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말씀

by 숨치

본격적으로 지도를 하게 된 시점은 1996년 무렵이다.


전남의 한 지원에 사범으로 파견되었고

결혼과 함께 지원장이 되었다.

당시 내 나이는 스물여덟 살이었다.


어리다고 할 수 있는 나이에

도장과 도반들의 수련을 책임지게 되었다.


그때의 나는

아직 책임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사람이었다.


모두가 선생님만 바라보던 시절이었다.


선생님을 곁에서 모시면서 내려왔던 터라

도반들은 내 이야기를

선생님의 말씀처럼 귀담아들었다.


지금처럼 인터넷이 활성화된 것도 아니고

PC통신 정도가 활성화되고 있던 때였다.


한 달에 한 번

2박 3일로 본원에 교육을 다녀오면

어떤 말씀을 듣고 왔는지 집중하던 때였다.


나이도 어렸고

측근이라는 특권의식은 가득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음속에 뭔가 걸리는 느낌이 들었다.


'뭘까?

뭔가 있는데.

그게 뭐지?'


여러 날을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그러다가

내가 나이가 지긋한 도반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


무례하게 대한 것도 아니고

지도에 문제가 있던 것도 아니었지만,


나도 모르게

삶을 가르치고

세상을 가르치고 있는 내 모습을 본 것이다.


한 번 떠오른 생각은

나를 몹시도 괴롭혔다.


선생님께 편지를 썼다.

그리고 있는 그대로를 말씀드렸다.


“제가 어느 순간 정신차려 보니

세상 경험이 많고 연세가 많은 분들에게

세상을 가르치고 있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곧바로 답장을 주셨다.


“그것은 큰 문제다. 앞으로는 이렇게 해보아라.


첫째,

수련법만 가르쳐라.

수련법에 대해서는 자신감을 가지고 지도해라.


둘째,

도반들이 살아온

세상 속의 경험을 존중해라.


셋째,

그리고 그들의 경험을 통해 배워라.”


이러한 선생님의 말씀은

내가 오로지 수련법과 지도에 마음을 쏟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선생님의 조언을 들었다고 해서

내가 완전히 달라지진 못했다.


시간이 많이 흐르면서

나이가 더 들고

아이를 키우다 보니

수련과 함께 삶을 통해 조금씩 익어왔던 것 같다.


시간이 흐르며 지도에 익숙해질 무렵,

이제는 또 다른 불편함이 마음에 남았다.


오랜 시간 동안,

내 마음을 들여다보다 발견한 것은,

자기의 깨우침에 붙잡혀 있는 내 모습이었다.


그때,

내 마음속으로부터 소리가 들려왔다.

돌아가신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처럼...


'자기의 깨우침에 갇히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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