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사랑받아 마땅한 이유

by soom lumi

별일 없이 지나가는 하루.

말 한마디, 눈빛 하나가

의도와 다르게 흘러갈 때면

마음이 잠깐 주춤할 뿐이다.


무너진 것 같지도,

괜찮은 것 같지도 않은 날들이

천천히 이어진다.


그럴 땐 문득 생각한다.

잘 지내야 하는 걸까,

잘 보여야 하는 걸까,

아니면 그냥 살아 있다는 것이

이미 충분한 걸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말이나 행동을 하지 않아도

조용히 숨을 쉬고 있는 지금,

그 자체로 의미가 사라지는 건 아니라는 걸

삶은 천천히 가르쳐준다.


사랑은 조건이 없다.

무언가를 잘 해내야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때론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순간에야

비로소 가장 가까이 다가온다.


이해되지 않는 연약함에도

자리 하나 내어주는 마음,

그게 사랑일지도 모른다.


판단보다 먼저 다가서는 마음.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함 앞에서

굳이 해답을 찾지 않고

그저 곁에 머무는 태도.


그 사랑을 알고 나면

누군가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다.

말없이 살아내는 하루에도,

정리되지 않은 마음에도

작은 존중 하나를 건네고 싶어진다.


그리고 그런 마음은

타인에게만 건네는 것이 아니다.


불완전한 오늘의 자신에게도

이 말 하나만은 조용히 들려줄 수 있다.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고.

존재 자체로도 충분하다고.


그리고 잊지 않아야 한다.

지금 이 시간도, 이 마음도

영원히 머물지 않는다는 것을.


이 시기 또한 지나갈 것이다.

숨을 고르며 하루를 통과하는 이 모든 순간이

언젠가는 조금 더 단단한 나를 남기고

조용히 흘러가 있을 것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흐름을 따라 걷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때, 오늘의 이 흐름이

사랑으로 기억되기를 바란다.




모든 시간은 흐른다.

사랑은, 그 흐름 안에

가장 오래 남는다


흘려보낸다는 건,

파도처럼
밀려온 마음을
그저 되돌려 보내는 것

붙잡지 않아도
그 감정은
내 안을 충분히 적시고
사랑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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