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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욱 Sep 13. 2022

보르도 와인은 왜 이렇게 어려울까?

동네마다 다른 보르도 와인 등급 표시

와인에 대한 기본 스토리 쭉~ 정리해 나가고자 합니다. 일단 제1탄입니다.


지구상에서 와인만큼 복잡한 술이 또 있을까? 종류만 해도 레드, 화이트, 로제, 스파클링, 아이스 와인, 귀부 와인부터 원료인 포도 역시 카베르네 쇼비뇽, 메를로, 시라 등 레드 와인 품종과 쇼비뇽 블랑, 샤르도네, 세미용, 리슬링 등 화이트 와인 품종, 그리고 각각 이것에 맞는 양조 및 숙성 방식까지 모두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어려운 프랑스어 등으로 제품명, 제조사명은 물론 동네 이름에 밭 이름까지 외워야 한다. 안 외우면 손해가 크다. 이 모든 정보가 제품을 고르는데 중요한 정보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 프랑스 와인은 이러한 부분이 가장 세분화되어 있다. 일단 로마시대부터 시작한 프랑스 와인의 역사는 중세시대를 거쳐 지역마다 각기 다른 경로를 거쳐 지금에 이르게 된다. 대표 와인 산지인 보르도의 경우는 영프의 백년전쟁이 끝나기 전까지 약 300년을 영국의 지배를 받았고, 고급 와인만 주로 만드는 부르고뉴 지역은 부르고뉴 공국이 관할, 백년전쟁 당시에는 아예 프랑스 편이 아닌 영국 편에 가담하기도 했다.  특히 프랑스 구국의 영웅인 바로 잔다르크를 잡아왔고, 그리고 그녀를 화형에 처한 결정적인 계기도 만든 것이 부르고뉴 공국이었다.

프랑스 와인 지도. 가장 왼쪽 아래가 노란색이 보르도다. 저 지역 대부분 와인 등급기준이 다르다. 출처 https://winefolly.com/
동네마다 기준이 다른 프랑스 와인 등급제

중앙집권의 역사가 오래된 한국과 달리 동네마다 각각의 나라(공국)가 있었으니 와인도 다르게 발전할 수밖에 없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등급제이다. 보르도는 기본적으로 샤토(와이너리)에 등급을 준다. 부르고뉴 지역은 밭을 중심으로 등급이 형성되어 있으며, 론 지역은 마을이 중심이다. 심지어 프랑스 대표 와인 산지인 보르도는 아예 동네마다 등급이 다르게 표현된다. 우리에 비유하면 서울과 부산이 다른데, 서울 중에서도 강남과 강북이 다르고, 강남구와 강동구가 다르다고 보면 된다.


수출하기 편했던 지리적 위치, 프랑스 대표 와인 산지 보르도의 탄생

그래서 프랑스 와인을 공부한다면 우선 보르도(Bordeaux) 지형부터 아는 것이 좋다. 보르도의 지형 및 토양은 포도 품종 및 와인의 맛과 향까지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이를 통해 각 지역마다 개성있는 와인을 만들기 때문이다.  보르도 지형을 알기 위해서는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강, 바로 지롱드(Gironde) 강이다. 그리고 이 지롱드 강은 수천 년 전부터 물류의 중심이었다. 서울에 한강이 있다면 보르도에는 지롱드강이다.


보르도 와인의 와인 산지. 가장 왼쪽 핑크색을 중심으로 한 곳이 메독, 그리고 회색을 중심으로 한 곳이 그라브다.


서울에는 한강이, 보르도에는 지롱드강이

그래서 우리는 한강을 타고 서해로 나갔고, 보르도는 지롱드강을 타고 대서양으로, 그리고 영국으로 향했다. 와인 수출이 바로 이 강을 통해 지속적으로 이뤄진 것을 알 수 있다. 지정학적 위치상 마지막 관문, 반대로 초입의 위치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곳은 돈이 많은 럭셔리형 대형 와이너리가 많다.


보르도 좌안 메독 및 그라브 지방의 5대 와인. 왼쪽부터 샤토 오브리옹, 샤토 라피트 로칠드, 샤토 라투르, 샤토 무통 로칠드, 샤토 마고.


