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을 잃지 말라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나에게는 초심이 없었다.
어쩌다 보니 수련을 시작했고
어쩌다 보니 선생님 곁에서 공부했다.
도장에 처음 입문한 이유를 말하기 어려웠다.
말하라니까 그냥,
"마음을 닦고 싶어서요"라고만 했을 뿐.
남들은 도통하고 싶다고,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라고 말하는데...
그렇게 말하는 이들이 부러웠다.
어느 날 이런 질문을 받았다.
“선생님은 왜 계속 수련하세요?”
사실 이 질문은 내가 거의 답하지 못하는 것 중 하나다.
형식적인 대답으로는 이렇게 대답할 수도 있다.
“제가 누구인지 알고자 함입니다.”
그런데 내 성향상 그런 대답은 맘에 들지 않는다.
그래서 늘 이렇게 대답한다.
“선생님이 콕 찍어서 너! 내일부터 수자라고 하셔 놓고,
그만두라는 말씀 없이 돌아가셔서 아직 하고 있는데요.”
갑자기 분위기가 싸아 해진다.
뭔가 그럴듯한 답을 기대한 거 같다.
또 이런 질문도 한다.
“어떻게 30년 넘게 한 길을 오셨어요. 대단하세요.”
음. 내가 하고 싶어서 했나.
나는 가만히 있는데
시간이 흘러서 30년이 넘은 거지.
자기들은 50년 넘게 살고 있으면서...
가끔씩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 보았다.
내가 왜 아직 계속 가고 있는지를 물었다.
지난 시간을 다시 짚어보곤 했다.
모르는 게 있으면 배우고 공부했다.
외국인과 소통이 안되면 언어를 배웠다.
교정법을 배우면 한 달 동안 300번을 연습했다.
살아오면서 눈앞에 닥쳐온 일들을 하나씩 해결하던 때,
또 우여곡절을 거치며 겨우 넘어온 일들을 떠올려 보았다.
그리고 그 안에서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했다.
모두 같은 방향으로 향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순간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내 삶의 조각들이
모두 꿰어지고 있는 것이 보였다.
다른 이들의 초심을 부러워했던 적도 있었지만,
이제는 말할 수 있다.
그건 그저 현관 열쇠일 뿐이라고.
멈추지 않고
계속 나아가다 보니 알게 되었다.
어느 순간
내가 순간순간 선택했던 모든 것들이
일정한 흐름 속에 있었다는 것을.
단지
그것들이 아직
이어지지 못했던 것뿐이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