짧게 끝난다. 반대로 숙성을 오래 하면 오래 할수록, 입속에서의 질감이 크게 느껴지며, 오크향, 바닐라향, 견과류 향 등이 더욱 강하게 느껴진다. 이것은 숙성이 진행됨에 따라 원재료의 맛과 풍미가 압축되기 때문이다. 더불어 숙성을 거듭하면 거듭할수록 알코올을 증발되기 때문에 원가는 계속 올라간다. 


하이볼로 즐긴다면 10잔도 나와

최근에 유행하는 하이볼(위스키 소다)로 즐긴다면 8천 원대 제품으로도 충분하다. 양만 조절한다면 10 잔도 나올 수 있다. 다만, 숙성에 따라 맛이 변하는 것을 즐기고 싶다면 같은 브랜드로 논 에이징 제품과 12년 산 두 종류를 구입해서 맛본다면 그 역시 흥미로운 포인트가 된다. 숙성을 오래 한 제품이 무조건 맛있다고는 할 수 없다. 어차피 사람 입맛은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참고로 와인엔모어 등 주류 전문샵에는 훨씬 소용량의 위스키 미니어처들도 많이 있다. 12년 산 위스키도 5,000 원 전후로도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 양이 50ml라서 너무 적다고 하는 의견도 있지만, 집에서 한두 잔 즐기는 데는 전혀 문제없다. 이제는 양이 아닌 맛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양해진 마트 막걸리. 모두 비교해서 맛 볼 수 있다. 
다양해진 마트 막걸리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비약적으로 발전한 마트 술 매대가 있다면 아마도 막걸리 매대일 것이다. 거의 1,2종류 밖에 없었던 마트 막걸리 매대에 다양한 지역 막걸리가 들어오게 되었다. 가격도 1천 원대에서 수만 원대의 다양한 제품이 선을 보이게 되었다. 하지만 바로 고급 막걸리 영역에 들어가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 있다. 내 입맛에 안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트 막걸리를 즐겨본다면, 1~ 2천 원대의 다양한 막걸리부터 즐겨보는 것이 좋다. 서로 비슷한 맛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한 발짝 들어가 보면 맛이 상당히 다르다느 것을 느낄 수 있다.


최근에 지속적인 확장을 하고 있는 지평 막걸리의 경우 밀누룩(밀입국)을 사용해서 빚다 보니 마시고 난 후에 끝에서 살짝 식빵 향이 느껴진다. 가평의 명물인 가평 잣 막걸리는 100% 쌀로만 빚어 매끄러운 식감을 가지고 있으며, 여운으로 가볍게 느껴지는 잣 향이 포인트다. 배상면주가의 느린 마을 막걸리는 일반 막걸리와 달리 밥을 찌지 않고 생쌀을 갈아서 빚어 입속에 살짝 쌀 입자가 느껴지며, 풍부한 쌀 함량으로 크리미 한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이러한 것에 따라 함께 먹는 음식도 확연히 달라진다. 이러한 생막걸리의 특징은 한 달 정도라면 집 냉장고에서도 숙성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숙성을 하면 단 맛은 줄고 알코올 도수는 살짝 올라간다. 한마디로 드라이한 술이 되는 것이다. 그러한 숙성의 매력을 느껴보고 싶다면, 냉장고에서 2,3주 숙성한 제품을 비교해서 맛보는 것도 생막걸리만이 가지고 있는 흥미 포인트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유통기한은 잘 보고 그 안에서 해결하는 것이 좋다.


화요 소용량 제품과 전통주 미니어처


발전하는 한국 술 문화

한국의 술 문화는 부어라, 마셔라의 획일적인 문화였다. 그 이유는 마시는 술 종류가 지극히 제한적이었고, 술의 본질은 취하는 데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많이 마시는 술 문화에서 다양하게 조금씩 마시는 술 문화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술 문화를 코로나 시대에는 홈술이 이끌고 있다. 사람들이 홈술을 찾는 이유는 단순히 밖에서 못 마시는 것뿐만이 아니다. 조금 마신다고 해서 화내는 사람도 없고, 술 따라주지 않는다고 해서 삐지는 사람도 없다. 즉 내 스타일대로 즐길 수 있다는 것. 이것은 맹목적으로 충성만을 요구했던 우리 문화에 개인을 존중하는 문화로 확장된다는 의미며, 이렇나 모습이 비단 술뿐만이 아닌 획일적인 권위를 깨트리는 중요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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