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간에 우리

이름보다 더 이름 같은 말

by 슴도치

한 회가 끝나고
다음 회를 기다린다.

커피를 마시고
화장실을 가고
불 꺼진 무대를
올려다본다.

시간이 남아
우리는
서로의 등을 만진다.

등에는
아프고 무거운 것들이
뭉쳐 있었다.

그것은
살로 만든 비석 같다.

수고했어.

요즘 우리는
그 말을
이름보다 더 자주 부른다.

막간에 이르러서야
우리는 드디어
서로를 본다.

온기를.
내가 아직 이곳을
떠나지 않은 이유를.

무대는 곧 시작되고
공연은 끝이 나고
이야기는 잊혀진다.

침묵 속에 이르러서야
우리는 서로를 분명히 알아본다.

이름보다
더 이름 같은
말들이

저 불 꺼진 무대를 앞에 두고
우리를 부른다.

수고했어.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