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우리는 함께 죽고

2026년 1월 30일의 마음

by 슴도치


너는 동면冬眠하는
생명체처럼
잠을 잔다.

오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너는

홀가분하기보다
방향을 잃은
사람처럼

어느 날은
온 집안을
청소하고

어느 날은
죽은 듯
잠만 잔다.

잠은 죽음의
모형 같다.

숨소리도
내지 않아서

미세하게
오르내리는
어깨선을 보고
살아있음을 유추한다.

말투와
몸짓을 보고
사랑함을 유추하는 것처럼.

나는 너의
죽음과 같은
평화가 마음에 든다.

너는 죽은 체
살아있다.

어느 때보다
생생하게

네가 잠에서
깨어있을 때
우리는

화산의
주기처럼
싸우다
멈추기를
반복한다.

그마저도
주기가
길어지고

잠들어있는
너를
나는 자세히도 들여다본다.

거기
내 사랑의 형태가
있다.

어느 날은
자다 일어난
네가
김밥을 열심히
싼다.

김과 동그랗게
말린 밥에도
너의 마음이 있다.

나는 그 마음을
먹고
먹고 있는 내 모습에
너도
내 마음을 볼 것이다.

밤에 우리는 함께 죽고
아침에 다시 태어난다.

네가 잠을 잔다.
나는 지도를 보듯
너를 천천히
읽는다.

그 지도가 가리키는
곳이 어딘지
아직 잘 모르지만

최대한 천천히
도달할 예정이다.

마음이 함께
먼저 가고 있다.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