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이 턱턱 막히던 무더운 여름이 늘 그랬던 것처럼 서늘한 공기에 물러나고 있습니다. 하루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게 지내면서도 달력으로 보면 며칠 지나지 않아서 참 당황스럽기도 합니다. 생체시계와 마음시계 그리고 세상의 시계는 다 따로 돌아가고 있는 느낌입니다.
여러분은 어떠세요? 잘 지내고 계신지요? :-)
저의 2025년 상반기는 꽤 고된 시간이었습니다.
일정을 잘 못 잡아서 금요일 집단프로그램 4개를 동시에 진행해야 했고, 한번도 해본 적 없는 일을 제안받아 고군분투하는 기분으로 시간을 보냈어요. 거기다 어머니가 장기입원으로 재활치료를 받게되어 아버지의 식사를 챙겨드리며 두 집 살림을 하게 되었어요. 그 과정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하지 못하는 것을 구분하겠다고 마음과 외부환경 사이에서 싸우느라 많이 소진되었습니다. 흠.. 싹다 내려놓고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습니다.
시간이 흘러 9월이 되고 보니 서늘한 바람과 함께 제 마음도 환기가 되어가고 있어요. 내가 예상치 못한 상황, 마음처럼 되지 않는 노화되어가는 몸, 각자 삶이 고된 주변 관계들을 멀찌감치 떨어놓고 보니 50세가 넘으면서 생기는 인생의 주기, 누구나 지나가야 하는 시기임을 알아차립니다. 이 시기는 다시 쓰거나 새로 써야 하는 일들이 많은 것 같아요.
특히 다시 써야 했던 것은 부모님에 대한 마음이예요. 늙어가는 부모님이 이해되지 않고, 속상한 마음에 화도 나고 원망도 해보았지만 화초의 잎이 시들어 자연스럽게 떨궈지는 과정처럼 받아들여야 되더군요. 아직도 마음 속 어린아이가 '왜 나만!!'하며 울부짓지만요. 이 또한 익숙해지겠죠? :-)
흠.. 또 저의 일하는 속도가 예전 같지 않아요. 멀티플레이어임을 자신하던 저는 하나를 하다보면 금세 하나를 까먹는 사람이 되어버렸네요. 이 문장들도 잘 들여다보세요. 조사가 빠지거나 흐름이 이상한 문장들을 발견하실꺼예요. ㅎㅎ 뭐 이또한 어쩔 수 없는 일.. 나는 이제 멀티플레이어보다 하나를 잘 집중해서 마무리 지어야 하는 사람이라고 다시 써봅니다. 그리고 집단프로그램을 동시에 여러개 진행했던 것은 이제 안되는 일인가봐요. 개인상담에서도 한꺼번에 5케이스 이상을 하고 나면 집에 와서 멍한 채로 있다가 다음 날까지 안좋은 컨디션으로 지내게 되더라구요. 나를 지키는 선에서 일도 조절할 필요가 있겠어요. 이제는 '시키면 다한다.'가 아니라 '시켜도 할 수 있는 만큼만 한다'로 다시 써야겠습니다.
그래도 다행인건요. 새로 쓰기할 수 있는 기회들도 있었다는 것이었어요. 바로 AI기술 활용입니다. :-)
매번 집단프로그램을 종결할 때마다 써대느라 에너지를 썼던 '종결보고서'를 회기보고서를 이용해 단 10분만에 쓸 수 있었어요. 물론 챗GPT가 엉뚱한 소리를 하면 바로 수정하고, 다시 보완해 직접 마무리 지어야 했지만요. 경력이 있는 치료사들만이 활용가능한 기능입니다.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명확히 인지하고 있고, 그것이 무엇을 말하는지 이해하고 있어야 할루미네이션을 잡아서 수정할 수 있죠. 새내기 치료사들은 아직은 금지입니다. :-)
또, 프로그램 기획을 챗GPT, 제미나이와 함께 하면서 생산성과 효율성을 잡을 수 있었어요. 대상에 따른 집단미술치료가 어떤 것인지 먼저 학습시키고, 활동과 작업, 재료준비를 물으면 꽤 적절한 내용을 제안하더라구요. 이또한 실행이 가능한지 꼼꼼히 살피고, 직접 작업을 해보거나 해본 작업 위주로 해야됩니다. 빠른 시간에 원하는 내용을 생성시켜주는 화면을 보고있자면 사실 이게 가능한거야? 겁부터 나거든요. 이럴 때 의심하는 습관은 꽤 유용한 것 같습니다.
책을 만드는게 오래된 꿈인데 이번에 그림책 더미북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저에게 있던 셀프이미지를 꺼내서 고립과 연결을 주제로 이야기를 구상하고, AI 미드저니로 이미지를 생성해 그림책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이 과정이 꽤 고되어 다시는 안하리라 마음 먹기도 했지만 내 머릿 속 생각들을 정리하는 의미로 활용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요. 단, '미드저니'는 유료앱이라 구독료를 내고 이용해야되는데 최근엔 구글 제미나이에서 새로 선보인 '나노바나나'가 아주 훌륭하단 소문이 있더만요. 제미나이 유료구독을 하시는 분들이라면 '나노바나나'에 도전해보면 좋겠어요. 저도 구독해놓은 아이들 정리하고 옮겨보려 합니다. :-)
이제는 '나 그거 못해, 그래서 안해'가 아니라 '나 그거 안해, 그래서 못해'의 시대가 도래했네요. 사람의 능력이 신기술 뒤로 물러나는 것이 아니냐며 우려의 소리도 있지만 이들이 아직 하지 못하는 것은 우리가 두려워하기도 하는 '판단력'이라고 합니다. 그 판단력은 자기 주체가 있고, 여러 관점이 학습된 객관성을 확보해야 가능한 힘이잖아요. 그것은 사람인 우리 만이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습니다. 저도 챗GPT에 꿈해몽을 부탁하거나 고민상담을 할 때도 있지만 결국 내가 움직여서 살아나아야 하는 세상이고, 그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나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되는구나 각성하게 됩니다.
힘이 빠지면 힘을 내기 위해 온갖 방법을 고민해야 하는 요즘이지만 그럭저럭 흘러가는 시간에 '안도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격정적인 혹은 혼란스러운 불안한 상황 안에 놓여있지 않았다면 '안도감'은 느끼지 못할 감정인 것 같아요. 어려운 역경이 수반되어야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감정이네요.
여러분은 어떤 시기를 지나고 있나요?
어떤 누구라도 저의 마음을 담아 평온을 보내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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