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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욱 Nov 10. 2021

인디언밥과 미국 맥주, 미국 위스키

옥수수와 인디언의 슬프고도 고마운 작은 역사 이야기

아메리카 인디언의 선물, 옥수수가 남긴 미국 맥주와 위스키


한때 인디언이라고 불렸던 종족이 있다. 거대한 미 대륙을 호령했으며, 300년 간 서양의 제국주의에 맞서 처절하게 싸웠던 종족, 아메리카 원주민이다.  인디언이라고 불렸던 이유는 이곳이 인도라고 착각한 콜럼버스 때문. 그는 인도를 찾아 대서양을 건너다가 우연찮게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했기 때문이고 죽을 때까지 그곳이 인도라고 생각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물론, 지금도 인디언은 인도인을 뜻한다. 


그래서 아메리카 원주민(Native American)에 대해서는 적어도 '아메리카 인디언'이라고 표현을 해야 한다.  액션 영화 '지. 지. 지'에서도 "나는 인디언이야"라는 말에 주인공이 "원주민이라고?"라고 물어보자 "아니, 인도에서 왔다고"하는 언어유희도 나온다. 참고로 '아메리카 원주민(Native American)'이란 표현을 당사자들은 싫어하는 경향도 있다고 한다. 원래 주인이었지만 지금은 빼앗긴 침략자의 시선에서 표현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아메리카 인디언, 또는 인디언이라고 표현했다. 


아메리카 인디언은 땅을 빼앗긴 슬픈 역사 속의 주인공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수많은 부분에 종적을 남겼다. 19세기까지 처절하게 미국과 싸운 아파치족은 지금 미국을 대표하는 공격용 헬기에 그 이름이 붙여졌으며, 그들의 전통적인 무기였던 손도끼 '토마호크'는 미군의 대표 순항 유도탄의 이름으로도 쓰이고, 최근에는 스테이크의 이름으로도 유명세를 달리하고 있다. 자동차 이름에 쓰이는 체로키, 영화 제목이기도 했던 라스트 모히칸 등도 유명 부족명이기도 했다. 


전사족이었던 인디언 부족인 아파치. 지금은 미국의 대표 전투용 헬리콥터의 이름으로 명명되었다.  출처 위키피디아


청교도에게 선물로 준 옥수수와 그 농법

아메리카 인디언은 인류를 기아에서 구출해 줬다고도 볼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옥수수다. 대표적으로 청교도인들이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플리머스 식민지, 지금의 매사추세츠주에서 생활을 시작했을 때, 제대로 농사도 짓지 못했다. 그때 인디언 부족 왐파노아그족이 선물로 준 것이 바로 옥수수다. 옥수수 자체를 선물해 준 것은 물론 경작 방법까지 알려주기까지 했다. 그것을 통해 시작한 것이 미국의 추수감사절이다. 


메이플라워호. 원래 이 배도 와인 전용 선박이었다. 출처 위키피디아
인디언과 함께 한 추수 감사절의 모습. 옥수수 경단을 나눠주는 듯하지만, 실상은 인디언들이 더 베푸는 입장에 가까웠다.
잡초처럼 강인한 생명력을 자랑하는 옥수수 

옥수수는 기존의 작물과 완전히 달랐다. 제일 중요한 것은 어떤 기후와 토양에서도 잘 자란다는 것이다. 저지대, 고지대, 온대, 열대를 막론하고 적응력이 어마어마하게 뛰어나다. 무엇보다 생산성이 대단하다. 밀의 경우 18세기까지만 한 톨의 씨앗으로 수확할 수 있는 밀의 양은 약 5톨, 쌀은 약 18톨, 그런데 이 옥수수는 무려 100톨이 넘는다. 생산성이 어마어마하다. 게다가 옥수수를 재배하는 기간은 1년에 불과 50일. 1주일에 하루만 일해도 이 멋진 열매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아메리카 대륙에 고대 문명이 자리 잡았을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이 옥수수 재배를 통한 잉여 노동력 덕분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곤 한다. 그래서 마야 신화 속에서는 옥수수로 사람을 빚었다고 말할 정도다. 한마디로 잡초처럼 놔둬도 지가 알아서 잘 크는 작물인 것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국가들은 여전히 옥수수를 주식으로 사용하고 있다. 구황작물로 인기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다만 지력 소모가 많아 콩과 같이 재배를 해야 하며, 매해 질소를 따로 넣어줘야 한다. 한마디로 땅속의 영양을 다 끌어올리는 작물이라고 볼 수 있다.


