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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욱 Dec 01. 2020

[KBS 라디오]백년전쟁과 프랑스 와인 스토리(1부)

불금의 교양학 내용 정리

해당 내용은 KBS1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참여하고 있는 '불금의 교양학' 코너에서 소개한 100년 전쟁 이야기를 정리한 내용입니다. 가벼운 Q&A형태로 엮어봤습니다. 


세계사를 바꾼 술 시리즈. 100년 전쟁을 통해 바라본 프랑스 보르도 와인 이야기 - 제1부


사회자) 지난 시간에는 대항해시대를 열게 된 이유가 바로 스페인의 셰리 와인 덕분일 수 있다는

흥미로운 분석을 또 해주셨는데요, 바로 알코올을 넣어 와인의 산폐를 막고, 이렇게 저장기간이 길어진 와인을 가지고 신대륙을 발견하러 갈 수 있었다는 말씀이었죠. 


오늘도 세계사와 관련된 이야기인데, 또 어떤 이야기일까요?

세계사를 바꾼 술 이야기, 두 번째 시간인데요. 바로 오늘날의 영국과 프랑스를 있게 한 전쟁, 바로 100년 전쟁과 프랑스 술 역사를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오늘날의 영국과 프랑스를 있게 한 전쟁이 100년 전쟁이다? 어떤 뜻일까요?

네. 실은 이 100년 전쟁이 있기 전까지만 해도, 영국과 프랑스가 지금과 같지 않았죠.

즉, 영국은 이 전쟁이 있기만 해도 왕실에서는 프랑스어를 쓰고, 프랑스는 영국을 

신하 국가라고 생각했던 시점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영어에 그렇게 프랑스어가 많이 들어가 있군요. 

네. 대표적으로 비프(Beaf)와 포크(pork)죠. 영어로 소는 카우(cow), 그런데 소고기는 비프(beaf). 돼지는 피그(pig), 돼지고기는 포크(pork)라고 하지 않습니까?  

바로 비프, 포크가 프랑스어(주석 1)이기 때문이죠. 


왜, 영국에서도 귀족들은 프랑스어로 된 소고기, 돼지고기 요리를 해 먹어서 이름이 그대로 남았지만, 서민들은 고기 요리를 접하기가 쉽지 않다 보니 그냥 피그나 카우를 썼던 것이죠. 


이것 말고도 어마어마하게 많죠. 프랑스어로 와이너리를 도멘이라고도 하는데, 

이것은 영어로 따지면 도메인을 뜻하고요, 법률, 예술, 문화 등 고급 영역은 다 프랑스어에 근간을 두죠. 우리로 비유하면 영어에 한자와 같은 역할하는 것이 프랑스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왜 이렇게 영어에는 프랑스어가 많이 들어가 있죠?

바로 1066년, 프랑스의 신하 국가였던 노르망디 공국이 영국을 차지하게 되면서

실질적인 프랑스 문화권에 영국이 들어가게 됩니다. 무엇보다 이때부터 영국에 프랑스 와인이 슬슬 들어가게 됩니다. 


어떻게 영국에 프랑스 와인이 들어가게 되었나요?  노르망디 공국은 저 프랑스 북부라서

와인을 만드는 남부하고는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아는데?

맞습니다. 바로 뭐냐, 프랑스의 가장 유명한 와인 산지가 어디죠?  바로 보르도라는 곳입니다. 다들 보르도 와인은 들어보셨을 거예요. 이곳이 누구의 땅이었느냐, 바로 영국의 땅이었습니다.

그래서 여기서 만든 수많은 와인이 대서양을 통해 바로 영국으로 수출이 되었던 것이죠. 


프랑스의 보르도 지역이 어떻게 영국 땅이 되었죠?

바로 결혼입니다. 1152년 영국의 왕자(이후 헨리 2세)와 프랑스 지역의 아키텐 영주(프랑스 서남부)인 엘레노어가 결혼하면서 프랑스의 서부를 다 영국이 가져가게 돼요. 한마디로 합병을 한 것이죠. 이것을 앙주 제국이라고 부르는데요, 이때는 오히려 영국이 프랑스보다 훨씬 규모가 컸고, 이 아키텐 지역에 보르도가 속해있던 것이죠.


