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7의 마음
어린 시절부터
내게 가장 큰
공포는
폐쇄였다.
친구들끼리 서로
이불을 뒤집어씌우고
꼼짝 못 하게
장난을 칠 적에
나는 마치 무덤 속에
들어간 것처럼
숨이 막혔다.
지금 우리의 관계가
그랬다.
너는 또 과거의 일을
거짓하고
보고 싶지 않은
증거들이
아무도 모르게
바닥에
흩뿌려져 있던
유리 조각처럼
내게 밟혔다.
또 똑같은 지점이다.
시작점에서
멀리쯤 왔다고 느꼈는데
너는 또 나를
밟았다.
하지만 솔직히
이제는 놀랍지도
않다.
봤던 공포영화를
다시 보는 사람처럼
마치 때가 된 죄수처럼
시간 맞춰 고문장으로
향할 뿐이다.
너의 변명은
같은 이야기책을
읽는 것처럼
똑같다.
감정이 없었다.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후회되는 선택이었다.
너도 아무 데도
가지 못했구나.
그날에서
우리는 놀랄 만큼
한 발자국도
서로 떠나지
못했구나.
놀랍지도
않다.
이런 경우는
교통사고와
똑같다.
후유증은 꼭
사고 후에
찾아온다.
후유증 대신
후아유라고
말하고 싶다.
이제 네가
누군지도 모르겠다.
내가 아는 사람이
맞는지 애초에
내가 아는 사람이
있었는지
마치 위인전 속
사람 같다.
있기는 있었는데
존재감이 까마득한
옛날 속 사람.
너는 또다시
보란 듯이
내 앞에 쓰러져
엎어져 늘어져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듯이
명상하듯이
세상 모든 고통은
자기 것이라는 양
운다-
펑펑 울지 않고
아주 천천히
ㅇㅜㄴㄷㅏ-
나도 모르겠다.
이 이야기의
끝이 어떻게 끝나는지
모르겠다.
절대 헤어지지
말아야지
하는
태산 같은 마음이
작아져
동산이 되고
작아져
평지가 되고
작아져
모래가 되면
우리는 헤어질 수
있는 걸까?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잘 헤어지는 중인 걸까?
너의 울음은
세상이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을 것 같고
너의 무너짐은
내가 무너질 때까지
무너질 것이다.
너는 그토록 견고하게
자신을 부수는 중이었다.
그래서
나는 너의 무너짐을
일으켜 세우고
너의 울음을
내 울음으로
덮는다.
네가 다시
일어나
자유인이
되도록
그리고 나는
너 대신
또다시
너의 감옥으로
들어가도록
이 미친 짓을
언제까지고
반복하는
작은 신들처럼.
그만 울고
밥 먹자.
숨 막히는
이불 밖으로
도망쳐 나와
목구멍으로
토해낼 수 있는
말이라곤
그게 전부였다.
어쨌든 삶은
계속되어야 하니까.
완벽한 끝맺음은
이 이야기에 없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내일은 온다.
불확실한
세상에서
그것 하나만은
확실하다.
그러니까
그만 울고
밥 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