마야인은 인간은 옥수수로 만든다고 생각했다. 생각해 보면 반은 맞는 말이다. 지금 우리가 먹는 동물들도 대부분 옥수수 사료를 먹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하는 작물

그래서 밀, 쌀을 제치고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하는 작물이 되었다. 콘프로스트 등 시리얼에도 사용되며, 가축 사료 및 바이오 원료로도 쓰인다. 우리나라에서도 옥수수가 인디언들의 주요 식량이었다는 내용의 과자가 등장한다. 그 유명한 인디안밥이다. 당연히 원료는 옥수수다. 그리고 이 인디언밥은 워싱턴 D.C에 있는 국립 인디언 박물관 '세계로 퍼져나간 인디언 음식들' 코너에 한국 과자 인디안밥(Indian Corn Snack)으로 전시되어 있기도 하다. (인디언의 정식 외래어 표기법은 인디언, 그리고 스낵은 인디언으로 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16세 후반에 포르투갈, 이후 중국을 통해 전래되었다는 주장이 가장 유력하다. 옥수수를 강냉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것은 중국 강남에서 왔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인디안밥. 사진 출처 농심
맥주에 옥수수를 넣어 만드는 미국 맥주 문화. 그리고 국산 맥주

이러한 옥수수를 추가적으로 넣어 만든 맥주가 우리가 잘 아는 미국 맥주, 버드와이저, 밀러 등 부가물 맥주(adjunct Larger)라고 불리는 것들이다. 맥아 이외에 옥수수나 쌀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주를 만든 이유는 미국에서 생산된 보리 품종이 유럽과 달랐기 때문. 유럽의 보리는 두 줄 보리이지만, 미국 보리는 여섯 줄 보리였다. 이 여섯 줄 보리는 수확량은 많았으나 전분량이 적어 술로 만들기 애로사항이 많았다. 그래서 미국 양조업자들이 생각한 것이 보리 대신에 저렴한 옥수수를 넣기로 한 것이다. 옥수수에도 전분량은 충분했기 때문이다. 이 스타일의 맥주는 전 세계로 퍼져나가서 우리나에서 생산되는 대부분의 대기업 맥주에도 이 옥수수 전분이 들어간다. 향과 풍미를 즐긴다기보다는 심플하고 간결하며 청량감 위주로 마시는 맥주라고 볼 수 있다.

옥수수를 넣어 만든 미국 대표 맥주 버드와이저, 그리고 대표 위스키인 버번 위스키

미국 버번위스키도 옥수수가 주재료

추가적으로 이 옥수수를 주재료로 만든 위스키가 바로 미국의 버번위스키(Bourbon whiskey)다. 옥수수를 51% 이상 사용해서 만든 위스키이다. 이러한 옥수수 위스키가 나오게 된 계기는 옥수수를 팔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는 옥수수를 팔 방법이 변변치 않다 보니 이것을 가지고 위스키로 만들었다는 설이다. 참고로 버번(Bourbon)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바로 프랑스의 부르봉(Bourbon) 왕조가 미국 독립전쟁을 도와줬기 때문. 덕분에 버번 카운티라는 도시가 생겼고, 이곳에서 나온 제품이 버번위스키라고 불렸다는 주장이 가장 많이 알려져 있다. 다만 옥수수만 섭취하게 되면 ‘펠라그라’라는 나이아신(비타민 B3결핍성 질병이 가지게 된다. 유럽에서는 1730년에 대유행, 수많은 사람들이 사망하게 되었으며, 미국은 20세기 초, 우리나라는 1950년 대 보릿고개, 그리고 북한은 여전히 이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인디언들은 이러한 것을 알고 있어서 육류와 같이 즐기거나 콩가루, 감자와 함께 섭취했다. 


