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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욱 Apr 24. 2022

백종원 막걸리, 이번에는 프리미엄이다

경험이 소유가 되는 새로운 시대

박재범 소주에 이어 백종원표 막걸리가 공식 등장했다. 제품명은 ‘백걸리’(사진). 소비자 가격은 350mL에 8500원. 알코올 도수는 14도다. 늘 서민적인 먹거리를 추구하는 백종원 씨의 사업 철학을 감안하면 의외의 가격이다. 저렴한 막걸리는 1000원대면 충분히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년 가을에 처음 등장했지만, 소비자 반응을 살핀 뒤 맛과 향을 개선해 올 4월 정식 출시됐다.


백걸리의 가격은 병당 8,500원

병당 8500원이긴 하지만 전통주 시장을 생각하면 마냥 비싼 가격인 것만은 아니다. ‘해창 롤스로이스’라는 별명을 가진 ‘해창 18도’라는 막걸리는 공장도 가격이 11만원, 가양주 연구소에서 출시한 ‘서울 골드’는 19만원이다. 흔히 말하는 프리미엄 막걸리 시장이다. 그렇다면 이런 프리미엄에도 기준이 있다는 것인데, 그 기준은 뭘까?


프리미엄 막걸리의 조건

첫 번째는 원료다. 대부분의 1000원대 막걸리는 수입 쌀로 만드는 경우가 많다. 국산 쌀인 경우는 정부미라고 불리는 묵은쌀이 상당수다. ‘막걸리는 저렴해야 한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하지만 막걸리의 다양성에 대한 인식이 확장되면서 이제는 지역의 햅쌀을 이용해서 생산하는 것이 프리미엄 막걸리의 1차 조건이 됐다. 해창 18도는 전남 해남의 유기농 햅쌀, 서울 골드는 충북 보은의 삼광미, 백걸리는 백씨의 고향인 충남 예산 쌀을 사용했다. 이를 통해 우리 고장과 지역을 알리자는 취지다.


두 번째는 무(無)감미료다. 일반적으로 막걸리를 발효시키면 알코올 도수 15도 전후의 높은 발효주를 얻는다. 와인보다 높은 알코올 도수다. 하지만 이대로 팔면 원가 비용이 너무 높아진다.

막걸리는 가격이 100원만 높아져도 소비자에게 외면받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따라 물을 넣어 알코올 도수를 낮추고, 적어진 풍미를 아스파탐 등의 인공 감미료로 대체했다.


하지만 프리미엄 막걸리는 원재료의 맛을 마음껏 자랑한다. 원재료 비율도 높으며, 쌀이 주는 맛과 풍미를 그대로 가져간다. 좋은 쌀이 주는 풍미를 그대로 느껴보자는 의미다.


세 번째는 높은 도수다. 막걸리는 주세법상 청주, 과실주, 소주와 달리 주정(식용 알코올)을 첨가하지 못한다. 단순히 알코올만 넣어서 도수를 높일 수 있는 술이 아니라는 얘기다. 막걸리의 높은 도수는 원재료의 함유량을 의미한다. 기존의 6도짜리 막걸리가 ‘일반 파일’이라면, 14도 이상의 원액으로 만든 막걸리는 ‘압축 파일’이라고 볼 수 있다. 막걸리의 진액인 셈이다.


디자인 역시 기존 제품과 아주 다르다. 막걸리는 소주, 맥주와 달리 공병에 대한 재활용 제도가 갖춰져 있지 않다. 소주, 맥주용 유리병은 수거한 뒤 열 번 이상 재사용해 판매 원가를 많이 낮출 수 있지만, 막걸리는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처분하기 쉽게 페트병을 많이 사용하는 것이다. 유리병 등 특별한 디자인을 사용하는 것은 막걸리에 가치를 더하기 위해 ‘모험’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백걸리. 맛이 농밀한 만큼 얼음에 타 먹으라고 말한다.
백걸리의 맛은?

백걸리의 맛은 일반 막걸리와 무척 다르다. 인공 감미료의 인위적인 맛이 없고, 완전 발효를 통해 화려한 청량감보다 정적인 맛을 추구했다. 진득한 청주와 같은 느낌도 있다. 막걸리 본연의 맛을 추구해 본질을 생각해보자는 그의 취지로 해석된다.

경험이 소유가 되는 시대

중요한 것은 이런 프리미엄 막걸리 시장이 계속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전에는 막걸리 등 ‘먹고 마시면 사라지는’ 소비재에 비용을 투자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비싸면 비쌀수록 더욱 경험하고 싶은 욕망이 솟구친다. 그리고 이런 것을 SNS에 올리고 싶어 한다. 단순한 과시욕이 아니다. 남들과 다른 나만의 아카이브를 만들고 자신을 차별화하려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열망이다.


한때 ‘소유보다 경험’이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이제는 바꿀 때가 됐다. ‘경험이 소유가 되는 시대’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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