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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덩기덕희덕 Oct 19. 2022

마음튼튼 이도튼튼

현생에서 살아남기

치아에 금이 갔는데요?

의사선생님은 치아사진을 보여주며 아래 어금니 잇몸 염증이 오래되어 치아가 거의 죽은 상태고, 이가 깨지고 금이갔다고 설명했다. 윗니에 씌운 크라운에는 구멍이 나있다며 치료가 어려워 그냥 두던가 치아를 뺄 각오를 해야한다고 진단했다. 설명과 함께 사진을 보니 다른 치아와 차이가 많이 났다. 위급상황인 아래 어금니부터 신경치료를 시작했다. 안쪽에 있는 어금니라 입을 크게 벌려야했는데 내 느낌과 다르게 잘 벌어지지 않는지 의사선생님은 더 크게 벌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호흡이 불편해 씩씩거리자 평소 입을 악 물고 있어 관절이 굳고, 긴장도가 높아 입이 벌려지지 않는거라고 했다. 하아.. 눈물이 또르르 흘렀다.


평소 입을 꽉 다물고 힘을 주고 있는 버릇은 나도 알고 있었다. 혀까지 안쪽 치아에 바짝붙여 힘을 주고 있어 치아 모양대로 혀에 주름이 생길 정도이다. 의식을 하고 힘을 빼려고 해도 금방 잊는다. 수면 중에도 마찬가지여서 아침에 일어나면 턱관절이 뻑뻑하다. 이게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기억은 안난다. 하지만 높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더욱 심해지곤 했다. 그래도 치아에 금이가고 흔들릴 정도였다니..


마음의 긴장과 스트레스가 원인이다. 잘 해내겠다는 마음이 온몸에 힘을 주게 하고, 감각을 잊게 만들어 고질적인 상태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한다. 그 마음의 근원을 찾아 깊이 탐색해보면 나의 결핍된 욕구를 만나게 된다. 그동안 자극을 주는 상황과 사람, 사회적 환경으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아왔다. 나의 욕구가 스스로를 망치고 있었던 꼴이라 최근에 있었던 사건으로 인한 현재 심리상태를 다시 점검하는게 필요했다.


입을 있는대로 벌리고, 오랜시간 신경치료를 받으며 공포스런 치료기구에 시달리니 이것보다 더 힘든게 있을까 싶어 회피하고 있던 엉킨 일을 바로 풀었다. 그리고 문제를 달고 있는 나를 다시 직면했다. 우울한 상태를 방치해온 나를 안타까워하면서도 조금이라도 스스로 해결해보겠다고 움직였던 나를 다독였다. 하지만 그걸로는 충분치 않다. 어떤 방법을 써야할지 막막하다. 일이고 뭐고 다 손에서 놓아 버릴까.. 저 멀리 훌쩍 떠날까.. 깊은 잠 속으로 빠져 버릴까.. 지금은 어떤 것도 하지 못하고 멍하게 있는 중이다. 눈 앞에 벌린 일은 수습을 해야되서 억지로 뭐라도 해보겠다고 하지만 효율성은 떨어진다. 그래도 느리고 찬찬하게 신중할 수 있으니 모든 일에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팬데믹 이후 이갈이 증상, 치아를 꽉 다물고 자는 사람이 증가했다는 기사를 읽었다(이를 갈거나 악물고 자는 사람이 많아졌다. 캐미컬뉴스. 2021. 12. 06). 새로운 도전과 삶의 변화에 대처하는 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스트레스를 준다며 이같은 증상이 젊은 층과 중년 층에서 많이 발생되었다는 내용이었다. 팬데믹으로 내 생활에도 변화가 많았다. 우선 일이 현격히 줄어 개인사업자로 자리잡기 위해 방향을 다시 잡았다. 주변 관계가 단절되자 새로운 관계가 형성되었고, 몸으로 하던 동적인 취미생활은 정적인 미술작업으로 이동했다. 또 미술교육을 시작하며 다시 일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있었다. 그 과정 속에서 몸은 급격히 불은 살, 어깨통증, 치아문제로 계속 멈춰야한다고 위험신호를 보내고 있다. 


변화에 적응을 해나가는게 현재 중요한 이슈인만큼 멈춤은 내가 허용할 수가 없다. 지금 멈추면 다시 무언가를 해날 수 없다는 두려움이 밖으로 나가 달리도록 다그친다. 요즘 달리기를 하며 빠르게 달려야한다는 기록재기를 멈추고, 속도를 줄였다가 빨리 달렸다가 다시 속도를 줄이는 연습을 하고 있다. 속도를 줄이는 일이 제일 힘이 많이 들어가고 몸의 균형을 잡기가 어렵다. 하지만 멈췄다가 다시 뛰는 것보다는 낫다. 이처럼 몸이 보내는 위험신호에 반응하며 천천히 힘을 빼고 달리다가 아픈 구석이 있으면 치료를 받고, 이완을 시키며 조금씩 나아가는게 더 적절할 것 같다. 


그렇다고 달리기와 하고 있는 일, 주변과의 관계가 마냥 즐겁지는 않다. 그냥 내가 아직은 할 수 있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 감사할 뿐이다. 그들과 주고받는 에너지 속에서 내 것으로 충전해나가는 에너지가 작지 않다. 물질적 자원보다 정서적 자원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이다. 마음의 자원을 잘 돌보고 가꿔야 어떤 상황도 잘 씹어먹을 힘을 낼 수 있고, 부드럽게 힘을 빼고 맛을 음미할 수 있다. 소화시킬 것과 뱉어낼 것도 분별하는 일도 가능할 것이다. 


마음이 튼튼해야 관계가 튼튼, 몸도 튼튼, 이도 튼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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