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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욱 Apr 08. 2022

롯데&신세계,  위스키 사업 성공할 수 있을까?

뼈아픈 추억이 있는 순국산 위스키 

롯데, 신세계 위스키 사업 성공할 수 있을까?


롯데그룹과 신세계 그룹이 위스키 사업에 출사표를 냈다. 신세계 L&B는 지난달 30일 '제주 위스키'를 비롯해 한라위스키, 탐라위스키, 조천위스키 등 14개 상표 출원을 특허청에 신청했다. 롯데그룹은 롯데칠성을 통해 올해 추진할 신사업 중 하나로 '위스키 증류소 설립'을 낙점했다. 


한국산 위스키는 거의 없다

기존에도 국산 위스키는 있었으나 대부분 위스키 원액을 수입, 한국 실정에 맞게 블랜딩한 제품이다. 따라서 한국산이라고 말 할 수 있는 제품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최근에 희귀 위스키 가격이 전 세계적으로 약 500%가 오르고, 20억 원이 넘는 고가의 위스키 등이 경매시장에서 이슈를 선점하면서 위스키를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달라졌다. 그렇다 보니 이제는 특이한 위스키가 입점이 되면 오픈런이 생기기도 하고, 또 아예 위스키 가격은 주식시장처럼 매일 변동되는 모습도 보여왔다. 일본의 산토리 위스키 등은 재고가 없어서 계속 가격이 폭등을 하고, 개당 9억 원짜리 위스키도 홍콩 경매에서 낙찰되기도 했다. 국내에도 김포의 김창수 위스키, 그리고 남양주의 쓰리소사이어티스 등 수제 위스키 증류소도 등장했다. 


뼈아픈 추억의 한국 위스키

그렇다면 한국은 왜 위스키 불모지에서 이제 막 도전을 하게 되었을까? 여기에는 뼈아픈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이 위스키 개발에 착수하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84년 한국은 주류산업의 고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순국산 위스키 제조 개발에 들어갔다. 세계화 시대에 발맞춰 위스키 원액을 직접 발효 및 증류를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위스키의 특성상 무조건 숙성이라는 과정이 필요했다. 문제는 이 숙성을 하는 과정에서 위스키의 증발량이 너무 많았다는 것. 스코틀랜드의 춥고 축축한 기후에서는 1년에 1~2% 정도만 알코올이 증발했지만, 덥고 습하며 사계절이 확실히 구분되는 한국에서는 오크통이 팽창 및 축소되면서 그 틈으로 계속 위스키가 증발되었기 때문이다. 증발되는 양만 1년에 10% 이상. 매년 10%의 돈이 허공으로 날아가는 셈이었다.


최초로 등장한 순국산 위스키 다크호스


결국 1987년 순국산 위스키가 출시되지만 스카치위스키와 가격 차이가 크지 않았다. 당시 한국산 물품은 모두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있었던 시절. 당연히 소비자는 스카치위스키를 구입할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90년대 초반 순국산 위스키는 사라져 갔다. 그리고 한국은 위스키 제조에 적합하지 않은 지역이라고 낙인을 찍혀버렸다.


하지만 비슷한 기후인 일본 위스키는 2000년대 들어 승승장구했다. 권위 있는 위스키 대회에서 계속 수상을 하고, 2020년에는 홍콩 경매에서 9억 원짜리 위스키도 낙찰되었다. 아열대 기후인 대만의 카발란사에서는 오히려 위스키 증발이 많은 것은 빠른 숙성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스코틀랜드보다 빠른 숙성의 맛을 느끼라는 브랜딩으로 세계적인 위스키 제조사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이제 숙성기간은 기호의 문제일 뿐, 절대적인 맛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는 인식도 생기게 된다. 


이제는 코리안 프리미엄의 시대

위스키에 대한 기존의 고정관념이 깨지면서 80년대와 다른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물론 오히려 프리미엄을 받을 시기가 왔으며, 이러한 다름은 제품의 정체성 및 마니아를 창출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권위보다는 다양성을 추구하는 위스키 시장의 변화는 한국이 만들어 나가야 할 블루오션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장밋빛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위스키는 바로 만들어지는 맥주 및 희석식 소주와 달리 자금 회전율이 엄청 낮다. 적당한 제품 한병 만드는데 빨라야 3년, 고부가가치 제품은 10년은 물론 30년 이상도 필요하다. 초기 투자를 회수하기까지 10년 이상이 걸릴 수 있는 산업인 것이다. 그래서 산토리 위스키의 경우 아예 상장을 미루기도 했다. 10년이 걸려야 제대로 된 제품이 출시가 되는데, 매년 실적을 발표하고 평가받는 상황이라면 좋은 위스키를 만들 수 없다는 것이었다. '빨리빨리' 문화를 추구했던 한국 대기업의 성격상 위스키 비즈니스는 절대적으로 맞지 않았던 것이다. 


기다림의 비즈니스가 필요한 위스키

결국 롯데나 신세계가 위스키 제조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위스키 장인의 철학을 존중하며, 최소 10년 간은 위스키 실적에 연연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뜸들임 없이 솥뚜껑을 여는 순간 밥이 설익어 버릴 수 있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이러한 인내와 뚝심, 그리고 위스키 제조에 대한 철학을 소비자가 인정한다면 '프리미엄 코리안 위스키'라는 또 다른 장르가 생겨날 수 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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