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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욱 Dec 13. 2021

뱀술은 왜 먹을까?

뱀술에 드러난 인간들의 욕망?

얼마 전 한 뉴스에서는 흥미로운 내용이 흘러나왔다. 중국의 어느 한 농부가 병든 아들을 낫게 하고자 뱀 3마리를 사다가 술을 담근 후 1년 후에 뚜껑을 열어봤더니 갑자기 뱀이 튀어나와 물렸다는 이야기다. 믿거나 말거나한 이야기일 수 있으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왜 사람들은 "왜 굳이 뱀을 술에 넣어 마셨냐"는 것이다. 그 이유를 몇 가지 정리해서 올려본다.


뱀술은 북한과 오키나와에서 유명

일단 뱀술은 북한에서 유명하다. 들쭉술, 진달래 술도 알려져 있지만, 뱀술이 허용되어 있어서 은근히 주류 전시회에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뱀술은 어떻게 만들까? 뱀을 발효시키는 것일까?

아니다. 절대적으로 상하지 않는 45도 이상의 독주에 뱀을 넣는 것이다. 그러면 뱀이 상하지 않고 서서히 그 기운이 술 속으로 빠져나오면서 약기운이 돈다는 것. 아시아에서는 오키나와의 하브슈(ハブ酒)라는 살무사 술이 유명하다.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먼저 얼음물에 살무사를 넣고 기절을 시키고, 내장을 제거한 후 노폐물을 버린 다음에 다시 꿰맨다. 이때 약 알코올 도수 45도가 넘는 오키나와 전통 소주를 넣고 1년 정도 숙성한 다음에 마신다.


구글에서 하브슈(ハブ酒)로 검색하면 실제로 일본 내에서 팔고 있는 살모사 술을 볼 수 있다. 
뱀술을 마신 이유. 교미시간이 어마어마

그렇다면 독사 안에 있던 독은 어떻게 되었을까? 바로 독성인 알코올과 만나서 그 독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뱀의 바로 뱀의 남다른 특징 '생명력'에 사람들은 주목을 했다. 뱀은 일단 굶고도 오래 산다. 머리가 잘려도 눈을 움직이기거나 입을 벌린다. 중국에서 독사 머리를 치고도 잘린 독사에 물려서 사망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혈압이 낮아 혈액순환이 포유류처럼 빠르지 않다 보니 과다출혈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설프게 죽이면 복수하러 온다는 동물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교미 시간이 정말 길다. 5시간에서 24시간. 또 외형이 남성의 생식기와 닮았다. 특히 독사는 더욱 닮았다. 그래서 독사를 넣은 뱀술이 더욱 인기가 많았던 것이다. 


뱀술 마시면 안되는 이유

하지만 지금은 뱀을 잡는 것, 뱀으로 술을 만드는 것 모두가 위법이다. 동물보호법에도 위배가 된다. 무엇보다 비위생적이다. 뱀 양식을 하는 곳이 적어서 모두 야생의 뱀으로 술을 만들어야 하는데 기생충도 많다.  그런데 이러한 기생충은 알코올 성분에도 잘 안 죽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그 기생충은 전신을 돌아다니는 경우가 있어서 오히려 정력 감퇴를 불러오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또 독사로 만든 술의 경우 독성분에 중독될 수가 있다. 


개소주에는 소주가 안 들어간다

우리 민속주 중에서는 개고기로 만든 술도 있다. 물론 개소주는 아니다. 개소주에는 술이 안 들어간다. 소주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원래 소주를 만드는 증류기로 이 개소주를 만들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알코올이 안 들어간 개로 만든 소주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진짜 개고기로 만든 술은 무술주(戊戌酒)라는 술이 있다. 무술주라는 한자를 보면 술(戌)은 개를 뜻한다. 무(戊)는 중앙 토(土)로서, 그 색깔은 누런 황색을 상징한다. 그러므로 무술은 '누렁개', 즉 '황구(黃狗)'라는 의미다.  산림경제, 고사십이집, 양주방 등 다양한 문헌에 소개되어 있는데 바로 누렁개를 삶은 즙에 누룩과 쌀을 버무려 빚는 술이라고 볼 수 있다. 즉, 개의 육수로 술을 만드는 것이다. 육수에서 나온 기름을 다 건져내고 그 다음에 찹쌀 서말을 넣어 익힌다. 또는 아예 개의 살과 뼈를 넣고 찹쌀과 누룩을 넣어 1년 동안 발효시키는 방법도 있었다. 


약이나 기능성 음식을 술로 마신 이유

이유는 간단한다. 옛날에는 냉장고가 없었기 때문이다. 바로 먹지 않으면 상했다. 그런데, 이 알코올 도수가 높은 소주 속에 넣으면 상하지 않았다. 그리고 천천히 마실 수 있었다. 무엇보다 알코올 속에 약재가 서서히 녹았고, 사시사철 편하게 즐길 수 있었다. 


무엇보다 약재를 넣은 술은 약용 효과가 물과 같이 섭취하는 것보다 훨씬 빨랐다. 알코올의 흡수력이 물보다 훨씬 빠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의보감에는 술을 약 중의 약, 백약지장이라고 한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빠르다는 거지 증폭시켜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약성이 너무 빠르게 들어가서 간에 부담을 주는 경우도 많다.


또 하나, 이 술은 좋은 성분만 흡수를 빠르게 했을까? 아니다. 그 반대도 많았다. 술에 독약을 타도 흡수가 빠르다.  대표적인 것이 사약이다. 사약에 술을 탔던 것이다. 서양에서는 약재를 침출 시킨 술을 리큐르라고 부르는데 그 어원을 보면 잘 녹는다는 라틴어 리퀘파케레(liquefacere)에서 왔다. 약재를 잘 녹이기도 하지만, 우리 몸속에서도 잘 녹아 흡수가 빠르다는 의미로 이어진다. 


또 하나 우리가 가끔 자양강장제와 술을 마시는 경우가 있다. 박카스 등의 음료다. 이런 경우에 하나도 안 취한다. 이렇게 착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은 카페인의 기능의 알코올을 통해 빨리 흡수되었기 때문이다. 당장의 피로를 몇 시간 뒤로 미뤄준 것뿐이다. 하지만 안 취했다는 생각 속에 더 많이 마시게 되고, 이러한 것이 가끔은 목숨을 잃는 비극적인 사태로 이어지기도 한다. 


술과 같이 마시면 위험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이온음료다. 이온음료 역시 흡수가 빠른데 알코올과 섞어 마시면 더 빨라집니다. 즉, 이온음료와 술을 섞어 마시는 것은 몇 배나 더 빨리 취하는 사태를 불러온다. 그래서 90년 대 포카리 스웨트와 소주를 섞은 술이 '뿅가리 스웨트', 게토레이랑 섞은 술이 '개토하리'라고 불리기도 했다. 


결국 자연은 인간에게 술을 줘서 기분을 좋게 하고, 흥분도 줬으며, 자신감이 넘치게도 해 줬지만, 또 졸리고 피곤함도 같이 줬다. 이것은 그만큼 술을 적당히 마시라는 자연의 섭리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PS : tvN 사피엔스 스튜디오 어쩌다어른D에 출연해서 소개한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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