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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욱 Dec 04. 2022

전쟁의 위협에 버티기 위해 만든 술 '금문 고량주'

힘든 역사 속에서 탄생한 금문 고량주

얼마 전 KBS 역사저널 그날에서는 흥미로운 내용이 하나 소개되었다. 바로 전쟁이 술을 만들어 냈다는 것. 바로 중국과 대만의 대치 상황에서 태어난 술 ‘금문 고량주’에 대한 이야기다. 


중국의 위협에 버티고자 만든 술 

금문(金門)이라는 이름은 대만이 지배하는 섬 금문도(金門島)에서 나온 명칭. 흥미로운 것은 금문도 위치다. 대만 영토지만 중국 영토와 4㎞밖에 안 떨어져 있다. 서울의 한강 왕복 거리를 두고 중국과 대만이 대치하고 있는 곳이다. 대만 본섬하고는 200㎞가 떨어져 있는 상황이니 늘 중국 위협에 노출이 된 곳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위협을 버티고자 만든 술이 바로 금문 고량주다


금문도(진먼섬) 위치. 대만의 섬인에도 불구하고 중국 대륙과 불과 4km밖에 안떨어져 있다. 


시작은 1949년. 중국 본토를 홍군에게 빼앗긴 국민당의 대만군은 최후의 방어선을 이 섬에 치게 된다. 그러자 중국의 인민해방군 군대는 약 9천 명의 병력으로 공격하고 1만 명 정도의 병력을 상륙시키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국민당은 철저하게 대비, 인민해방군을 맞이하여 사수해 낼 수 있었다. 그리고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중국의 초점은 한반도로 이동, 대만과의 전쟁은 뒤로 미뤄졌다.


중국 본토와 불과 4km 떨어진 진먼섬(금문도)

그렇다 해도 금문도는 중국 대륙하고 너무나도 가까웠다. 포 한 발만 쏘더라도 언제든지 닿을 수 있는 곳. 그래서 당시 이 섬의 방위사령관인 후렌 장군은 군인들과 민간인의 공포심을 이기기 위한 방법으로 고량주를 빚으라고 지시를 했다. 대신 가지고 있는 쌀은 식량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었다. 더불어 고량주의 원료인 수수를 재배하라고 독려했다. 땅 역시 황폐해질 대로 황폐해졌고, 바람이 세고 기후가 건조해 벼농사가 어려웠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수수는 물을 대지 않아도 간단하게 재배가 가능하고 쌀처럼 탈곡 등을 하지 되었다. 그래서 척박한 땅에서는 주로 수수 재배가 많았고, 그 수수로 빚는 고량주가 많은 수밖에 없다. 고량(高粱)은 한자로 수수라는 의미다. 


대만의 주변 섬들을 지키기 위한 포대. 출처 위키피디아


금문도를 포기하지 않은 중국

하지만 중국도 금문도에 대한 정복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 대표적인 사건이 바로 1958년도에 있던 금문 포격전이다. 8월 23일 중국 본토에서 포격이 시작되고 한 달 동안 중국 측 48만 발, 대만 측 12만 발 등 엄청난 포탄이 해당 지역을 초토화시켰다. 이에 미국과 소련이 전투가 확대되는 것을 우려, 국지전을 중단할 것을 압박하고 이후 진먼섬 전투는 소강상태가 된다. 금문 고량주의 소비가 많아진 것은 너무나도 당연했다. 지금도 이 술의 숙성은 당시 반공호로 활용되던 화강암의 지하 갱도에서 이뤄진다. 전쟁의 흔적이 그대로 술에 묻어 있다. 1992년까지 게엄령이 끝나기 전까지 금문 고량주는 이곳의 군대가 관리하는 술로 자리매김을 한다.  


EBS에서 소개된 금문 고량주 숙성 창고. 지하 갱도를 숙성고로 활용하고 있다.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NgQRB6bsej4&t=749s>


참고로 금문 고량주에는 알코올 도수 58도 제품이 많은데, 1958년도에 이 진먼섬 포격이 있었기에 그것을 기념하고자 해당 도수로 제작했다는 이야기가 많다. 대만 본사에 확인해보니 그렇게 알려진 것 자체가 너무나도 신기할 따름이라고 전했다. 58도 제품과 58년의 금문도 포격은 큰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이 현재로서의 팩트다. 


흥미로운 것은 이때 날아온 포탄 등이 파편 등이 금문도의 식칼로 변신, 금문도만의 특산품이 되었다는 것. 이연복 셰프의 식칼 컬렉션 등에도 들어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이러한 금문 고량주는 2015년 마잉주 대만 총통이 중국의 시진핑 주석과의 만남에서 선물로 증정한 것. 결국 양안 화해의 술이라는 새로운 레테르를 얻게 된다. 


금문고량주 58도 블랙. 프리미엄 버전 제품이다. 
미움과 증오의 포탄을 포용하고 품은 금문 고량주의 수수밭

금문 포격전 당시 워낙 많은 포탄이 떨어지다 보니 불발탄도 많았는데, 대부분 고량주의 원료인 수수밭에서 많이 나오게 된다. 부드러운 수수밭이 그 무서운 포탄을 무용지물로 만든 것이다. 


결국 술은 미움과 증오의 포탄조차 포용하고 품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 금문고량주가 알려주는 또 다른 술의 본질이 아닌가 싶다. 


역사저널 그날에 소개된 금문 고량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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