그런데, 이 아키텐 영주 '엘레노어'라는 여성인데요, 이 여성이 원래 누구의 부인이었느냐,

바로 프랑스 루이 7세의 왕비였어요. 프랑스 어떻게 보면  프랑스 왕을 배신하고 10살이나 어린 영국 왕이게 시집을 가버리면서 땅을 가져가 버린 겁니다. 이것도 바로 100년 전쟁의 불씨가 되기도 한 것이죠. 즉, 협력하는 국가가 아닌 경쟁을 하는 국가로 말이죠. 


그럼 거기서 태어난 왕자는 나름 영국, 프랑스의 혼혈이겠네요?

맞습니다. 실은 100년 전쟁을 일으킨 영국의 왕 헨리 3세도 어머니가 프랑스 공주였어요.

이사벨이라고. 그런데 촌수가 약한 4촌이 프랑스 왕이 되니까 속상하고 열 받아서 이 100년 전쟁을 일으켰다고 이야기를 또 하죠.


이사벨이라면 멜깁슨 주연의 영화 브레이브 하트에서의 소피 마르소?

맞습니다. 바로 스코틀랜드의 독립전쟁을 담은 영화, 멜깁슨 주연의 브레이스 하트죠. 여기서 소피 마르소가 프랑스 공주 이사벨 역할을 맡죠. 그리고 태어난 아들이 에드워드 3세이고, 이 에드워드 3세 때 백년전쟁이 일어납니다. 영화에서는 멜깁슨의 아들이 에드워드 3세라고 나오는데, 어디까지나 영화상의 허구입니다. 이 영화가 바로 100년 전쟁 직전에 일어난 상황을 보여준 영화고요,.

나중에 스코틀랜드가 독립을 하는데 또다시 영국에게 침략을 당하고 당시의 왕이

프랑스로 망명하면서, 이제까지 열 받은 상황이 터져서 100년 전쟁이 일어나게 된 것이죠. 


역사적 왜곡이 다소 있다하더라도 흥행에는 성공한 영화 브레이브 하트. 100년 전쟁 직전의 영국의 모습을 그렸다. 


즉, 스코틀랜드 독립을 추구하던 영국의 주적 스코틀랜드 왕이 프랑스로 망명을 하고,

알고 보면 영토도 영국과 별 차이 없는데 형 노릇 하는 프랑스도 마음에 안 들고, 자신의 어머니도 프랑스 공주고, 한번 해보자라고 해서 붙은 것이 바로 100년 전쟁입니다. 


게다가 보르도 지역도 빼앗길 수 있고? 그렇죠?

맞습니다. 당시 이 보르도에서 나오는 세금이 영국 국가 재정에 어마어마한 이바지를 했거든요. 

왜 당시에는 프랑스 보르도는 영국의 땅이었으니까. 


즉 100년 전쟁은 이 와인 산지를 두고 싸운 전쟁이었고, 116년이나 지속되고, 여기에 이탈리아 스페인 등등이 공식 비공식 적으로 모두 참여하게 된 국제전과 같은 양상을 띄게 되죠. 


그래서, 이렇게 영국하고 프랑스 하고 싸우다 보니 각각의 나라에 영국인, 프랑스인이라는 민족주의가 생기게 되었고, 영국에서 프랑스어를 금지하게 됩니다. 그래서 지금의 영국과 프랑스를 만든 전쟁이 바로 이 100년 전쟁이죠. 


이미 보르도 와인은 거의 1000년 전부터 영국에 수출을 했었네요?

맞습니다. 그래서 수출을 하려면 우리가 정확히 얼마를 담았다, 보냈다가 되어야 하잖아요.

