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안에 있을 때는
시간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 안에서는
지금이 전부 같고,
지금이 너무 커서
앞뒤를 구분하기 어렵다.
기다림도 사랑 같고,
침묵도 배려 같고,
미뤄진 약속도 이해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관계가 끝나고 나면
시간이 정렬된다.
그제야
언제가 시작이었는지,
어디서 어긋났는지,
어떤 말이 반복되었는지
천천히 보이기 시작한다.
그 안에서는 몰랐던 것들이
밖으로 나오면
선명해진다.
우리는 늘
같은 대화를 반복했고,
같은 질문을 다른 문장으로 돌려 말했고,
같은 자리에 서서
서로 다른 방향을 보고 있었다는 것.
그때는
그게 ‘지금’이었기 때문에
보이지 않았다.
시간 안에 있을 때는
전체를 볼 수 없다.
지금은 늘
가운데에 서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은
끝난 뒤에야
시간을 이해한다.
붙잡음이 언제 부담이 되었는지,
흘러감이 언제 거리로 변했는지,
기다림이 언제부터 혼자가 되었는지.
관계가 끝난 뒤에야
우리는
자신이 어떤 시간을 살았는지 알게 된다.
그제야 깨닫는다.
사랑이 부족했던 게 아니라
각자의 시간이 달랐다는 걸.
누군가는
과거를 오래 붙들고 있었고,
누군가는
미래를 먼저 살고 있었다는 걸.
그래서 현재가
비어 있었던 순간들을.
끝은
항상 아프지만
한 가지를 남긴다.
시간의 구조.
우리는 왜 반복했는지,
왜 미뤘는지,
왜 말하지 못했는지.
그건 그때는 몰랐고,
끝난 뒤에야
보이는 것들이다.
그래서 관계는
사라진 뒤에
비로소 하나의 이야기로 정리된다.
안에 있을 때는
그저 하루였지만,
밖에서 보면
하나의 흐름이었다는 걸 알게 된다.
관계가 끝난 뒤에야
시간이 보인다.
그리고 시간이 보일 때
사람은 묻게 된다.
그때
우리는
정말 같은 자리에 서 있었을까.
우리가 그때 시간을 보지 못한 건
미숙해서가 아니라
그 시간의 한가운데에 서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지금은 언제나 확대되어 있고,
가까이 있을수록
전체의 윤곽은 흐려진다.
시간을 보지 못한 게 아니라
그 시간을 살고 있었을 뿐이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가장 아름다운 당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