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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욱 Jul 15. 2019

경남 함양으로 떠나보는 여름 휴가

솔송주가 빚어지는 tvN 미스터션샤인 배경지인 개평한옥마을

함양에서 즐기는 여름피서


무더운 여름이 본격적으로 시작이다. 낮에는 훌쩍 30도를 넘기기도 하며, 열대야로 잠 못 이루는 때도 있다. 지금이야 냉방기구가 발달해서 그럭저럭 넘길 수 있지만, 옛날 선비들은 어떻게  더위를 극복했을까? 힌트를 볼 수 있는 문헌이 있다. 다산 정약용이 '선비가 더위를 물리치는 열덟가지 방법'이라는  '소서팔사(消暑八事)라는 시을 지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소나무 그늘 아래서 활쏘기, 정자에 모여 투호하기, 바둑 구경하기, 연꽃 구경하기, 매미소리 경청하기, 습한 날 시짓기, 달 밝은 날 탁족하기 등이다.


함양의 농월정

그렇다면 이렇게 선비들의 피서법을 공감할 수 있는 곳은 어디에 있을까? 소나무가 많아야 하며, 멋진 정자가 있어야 하고, 연꽃 밭과  무엇보다 아름다운 한옥마을이 있는 곳, 바로 지리산 자락에의 경남 함양이다. 그리고 이곳에 유명한 전통주인 솔송주가 있다.


경남의 대표하는 선비의 고장 함양

전북 장수군과 경남 하동군의 경계를 이루며,  덕유산과 지리산이라는 천혜의 자연환경이 품은 함양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성리학의 고향 중 한 곳이다. 포은 정몽주의 학통을 계승, 조광조, 이언적, 이황 등과 같은 성리학자들의 배출을 가능케 한 일두 정여창의 하동 정씨 가문의 집성촌인 개평 한옥마을이 있으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도 등재될 남계서원이 있다. 자연과 풍류를 함께 한 정자가 있고, 그래서 조선시대에는 서울을 기점으로 좌 안동, 우 함양이라고도 불렀다.


일두고택. 구한말의 건축양식으로 사랑채에 정자가 함께 있다. 위엄을 느끼게 하는 구조. 사진 명욱


아름다운 개평한옥마을, tvN 미스터션샤인 김태리가 살았던 곳

개평 한옥마을에는 는 수백년이 넘는 한옥 60여채가 옹기종기 모여있는 곳이다. 풍천노씨, 초계정씨의 집성촌이다.  입구에서 이 마을을 바라보면 좌우로 두 개울이 합류하고, 그 사이에 마을이 들어가 있는데, 이러한 마을의 지형으로 이곳의 이름은 개평. 즉 내와 길이 낄 개(介)와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선비의 고향이었던 만큼 문화재로 지정된 고택들도 상당히 많다. 중요민속문화재 186호로 지정된 성리학의 대가 정여창 선생의 일두 고택, 경남 유명문화재 제 407호인 오담 고택, 풍천 노씨 대 종가, 노참판댁 고가, 하동 정씨 고가 등이 대표적이다. 모두 수백 년 전의 삶의 방식을 고스란히 남겨 놓은 60여 채가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러한 배경으로 KBS 대하 드라마 '토지', MBC 드라마 '다모' 촬영지로 활용되었고, 얼마전 히트를 친 tvN의 미스터션샤인에서는 김태리의 집안 배경으로 이 개평한옥마을이 촬영되기도 했다.  


개평한옥마을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곳은 일두 고택. 일두 정여창이 살았던 터에 후손들이 다시 지은 집이다. 대지 3천평, 11개 동의 건물로 18세기에 개축된 사랑채를 제외하곤 대부분의 건물이 16~17세기에 건축되었다. 1984년에 국가지정문화재(중요민속문화재 제186호)로 지정되었으며, 넓은 부지에 사랑채, 안사랑채, 안채, 아래채, 광채, 사당 등을 고루 갖추고 있는 집으로 남부를 대표하는 대저택이다.  


경북지역의 한옥이 ’ㅁ’자형으로 좁고 폐쇄적이라면, 이곳은  ‘-’자형으로 확 트인 대저택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사랑채의 경우 조선후기 양식으로 건물에 누마루라는 정자를 가지고 있는데, 품위와 권위를 나타내는 한옥 양식을 그대로 알 수 있다.


솔송주 문화관 내부. 350년 전 고택이다.

2019년 청와대 설 선물세트로 선정된 솔송주의 고향

이러한 개평마을에 또 하나의 독특한 공간이 있는데 바로 솔송주 문화관이다. 하동 정씨의 16대 손 며느리이자 경남무형문화재 박흥선 명인이 솔송주를 시연하는 곳이다. 솔송주는 문헌의 송순주를 복원한 맑은 약주형태의 술로 2018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 건배주  및 2019년 청와대 설 선물세트로도 선정되었으며, 담백한 쌀맛과 그윽한 솔잎 향으로 두터운 팬층을 가진 술이기도 하다.


