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킴의 순간
그는 가만히 내 속의 어둠을 오래 구경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째서 그가 떠올랐는지는 모른다. 시내에 나갈 적에 그의 차를 빌려 탄 적이 있었다. 그는 늘 예의 발랐고, 나는 좀 우쭐한 김에 비밀이나 집 안의 내밀한 이야기를 서슴없이 늘어놓았다. 그는 귀담아들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듣고 있지 않았던 것 같다. 내 이야기가 끝나자, 그가 내 칭찬을 하기 시작했다. 나의 옷차림이며 말투, 평소 내 행실에 대해 칭찬을 늘어놓았다.
나는 정말 그런 사람이 된 것 같다는 착각을 했다.
사거리 신호에 멈춰 섰을 때도 그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나는 구름에 떠 있는 사람처럼 발 디딜 곳을 찾을 수 없었다. 마침 옷 가게 창가에 우리가 비췄다. 그가 신나게 떠들고 모른 척 고개를 돌린 내가 웃고 있었다. 횡단보도 불이 켜지고 사람들이 건너갔다. 트럭이 갑자기 급정거를 하고 놀란 아이가 울음을 터뜨렸다. 반사적으로 앞을 보는데 미처 예상하지 못한 그가 황급히 딴청을 피웠다. 그는 가만히 내 속의 어둠을 오래 구경하고 있었던 것이다.
칭찬은 이상하다. 누군가를 움직이고 싶다면 비난보다 칭찬을 해주면 된다. 세상 무표정한 사람이 칭찬 한 마디에 스르륵- 무너지기도 한다. 칭찬은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의 발현이다. 그리고 타인이 발행하는 인정의 증표다. 그러므로 칭찬을 받은 사람은 스스로 괜찮은 사람이라고 인정할 만하게 된다.
의도가 있어 칭찬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잘 듣지 않는다. 그들에게 필요한 건 내 이야기가 아니라 내 이야기가 끝나는 순간이니까. 그들은 상대를 올려주는 척하면서 사실은 내려다보고 있다. 높은 곳에서 봐야 전체가 보이듯, 칭찬하는 사람은 이미 나보다 한 발짝 뒤에 서 있다.
칭찬을 받는 사람도 두 가지로 나뉜다. 흔들리지 않는 사람과 흔들리는 사람. 심지가 곧은 사람에게 칭찬은 타인이 발행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인정으로부터 온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그렇지 않다. 칭찬을 들으면 길거리에서 돈을 주운 사람처럼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없거나 인정에 대한 결핍이 있을수록 더 그렇다. 나도 그랬다.
칭찬은 관찰이다. 비난하려는 사람보다 칭찬하는 사람이 오히려 사람을 더 들여다보고 있다. 그들은 이미 나보다 한 발짝 뒤에 서 있다. 칭찬에 우쭐한 사람은 사실 그것을 구경하는 사람 앞에 있다. 칭찬이 두려운 건 가림막도 없이 내가 간파당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순간 내가 얼마나 그 말을 원하고 있었는지를 온 세상에 드러나기 때문이다. 칭찬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바로 나 자신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