강남(?)과 비슷한 보르도 좌안(왼쪽)

서울은 한강을 기준으로 강남과 강북으로 나뉜다. 보르도는 지롱드강을 기준으로 좌안(강 좌측)과 강 우안(강 우측)으로 나뉜다. 그리고 이 좌안에 대형 럭셔리 와이너리들이 집중되어 있다. 특히 메독 지방의 경우 강자락을 메워서 만든, 즉 간척사업을 통해 만든 포도밭이다. 수출에 용이했던 만큼 대규모 와인 제조업체들이 많으며, 영국에서의 인기를 통해 세계적인 와인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수백 년의 역사가 있기는 하지만 상대적으로 새로 개발된 강남과 같은 곳이 좌안의 메독지방이다. 그래서 화려한 샤토(와이너리)가 많다.


사토 마고의 화려한 입구. 보르도 메독 포이약 마을에 위치하고 있다. 출처 위키피디아


보르도 와인의 특징은 좌안과 우안에 토양의 차이가 꽤 크다는 것이다. 강 하나 사이로 다른 점을 나타낸다. 좌안은 자갈이나 모래층이 중심이라면 우안은 점토질이 중심이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이렇게 차이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강의 물줄기를 통해 퇴적과 침식을 거듭해 왔기에 토양의 성질이 같을 수가 없는 것이다. 좌안의 퇴적 지역은 자갈 등이 많을 수밖에 없으며, 우안의 침식 지역은 오래된 토양인 점토질이 많다.


메독 지방 아래에는 그리고 정통 보르도라고 불리는 그라브(Grave)라는 지역이 있다. 보르도 시내와 붙어 있는 이곳은 가장 정통파 보르도 와인을 만든다는 평도 받고 있는 곳이다. 레드 와인으로는 샤토 오브리옹이 유명하지만, 가장 큰 특징은 보르도 화이트 와인의 메카란 것이다. 그라브 내의 소테른(Sauternes), 바르삭(Barsac) 지방이 주요 산지로 샤토 디켐 등이 유명하다.


보르도의 좌인 그라브 지역에 있는 샤토 오브리옹. 출처 위키피디아


강북(?)과 비슷한 보르도 우안(오른쪽)

상대적으로 우안은 오랜 역사를 가진 지역이 많다. 대표적인 곳이 셍떼밀리옹(Saint-Emilion)이다. 이미 특별지구로 199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등재된 이곳은 또 다른 세계문화유산인 ‘프랑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 순례길’ 위에 있다. 11세기 이후부터 매우 번성하고 수도원, 교회 등 종교적, 역사적 건조물도 많이 세워졌다. 생테밀리옹 지역은 12세기 잉글랜드의 지배를 받던 시기에 포도 재배 지구로서 ‘특별한 자치권(jurisdiction)’을 부여받았다. 마치 강북의 북촌 한옥마을과 같은 전통적 마을 느낌이 강한 곳이다.


중세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생떼밀리옹의 모습. 출처 위키피디아


포므롤(Pomerol) 지역은 보르도 지역에서 가장 비싼 페트뤼스 와인이 나오는 곳이다. 그래서 이곳의 지역 이름만 들어가도 왕의 향기가 나타나는 느낌이다. 그만큼 자신감이 엄청나다고 볼 수 있다. 마치 강북의 평창동 같은 느낌이랄까?


보르도 최고급 와인 페트뤼스. 페트뤼스란 베드로란 의미. 라벨 위에는 베드로가 그려져있고, 천국으로 가는 열쇠를 표현하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는 700~1000만 원 대의 가격


각기 다른 등급 체계 및 명칭

지롱드강 좌안의 메독과 그라브, 우안의 포므롤과 셍때밀리옹을 알아두면 보르도 와인의 기본은 잡힌다.

그리고 이 4곳, 좌안의 메독과 그라브, 우안의 포므롤과 생떼밀리옹은 모두 각기 다른 등급체계를 가지고 있다. 메독 지역은 그랑 크뤼 클라세(Grands Crus classés) , 그라브는 '크뤼 클라세 드 그라브(Cru Classé de Graves)', 생떼밀리옹(Saint-Emilion)은 생테밀리옹 그랑 크뤼(Saint-Émilion Grand Cru)로 불리고 있다. 역시 끝판왕은 포므롤(Pomerol). 포므롤은 워낙 비싼 와인이 많아서인지 이런 등급 따위는 필요 없다고 한다. 특급 셀럽은 그냥 이름만 말해도 소개가 되기 때문이다. 결국 모두 그랑 크뤼(Grand Cru)로 귀결되는 만큼 너무 헷갈린다. 그래도 일단 알아두자. 모두 동네마다 등급과 기준이 다르다고 말이다.


각 보르도 지역의 자세한 등급 내역은 다음 편에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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