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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기억은 잊어야 한다

작은 이야기

by 덩기덕희덕

외부센터상담에 오는 초3 아이.

가장 좋아하는 놀이는 뽀로로 장난감 놀이입니다.

지난 회기에서 마음 안에 친구들을 모조리 꺼내 역할극을 벌입니다.


시간을 잘 지키는 아이, 게임을 좋아하는 아이, 장난을 많이 치는 아이, 시끄러운 아이 등 다양한 아이들이 나와 집을 어지럽히고, 소란을 피워 동네사람에게 혼까지 납니다. 그중 시간을 잘 지키는 아이가 다른 친구들을 진정시키고, 원하는 것들을 하되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규칙도 정합니다. 모두가 만족할만한 상황이 되자 흐뭇해했고, 저는 친구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조율하는 멋진 리더라고 지지했습니다.


그러자 아이는 기분이 좋지 않을 때 자신만의 해결방법이 있다면서 화가 날 때 감정을 담아 글과 그림을 그리며 감정을 달랜다는군요.



선생님! 제가 나쁜 기억 지우는 법 알려줄까요?



첫 번째, 싸우고 난 후 (주먹을 불끈 쥐고) 먼저 사과를 한다.
두 번째, 대화를 나눈다. 대화를 하다 보면 공감을 하게 된다.
세 번째, 공감으로 화해하게 되면 기분이 한결 나아지고 기억도 지워진다.


그러나 시작을 누가 하는지에 중요하지 않으니 먼저 사과하는 게 핵심팁이라고 합니다. 어른들은 오래 살았으니 나쁜 기억도 많을 꺼라며 더 이상 남지 않게 기억을 빨리 지워야 한다며 자신만의 비법을 전수해 줍니다.

순간 제 마음이 찡했어요.


그리고 저에게 고급기술을 전수하는 아이가 너무 사랑스러워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정말 믿을만한 기술인게 이 친구는 이란성 남녀 쌍둥이거든요. 같은 뱃속에서 나중에 나와 자기보다 체구가 작은 오빠와 함께 성장하며 투닥투닥하는 일이 얼마나 많았겠어요. 그때마다 자신이 한 시도가 꽤 효과가 있었는지 저에게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믿어보라고 웃는데 어느 누가 그 모습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


상담실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들이 저의 마음에 꽃이 피어나게도 합니다. 그들이 주는 에너지에 저의 마음을 내어줄 수 있으니 참 좋은 직업이라고 할 수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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