그니까 어떻게 되느냐, 규격화가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맛이 일정해야 하잖아요. 맛이 안정화가 된 것이죠. 그래서 이 보르도 와인이 더욱 유명해진 것입니다. 더군다나 보르도 지역을 흐르는 지롱드 강을 통해 영국으로 보내기 너무 편했죠. 그래서 더욱 성장하기도 한 것이 이 보르도 와인이죠.


한마디로 보르도 와인은 영국 덕분에 성장한 것이네요.

맞습니다. 그래서 '보르도인의 몸은 프랑스에 있으나 마음은 영국에 있다'라는 말이 나오게 돼요. 흥미로운 것은 100년 전쟁 때 대표적인 와인 생산지인 보르도, 부르고뉴 둘 다 영국 편을 듭니다. 와인 산지들이 모두 프랑스의 적인 영국 편을 든 것이죠.


여기서 알 수 있는 것. 프랑스인이 아무리 자국에 대한 자부심이 높아도 돈 앞에 장사 없다는 것을 살짝 보여주기도 하는 모습이죠. 


다른 지역의 와인이 비교적 덜 성장하게 된 것도 이러한 지리적 요인이 있을까요?

네 있습니다. 바로 밑에 동네 피레네 산맥 위쪽에 아르마냑이라는 지역이 있어요.

여기서도 와인을 만들었는데, 지역적으로 보면 보르도와 큰 차이가 없었는데, 

여기서는 성장을 못하게 됩니다. 왜냐, 영국으로 수출을 하려면 보르도의 강줄기를 

이용해야 했는데, 이용할 때마다 통행세를 내야 했어요. 그럼 그때마다 통행세를 내야 하니 얼마나 속상하고 짜증 나겠어요. 정말 치사한 일이었죠. 


왜 우리가 대항해시대 전에 설탕이 유럽으로 들어오면 가격이 어마어마했다고 하잖아요. 그것이 인도에서 생산된 사탕수수가 이슬람 중동 지방을 거쳐 들어오면서 통행세를 그렇게 많이 내서 가격이 폭등했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런 것과 비슷한 일이 일어난 것이죠.

즉, 지리의 힘! 을 알 수 있는 것이 바로 보르도 와인이기도 합니다.


이 보르도 와인이 더욱 유명해진 것은 어떤 일일까요?

네 바로 제2회 만국박람회(엑스포)가 1855년 파리에서 열리게 되는데, 이때 당시 프랑스의 황제였던 나폴레옹 3세가 보르도의 최고 제품을 뽑아서 전 세계에 알리게 됩니다.

약 61개의 제품이 선정되었고, 이것을 5등급도 나눴는데 1등급에 선정된 4개의 와인이 전 세계적으로 엄청나게 유명해졌고, 여기에 원래 2등급이었던 제품이 1970년대에 승격이 되어 지금은 보르도 5대 와인으로 불리게 된 것이죠. 최초로 술에 등급을 매긴 것입니다. 


네 그래서 100년 전쟁은 프랑스가 이기게 되죠? ㅎㅎ

네 바로 잔다르크의 활약인데, 여기서도 또 프랑스의 최고가 와인 산지인 부르고뉴가 등장합니다. 

그래서 이 부분은 다음 주의 100년 전쟁의 결과와 프랑스 술의 역사로 2부를 준비해보고자 합니다.


5만 원권에 그려진 신사임당의 묵포도도. 


그런데 우리나라는 와인이 없었나요?

있었죠? 고려 충렬왕 시대에 포도가 들어왔고요, 바로 우리가 지금 그 증거를 가지고 있을 수 있는데요. 5만 원 권 지폐입니다. 보시면 거기 신사임당의 묵포도도라는 그림이 나와요. 

신사임당의 포도 그림이죠. 이렇게 포도로 우리 역시 와인을 만들었고요, 다만 다른 것은 

우리는 포도와 쌀을 같이 넣어 만들었다는 것. 포도반, 쌀만으로 만들었다는 것을 이 자리를 빌려 말씀드려봅니다. 


주석 1 : 프랑스어로 비프는 bœuf, 포크는 por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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