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적절한 소환

by 덩기덕희덕

도망쳐!!


마음 안에서 수십 번 울려 퍼진 외침

때마침 ‘적절한 소환’으로 도망 나왔다.


부산현대미술관의 힐마 아프 클린트 전시

‘적절한 소환’은 최초의 추상화가라는 타이틀이 초라할 정도로 작품의 스펙트럼은 굉장히 넓었고,

나는 그녀의 작품 속을 누비며 느끼고 생각하고 헤맸다.

사진을 연신 찍으면서도 도록 살 생각에 신이 났다.

한 바퀴 돌고, 못 본 부분이 있어 다시 되돌아가서 보고 돌아 나오며 다시 한번 획~

언젠가 서울에서도 다시 볼 수 있길 바라며

굿즈와 도록 살 마음에 급히 나왔다.


달랑 하나 남은 엽서 한 장과 머그컵을 들고 도록을 주문하니

“품절입니다. 2판까지 나왔지만 추석연휴에 동났어요. “

헐.. 서울에서 왔어요.. 이럴 수가..

망연자실 ㅜㅜ

하아 머리가 어질어질

그래도 나에겐 다른 도록과 평전이 있으니 됐어.. 괜찮아..

스스로 위로하면서도 힘이 쭉 빠진 몸을 겨누기가 힘들었다.


어딜가지.. 기차 예매시간이 남았는데?

그래도 부산인데 바다는 봐야지.


다대포 해수욕장역에 가면서 맛집을 검색했지만 마땅치가 않다.

결국 스마트폰 충전이슈로 스타벅스에 들어왔다.

그래도 2층에 자리 잡아 주절주절거린다.

기대한 전시였고 꼼꼼히 감상해서 벅찬 감동과 충만해진 마음인데

왜 이리 허전한 건지.. 도록하나 안 샀다고 이러기야;;


저 멀리 다대포해수욕장이 보인다.

힘 풀린 다리로 어딜 가나 싶었지만 저기 정도는 가야겠다.

어떻게 도망쳐 나온 시간인데!!

저 끝 바다에서 출렁출렁 파도가 이리오란다.

일단 충전하고 갈게!!


부산에서 일할 때 답답하면 훌쩍 나가

해운대 스타벅스를 가곤 했다.

그냥 바다가 눈앞에 있으면 안정이 되었다.

혼자 유랑하듯 살다

몇 년을 서울에서 박혀 지내다 보니

이런 여유를 너무 잊고 살았나 보다.


도록의 아쉬움은 그만하고(글쎄;;)

바다와 바람.. 운치 있는 분위기를

만끽하고 돌아가는 걸로!!!


ps. 부산현대미술관 셔틀버스 6개월 전부터 운행 안 했단다. 세상에 공지를 해놔야지 알지!! 이것부터 안 좋았어. 그래도 좋은 전시 있음 핑계 대고 가겠다며!!!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