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놓쳤을까 (between)

사이

by soom lumi

관계가 지나고 나면

사람들은 묻는다.


우리는 무엇을 놓쳤을까.


사랑이 부족했을까,

타이밍이 어긋났을까,

조금만 더 기다렸다면 달라졌을까.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난 뒤에야

다른 질문이 따라온다.


우리는 정말

무언가를 놓친 걸까.


그때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살고 있었다.


한 사람은 붙잡으며 버텼고,

한 사람은 흘려보내며 버텼다.


누군가는 이해하려 했고,

누군가는 무너지지 않으려 했다.


그 안에서는

그게 전부였다.


놓쳤다는 말은

대개 지금의 시선에서 나온다.


지금은 전체가 보이고,

지금은 패턴이 보이고,

지금은 구조가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때는

그 시간의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가운데에 서 있는 사람은

지도를 볼 수 없다.

그저 길 위에 서 있을 뿐이다.


그래서 어쩌면

우리가 놓친 건

사랑이 아니라

시간의 구조였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같은 말을 반복했고,

같은 장면을 다시 겪었고,

같은 자리에서 다른 방향을 보았다.


그걸 그때는 몰랐다.


몰랐던 게 잘못은 아니다.

그 시간을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놓친 건

누군가가 아니라

‘지금’을 바라보는 한 발의 거리였는지도 모른다.


조금만 더 떨어져

서로의 방식을 봤다면,

조금만 더 일찍

패턴을 인식했더라면.


하지만 그건

끝난 뒤에야 가능한 질문이다.


그래서 “놓쳤다”는 말은

후회라기보다

성숙에 가깝다.


지금에서야 보이는 걸

그때의 자신에게 요구하는 건

공평하지 않다.


우리는 무언가를 놓쳤다기보다

그때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만큼을 살았다.


다만 이제는 안다.


사랑은

붙잡는 것만도 아니고,

흘러가는 것만도 아니고,

기다리는 것만도 아니었다는 걸.


사랑은

같은 순간을

같은 자각으로

함께 서는 일에 가까웠다는 걸.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놓쳤을까.


아마도

사람이 아니라

조금 더 일찍 알아차릴 수 있었던

한 발의 거리였을지 모른다.


그리고 그 질문을

지금에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우리가 완전히 놓친 건 아니라는

작은 증거가 된다.


붙잡음과 흘러감 사이,

기다림과 선택 사이,

과거와 미래 사이.


우리는 늘

극단을 오가느라

그 사이를 오래 머물지 못했다.


사이는

결정되지 않은 자리이고,

확신도 없고,

완벽하지도 않다.


관계는 극단이 아니라

그 사이에서만 자란다.


전환은

눌 경계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말 우리가 놓친 건

사람이 아니라

그 사이에 오래 머무는 힘이었는지도 모른다


사랑은 between에 머무는 일


현재는 하나의 고정된 순간이 아니라

끊임없이 넘어가는 경계


지금은 완성된 상태가 아니라 계속 전환되는 사이





이전 17화관계가 끝난 뒤에야 시간이 보일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