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고 자라고

2025년 10월 23일의 마음

by 슴도치


언제나

우리의 세계에는

주기가 있다.


건기와 우기


몇 백 년처럼 내렸던 비

호수처럼 거대한 웅덩이


초록색 새싹 같은

마음


물을 마시러 오는

크고 작은 동물들의

혓바닥 같은

마음


울음이 멈췄다.


우리의 마음은

지금 그치고

마르는 중이다.


축축한 건 싫다.

우리의 관계는

살짝 건조할 때

오히려 건강하다.


우산이 필요 없어서

마음이 한결 가볍다.


네가 느끼는 게

있었으면 좋겠다.


무언가를 느낀다는 것.

깨닫는다는 것.

바뀐다는 것.

나아간다는 것.


너는 항상 자신의

마음만 살폈다.

내 마음 한 귀퉁이라도

봐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너는 지금 그걸 연습하러

다닌다.

어떤 사람은

한참 연습을 해야지

안다.


나 말고 다른 삶의

윤곽을.

두 개의 삶이 하나의

세계로 합쳐진다는

의미를.


아기가 걸음마를 걷듯

육체만 성장한다고

어른이 아니다.


마음도 한 뼘

두 뼘

차례를 지키며

성장해야 한다는 걸


너와 나는

서로의 미숙함

덕분에

멈췄던 성장이

조금씩

아주 조금씩


우기의 새싹처럼


서로를 조금씩 아주

조금씩 만지고 보듬는다.

우기의 물을 마시는


작은 동물의 혓바닥처럼.


그러면

우리는

조금씩

자란다.


자란다는 것.

잘한다는 것.


모두 같은 의미.

모두 같은 마음.


어떤 것에

열심히 잘하면

마음도

열심히 자란다.


우리도 서로에게

열심히 잘한다.


서로를 타고 자라는

덩굴처럼.


때로는 아프고

때로는 감싸면서


앞으로도

잘하고

자랄 것이다.


이 주기가 끝나고

또 언제고 비가 억수같이

내릴 것이다.


그때 우리가 서로를

향해 자라 있다면

그래도 조금은

잘하려고 하지 않을까.


매일 저녁에는

분필을 들고

마음의 키를

표시해 둔다.

그러면서

우리는

새싹처럼

혓바닥처럼

웃는다.


잘하고

자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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