1890년 미군에 의한 인디언 학살 사건. (Wounded Knee. 상처 난 무릎)에서의 모습. 출처 위키피디아
미국의 독립은 인디언들에게는 악몽

아메리카 인디언이 백인들과 본격적으로 싸우게 된 것은 미국의 독립 이후였다. 독립전쟁 전에는 인디언들도 프랑스 편, 영국 편 등 나눠져 있었다. 영화 '라스트 모히칸'을 보면 인디언들도 영국 편, 프랑스 편으로 갈라져서 싸우는 것을 알 수 있다. 서로 갈등도 있었지만 협조하는 모습도 있었다는 것. 그래서 모피를 주고 총기를 받는 등 다양한 교역이 있었던 시절이었다. 그러면서 영국은 미국 동부의 애팔래치아 산맥 넘어서는 진출을 하지 말라는 지령을 내렸으나, 독립 전쟁 이후 서부개척이라는 이름으로 인디언들의 땅을 본격적으로 침략, 그들을 몰아내기 시작한다. 여기에 19세기에 본격적으로 시작한 골드러시는 인디언들의 갈 곳을 아예 없애버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결국 1876년 '인디언 보호구역'이라는 명분 하에 그들을 거의 감금 시 하게 된다. 미국의 독립은 민주주의 역사를 생각하면 위대한 사건이지만, 인디언들의 입장에서는 본격적인 학살의 시작이었다. 


1890년 인디언 전쟁의 마지막 일이 벌어진다. 미 육군 제7기 기병연대 500여 명이 사우스다코다주 '운 디드니(Wounded Knee. 상처 난 무릎)와 그 주변에서 저지른 학살사건이다. 이러한 사건이 일어나게 된 계기는 이곳에서 황금이 발견되었기 때문. 싸울 의지도 없던 인디언들은 모든 무기를 미군에게 넘겨주는데, 이때 총성 하나가 울리자 미군은 기다렸다는 듯 학살을 시작한다. 이때 힘없이 죽어간 전사, 노인, 여자, 어린아이들까지 300여 명이나 죽임을 당했다. 역사의 아이러니인가, 미군 제7기병연대는 약 60년 뒤 한국에서 노근리 양민 학살 사건을 일으킨다. 힘없는 민족이 어떻게 당했는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팝콘. 사진 위키피디아
팝콘도 인디언 문화

참고로 우리가 영화관에서 자주 먹는 팝콘도 아메리카 인디언의 산물이다.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온 청교도인의 추수감사절에 축제의 선물로 튀긴 옥수수를 사슴가죽 가방에 가지고 온 것이다. 옥수수가 터지며 커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옥수수 속의 수분이 열을 가하면 기체가 되고, 그 팽창하는 힘으로 팝콘을 만드는 것이다.

옥수수 뻥튀기는 열을 통해 압력을 높이고, "뻥이요! " 하는 순간에 압력이 낮아지니 그 순간 옥수수 등이 팽창하게 된 것이다. 


우리가 게임 벌칙으로 '인디언 밥밥밥'하면서 등을 때리는 경우가 있는데, 어쩌면 그것은 팝콘이 터지는 모습이나, 뻥튀기의 모습에서 따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술과 음식, 시리얼, 바이오 원료, 아이들 간식에 뻥튀기까지 사용되는 고마운 작물인 옥수수. 이번 주말에는 아메리카 인디언들에게 감사의 표현으로 인디언 밥이라도 우유라도 말아먹어야 할 듯하다. 



참고 문헌 :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 이나가키 히데히로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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