솔송주 문화관은 350년전 고택을 그대로 살려놓은 곳으로, 입구에 들어가면 전형적인 한옥 형태의 마당의 모습은 물론, 뒤로는 다양한 전통주 체험을 보여줄 수 있는 소줏고리도 보여진다.  


박흥선 명인.

이른 봄의 솔잎, 늦봄의 송순

이곳에서 시음할 수 있는 전통주는 솔송주와 담솔. 솔송주는 백미에 솔잎과 송순을 넣어 빚는 약주이며, 담솔은 이것을 증류한 형태의 증류식소주이다. 솔잎과 송순을 넣는 이유는 특유의 향긋한 향도 있지만, 이 두 가지가 천연방부제 역할을 해서 술의 산패를 막아준다.


흥미로운 것은 솔잎과 송순을 따는 시기가 다르다는 것이다. 솔잎은 가장 이른 봄, 송순은 늦 봄에 채취한다. 솔잎은 봄에 향이 좋고, 송순은 늦봄에 생명력이 높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솔송주는 조선 성종에게 진상했다고 전해진다.


솔송주가 발효되는 모습

이곳에서의 체험은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 직접 다양한 시음 및 소주고리를 통해 소주 증류해 보는 것 부터, 전통주 칵테일도 체험해 볼 수 있다. 전통이라고 하지만, 트랜디하게 변화하는 모습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단순한 가양주를 넘어 산업적으로도 함양의 문화인 솔송주를 알리기 위해 양조장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전통과 문화에 과학이 접목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솔송주와 담솔


교과서에 등장하는 함양. 바로 무오사화의 시작

참고로 일두 정여창은 연산군 시절 정치공작에 휩싸여 귀양지에서 죽게 되고, 나중에 부관참시까지 당한다.  함양의 학사루(咸陽學士樓)라는 정자에서 촉발된 사화, 바로 무오사화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당시 이 정자에는 조선 건국을 추진한 훈구파 사대부인 유자광의 시가 걸려있었다. 훈구파와 대립하던 사림파의 김종직이 군수로 오며 철거를 명했고, 이로 인해 당시 정치공작의 귀재로 알려진 유자광은 김종직과 사림파에 대한 원한을 가지게 된다.


이후 사림파의 김일손이 김종직의 조의제문(弔義帝文)을 사초에 올리게 되는데, 이것이 무오사화의 직격탄이었다. 조의제문의 내용은 연산군의 증조부인 세조의 왕위찬탈에 대하여 우회적으로 비판했다는 것. 이것으로  당시 김종직과 사림파에 앙심을 품었던 유자광이 연산군에게 고하여 김일손은 처형당하고, 이미 사망을 했던 김종직은 부관참시를, 정여창 역시 귀양지에서 사망하게 되고, 갑자사화에는 무덤에서 꺼내져 부관참시를 당하게 된다.


무오사화의 발단. 함양 학사루


무오사화의 내용만 보면 영남 사림파는 훈구파에게 당한 것으로만 보이지만 원칙을 중시하는 이들의 철학은 조광조로 내려갔고, 이후에도 이어지는 사화에도 불구하고, 사림파가 역사의 승리자가 되는 기반을 갖추게 된다. 그리고 이윽고 16세기 후반에는 훈구파를 축출하게 된다. 사림파의 입장에서는 희생은 있었지만 결국은 승리자가 된 것이다.


여름의 상림 연꽃밭. 출처 함양군청


자연친화적 정자와 연꽃밭, 그리고 한옥체험도 할 수 있는 함양

함양에는 덕유산에서 발원한 계류가 절정을 이루는 화림동이라고 있다. 이곳에는 우리나라 명승 제 86호로 지정된 거연정부터 군자정, 동호정, 농월정 등이 팔담팔정이라는 정자가 계곡 양쪽으로 포진되어 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의 유홍준 교수는 호남의 정자들이 삶의 터전과 멀지 않은 전원에 가까운 곳에 있다면, 영남의 정자는 자연을 지배하고 경영하는 모습을 띈다고 말 했다.


또 함양에는 상림이라는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림이 있다. 신라 진성여왕때 고운 최치원 선생이 이곳에 태수로 있으며 만든 곳으로, 400여 종의 수목과  봄 꽃, 여름의 녹음, 가을의 단풍으로 유명한 곳이다. 1000년이 넘는 역사와 문화를 그대로 가지고 있어 "천년의 숲"이라고 별명도 있다. 무엇보다 한여름에 가면 공원 주변에 연꽃단지와 조성되어 있어 한여름에 즐기는 풍류를 그대로 느낄 수 있으며, 연꽃 밥 역시 이 지역에서 즐길 수 있는 매력이다.


숙박은 개평 한옥마을을 추천해본다. 최근에는 에어콘도 설치되어 여름에도 즐길 수 있다. 정약용이 이야기하던 매미소리를 그대로 즐길 수 있으며, 소나무 우거진 정원에서도 즐길 수 있다. 무엇보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의 새소리와 냇물소리는 왜 이곳에서 선비들이 수백년간을 살아왔는지를 알 수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함양의 거연정. 출처 함양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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